월주 스님 열반이 “나눔의집 때문”이라는 윤석열의 속셈은?
2021.08
05
뉴스관리팀장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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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월주 대종사의 영결식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윤석열 캠프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요양·보호 시설인 나눔의집 입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월주 대종사의 사망을 ‘나눔의집 때문’으로 규정했다. 사실과 다르다. 정치 영역에서 나눔의집 문제가 동원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 탓에 일은 더 꼬이게 되었다.
2021년 7월22일,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대종사가 금산사 만월당에서 열반했다. 전북 김제 금산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주요 대권주자들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갑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여 지내는 나눔의집이 거론되었다. 나눔의집을 정치의 영역으로 소환한 인물은 다름 아닌 야권 유력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정치인 윤석열은 이 자리에서 월주 대종사의 사망을 ‘나눔의집 때문’으로 규정했다. 윤 전 총장은 영결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월주 스님이 (나눔의집 때문에) 큰 상심을 했고, (이 충격이) 대상포진으로 이어져 폐렴으로 입적했다는 얘기를 금산사와 조계종 관계자들에게 들었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나눔의집에 대한 제보 내지는 고발이 들어와 검경이 수사했는데 특별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이후 시민단체와 언론이 (월주 대종사에게) 인격 학살적 공격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나눔의집 사태(‘나눔의집에서 그들만 배가 불렀다’ 참조)를 해결하는 과정에 주무 관청인 경기도청의 행정명령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나눔의집은 ‘재단법인 나눔의집(법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시설 나눔의집(시설)’으로 나뉜다. 사태의 본질은, 시민들이 내는 후원금을 조계종이 운영하는 ‘법인’이 챙기고 ‘시설’에는 극히 일부만 지원했다는 점이다. 후원금은 애초 목적인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서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 법인에 대한 감사권은 광역지자체에 있으므로 지난해 7월 경기도청은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려 나눔의집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의혹은 사실이었다. 2020년 8월, 민관 합동조사단은 나눔의집 재단의 회계·운영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나눔의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88억원 상당 후원금을 모집했지만 ‘시설’로 보낸 전출금은 2.3%인 약 2억원이었다”라고 발표했다. 실제 〈hbs뉴스광장〉이 확인한 법인 이사회 자료를 보면, 2019년 한 해에만 후원금 수익은 26억152만원에 달했지만 법인에서 시설로 전출된 금액은 6500만원에 불과했다.
불교 사회운동이 월주 대종사의 업적이라면, 나눔의집 파행 운영 논란은 그의 흑역사 중 하나다. 월주 대종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나눔의집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 지난해까지 그는 나눔의집 ‘법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관했다. 나눔의집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월주 대종사를 비롯한 조계종 핵심 인사들이 후원금으로 모인 돈을 활용해 훗날 호텔이나 요양원 같은 시설을 지으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는 대표이사인 월주 대종사(송현섭 대표이사)뿐 아니라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이규정 이사)과 금산사 주지인 성우 스님(서인렬 이사)이 포함되어 있다. 윤석열 전 총장에게 월주 대종사의 입적 과정을 설명했다는 ‘금산사와 조계종 관계자들’이 사실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셈이다. 조계종 관계자들의 ‘유체이탈 화법’을 윤 전 총장은 그대로 옮겨서 발언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전 총장의 발언 가운데 ‘수사’와 관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지난 1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나눔의집 법인과 시설을 운영하던 안신권 소장과 김정숙 사무국장을 사기 및 지방재정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기소한 범죄사실 건수만 해도 10건에 달한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당시 검찰은 나눔의집 법인에 대해서도 양벌규정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함께 기소했다. 법인 대표이사인 월주 대종사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의 총책임자이던 때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인물이 ‘기소 여부’에 대해 사실관계조차 틀리게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비판이 쏟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검찰이 실무진과 법인만 기소했을 뿐 재단 핵심 관계자인 이사진(조계종 승려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실무진 2명에게 갖가지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후원금 횡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득하려는 의사를 찾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나눔의집 사태는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경기도청은 민관 합동조사 결과에 따라 이사진 5명에 대해 직무정지 및 해임명령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이 조치에 반발해 해임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그들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한마디로 ‘이사로서 일할 수는 없지만, 해임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현재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는 총 11명 가운데 3명이 해임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임시이사 8명이 파견되어 있다. 나눔의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계종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하는데, 아직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스님으로 둔다’는 정관조차 개정하지 못했다.
본질은 이사회의 후원금 유용
정치의 영역에서 나눔의집 문제가 동원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나눔의집 문제가 처음 세상에 밝혀졌을 당시,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앞에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과 보수 유튜버들이 몰려와 “내부고발자를 지키겠다”라며 농성했다. 윤미향 당시 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유용 논란이 일어나면서 ‘위안부’ 문제가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하던 때였다. 나눔의집은 윤미향 의원이나 정의기억연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었지만, 당시 보수 유튜버들은 나눔의집 내부고발자들을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한 명분’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규정했다.
그리고 1년 뒤, 야권의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틀린 사실관계에 기초해 나눔의집 내부고발자와 민관 합동조사단의 활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사안의 본질은 조계종 승려로 구성된 법인 이사회의 후원금 유용이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윤 전 총장의 발언 당일, 나눔의집 내부고발자들을 대표하는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나눔의집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윤석열 전 총장에게 유감을 표하며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그가 검찰총장이던 때, 검찰은 전 운영진과 법인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윤 전 총장은 무슨 근거로 특별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는지 답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나눔의집 사태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될수록, 득을 보는 쪽은 오히려 조계종 승려들이다. 정치 쟁점화될수록 경기도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8월1일 민변 과거사위를 비롯한 35개 시민사회단체는 “나눔의집, 불법비리, 인권침해 사태는 여전히 해결과정에 있다. 정치인들은 경거망동 자제하라”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못한 유력 대권주자의 한마디 때문에 나눔의집 사태 해결은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되었다.
김순실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요양·보호 시설인 나눔의집 입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월주 대종사의 사망을 ‘나눔의집 때문’으로 규정했다. 사실과 다르다. 정치 영역에서 나눔의집 문제가 동원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 탓에 일은 더 꼬이게 되었다.
2021년 7월22일,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대종사가 금산사 만월당에서 열반했다. 전북 김제 금산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주요 대권주자들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갑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여 지내는 나눔의집이 거론되었다. 나눔의집을 정치의 영역으로 소환한 인물은 다름 아닌 야권 유력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정치인 윤석열은 이 자리에서 월주 대종사의 사망을 ‘나눔의집 때문’으로 규정했다. 윤 전 총장은 영결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월주 스님이 (나눔의집 때문에) 큰 상심을 했고, (이 충격이) 대상포진으로 이어져 폐렴으로 입적했다는 얘기를 금산사와 조계종 관계자들에게 들었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나눔의집에 대한 제보 내지는 고발이 들어와 검경이 수사했는데 특별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이후 시민단체와 언론이 (월주 대종사에게) 인격 학살적 공격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나눔의집 사태(‘나눔의집에서 그들만 배가 불렀다’ 참조)를 해결하는 과정에 주무 관청인 경기도청의 행정명령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나눔의집은 ‘재단법인 나눔의집(법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시설 나눔의집(시설)’으로 나뉜다. 사태의 본질은, 시민들이 내는 후원금을 조계종이 운영하는 ‘법인’이 챙기고 ‘시설’에는 극히 일부만 지원했다는 점이다. 후원금은 애초 목적인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서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 법인에 대한 감사권은 광역지자체에 있으므로 지난해 7월 경기도청은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려 나눔의집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의혹은 사실이었다. 2020년 8월, 민관 합동조사단은 나눔의집 재단의 회계·운영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나눔의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88억원 상당 후원금을 모집했지만 ‘시설’로 보낸 전출금은 2.3%인 약 2억원이었다”라고 발표했다. 실제 〈hbs뉴스광장〉이 확인한 법인 이사회 자료를 보면, 2019년 한 해에만 후원금 수익은 26억152만원에 달했지만 법인에서 시설로 전출된 금액은 6500만원에 불과했다.
불교 사회운동이 월주 대종사의 업적이라면, 나눔의집 파행 운영 논란은 그의 흑역사 중 하나다. 월주 대종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나눔의집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 지난해까지 그는 나눔의집 ‘법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관했다. 나눔의집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월주 대종사를 비롯한 조계종 핵심 인사들이 후원금으로 모인 돈을 활용해 훗날 호텔이나 요양원 같은 시설을 지으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는 대표이사인 월주 대종사(송현섭 대표이사)뿐 아니라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이규정 이사)과 금산사 주지인 성우 스님(서인렬 이사)이 포함되어 있다. 윤석열 전 총장에게 월주 대종사의 입적 과정을 설명했다는 ‘금산사와 조계종 관계자들’이 사실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셈이다. 조계종 관계자들의 ‘유체이탈 화법’을 윤 전 총장은 그대로 옮겨서 발언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전 총장의 발언 가운데 ‘수사’와 관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지난 1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나눔의집 법인과 시설을 운영하던 안신권 소장과 김정숙 사무국장을 사기 및 지방재정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기소한 범죄사실 건수만 해도 10건에 달한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당시 검찰은 나눔의집 법인에 대해서도 양벌규정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함께 기소했다. 법인 대표이사인 월주 대종사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의 총책임자이던 때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인물이 ‘기소 여부’에 대해 사실관계조차 틀리게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비판이 쏟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검찰이 실무진과 법인만 기소했을 뿐 재단 핵심 관계자인 이사진(조계종 승려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실무진 2명에게 갖가지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후원금 횡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득하려는 의사를 찾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나눔의집 사태는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경기도청은 민관 합동조사 결과에 따라 이사진 5명에 대해 직무정지 및 해임명령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이 조치에 반발해 해임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그들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한마디로 ‘이사로서 일할 수는 없지만, 해임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현재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는 총 11명 가운데 3명이 해임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임시이사 8명이 파견되어 있다. 나눔의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계종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하는데, 아직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스님으로 둔다’는 정관조차 개정하지 못했다.
본질은 이사회의 후원금 유용
정치의 영역에서 나눔의집 문제가 동원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나눔의집 문제가 처음 세상에 밝혀졌을 당시,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앞에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과 보수 유튜버들이 몰려와 “내부고발자를 지키겠다”라며 농성했다. 윤미향 당시 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유용 논란이 일어나면서 ‘위안부’ 문제가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하던 때였다. 나눔의집은 윤미향 의원이나 정의기억연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었지만, 당시 보수 유튜버들은 나눔의집 내부고발자들을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한 명분’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규정했다.
그리고 1년 뒤, 야권의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틀린 사실관계에 기초해 나눔의집 내부고발자와 민관 합동조사단의 활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사안의 본질은 조계종 승려로 구성된 법인 이사회의 후원금 유용이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윤 전 총장의 발언 당일, 나눔의집 내부고발자들을 대표하는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나눔의집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윤석열 전 총장에게 유감을 표하며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그가 검찰총장이던 때, 검찰은 전 운영진과 법인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윤 전 총장은 무슨 근거로 특별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는지 답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나눔의집 사태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될수록, 득을 보는 쪽은 오히려 조계종 승려들이다. 정치 쟁점화될수록 경기도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8월1일 민변 과거사위를 비롯한 35개 시민사회단체는 “나눔의집, 불법비리, 인권침해 사태는 여전히 해결과정에 있다. 정치인들은 경거망동 자제하라”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못한 유력 대권주자의 한마디 때문에 나눔의집 사태 해결은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되었다.
김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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