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으로 부각된 ‘미술품 물납제’…세법개정에 빠졌지만, 정기국회에 찬반 격돌.
2021.08
01
뉴스관리팀장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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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조선시대 채색장식화 '십장생도 10폭 병풍'을 살펴보고 있다. '세기의 기증'으로 화제를 모은 '이건희 컬렉션'의 핵심 작품들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기증품 9797건 2만1천693점 중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문화재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을 엄선해 공개한다. 전시는 오는 21일부터 9월 26일까지.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만 2만3000여점
가치 2조~3조원...시가로는 10조원 추정
세법개정에서 넣다 뺀 ‘미술품 물납제’
장점 ①상속세 납부 다양화 ②국외 유출방지 ③관광자원 활용
단점 ①부자감세 ②조세회피 ③비자금 악용
화랑협회장 “실보다 득이 많은 제도, 도입 고민해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이 화제가 된 후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2021년 세법개정을 통해 도입될 계획이었지만, 철회됐던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도’가 9월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의 반대로 정부 세법개정안에서 빠졌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입법은 아니지만, 의원 입법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추진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일각에서는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물납제 관련 법안을 개정해 상속세는 물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에서는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 추진이 담겨져있었다. 미술품 물납제는 미술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23일에 공개된 세제개편 최종안에는 물납제가 빠졌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해 상속세를 대신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술품까지 넣자는 게 기재부의 당초 취지였다.
미술품 상속제 물납제도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남긴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도입 논의가 촉발됐다. 삼성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각각 2만1693점, 1488점이다. 여기에 대구미술관에 21점,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에는 서양화가 박수근의 작품 18점을 기증했다. 또 전남 광양에 위치한 전남도립미술관에도 전남 출신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 21점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의 총 감정가는 약 3조원, 시가는 총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으로 미술품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기재부는 내부 논의와 청와대 협의 등을 거쳐 올해 세법개정으로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전브리핑 당시,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미술품 물납을 옛날엔 반대했는데 변경한 이유는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인 문화재를 국가적으로 관리·보존하고 일반 국민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술품, 문화재의 보존·활용 방안은 관계부처 간 지속 협의해왔고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통해 민간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적용 시기를 2023년 1월 2일 이후 상속 개시분부터로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상속 개시일이 2020년 10월 25일부터기 때문에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적용 받을 수 없다. 삼성의 상속세를 위해 정부가 미술품 물납제를 추진한다는 인식이 부담스럽고, 삼성 특혜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정부 내부 판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흘 뒤 공개된 세제개편안 상세 자료에는 미술품 물납제가 빠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브리핑에서 “당정 협의 과정에서 미술품 물납제도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여러 논의와 심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포함하지 않는 대신 국회에 세법개정안이 제출되면 함께 논의하기로 했고 필요하면 의원 입법으로 발의돼 논의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등에 따르면. 당정 협의에서 일부 여당 기재위 의원이 ‘미술품 물납제도는 부자감세일 뿐만 아니라, 물납이 조세 회피나 비자금 조성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주식과 부동산을 우선 물납한 뒤 나중에 납세자의 이해 관계인인 제3자가 싼 가격에 이를 되사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일각에서는 미술품은 감정평가와 위작(僞作) 여부를 판단하기에도 까다롭기 때문에 물납 대상 자산으로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물납 재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상속세 납부가 가능해지면서 비자금 조성이나 뇌물 제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개정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물납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 감정평가 가액 적절성을 재평가하겠다는 방안까지 설계해뒀다.
반면 물납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앞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미술협회·한국박물관협회 등 문화계 단체와 인사들은 지난 3월 대국민 건의문을 발표하고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호소했다. 개인 소장 미술품이 상속 과정에서 급히 처분되고 일부는 해외로 유출되면서 문화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고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 별세 이후 유족들이 고인의 보물급 불상 2점을 경매에 부친 사례도 있다. 일본의 경우 법률상 등록된 특정 등록미술품에 한해 상속세 물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 프랑스에서는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특정 재산의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물납제 추진이 철회된 점에 대해서 대단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공정한 제도 추진을 위해, 이건희 컬렉션은 물납제에 적용이 안된다고 들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필요가 있다. 물납을 통해 국가 차원의 미술품 보존과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보다는 득이 많은 정책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물납제 추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업계 의견 등을 수용해 정부는 미술품 물납의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이 미술품의 상속세 물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해 세법 논의가 진행되는 정기국회에서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물납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국유재산법, 상속증여법,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물납 대상 자산으로 부동산과 유가증권만 업급해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물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반면 국회에는 이미 같은 당 이광재 의원과 전용기 의원이 미술품으로 상속세 등을 물납할 수 있도록 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국회에서 세법개정 심의가 시작될 경우 기재부는 이광재 의원 발의 법안에 찬성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부측 입법 의견에 맞불을 놓기 위해 양경숙 의원이 미술품 물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은 삼성 계열사 주식 19조원을 포함해 26조 원 규모다. 상속세만 12조원에 달한다. 이에 이재용 삼성 회장 등 가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예정으로, 1차분은 지난 4월 납부를 완료했다.
김순실 기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만 2만3000여점
가치 2조~3조원...시가로는 10조원 추정
세법개정에서 넣다 뺀 ‘미술품 물납제’
장점 ①상속세 납부 다양화 ②국외 유출방지 ③관광자원 활용
단점 ①부자감세 ②조세회피 ③비자금 악용
화랑협회장 “실보다 득이 많은 제도, 도입 고민해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이 화제가 된 후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2021년 세법개정을 통해 도입될 계획이었지만, 철회됐던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도’가 9월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의 반대로 정부 세법개정안에서 빠졌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입법은 아니지만, 의원 입법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추진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일각에서는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물납제 관련 법안을 개정해 상속세는 물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세법개정안 사전브리핑에서는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 추진이 담겨져있었다. 미술품 물납제는 미술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23일에 공개된 세제개편 최종안에는 물납제가 빠졌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해 상속세를 대신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술품까지 넣자는 게 기재부의 당초 취지였다.
미술품 상속제 물납제도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남긴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도입 논의가 촉발됐다. 삼성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각각 2만1693점, 1488점이다. 여기에 대구미술관에 21점,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에는 서양화가 박수근의 작품 18점을 기증했다. 또 전남 광양에 위치한 전남도립미술관에도 전남 출신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 21점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의 총 감정가는 약 3조원, 시가는 총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으로 미술품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기재부는 내부 논의와 청와대 협의 등을 거쳐 올해 세법개정으로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전브리핑 당시,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미술품 물납을 옛날엔 반대했는데 변경한 이유는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인 문화재를 국가적으로 관리·보존하고 일반 국민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술품, 문화재의 보존·활용 방안은 관계부처 간 지속 협의해왔고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통해 민간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적용 시기를 2023년 1월 2일 이후 상속 개시분부터로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상속 개시일이 2020년 10월 25일부터기 때문에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적용 받을 수 없다. 삼성의 상속세를 위해 정부가 미술품 물납제를 추진한다는 인식이 부담스럽고, 삼성 특혜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정부 내부 판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흘 뒤 공개된 세제개편안 상세 자료에는 미술품 물납제가 빠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브리핑에서 “당정 협의 과정에서 미술품 물납제도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여러 논의와 심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포함하지 않는 대신 국회에 세법개정안이 제출되면 함께 논의하기로 했고 필요하면 의원 입법으로 발의돼 논의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등에 따르면. 당정 협의에서 일부 여당 기재위 의원이 ‘미술품 물납제도는 부자감세일 뿐만 아니라, 물납이 조세 회피나 비자금 조성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주식과 부동산을 우선 물납한 뒤 나중에 납세자의 이해 관계인인 제3자가 싼 가격에 이를 되사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일각에서는 미술품은 감정평가와 위작(僞作) 여부를 판단하기에도 까다롭기 때문에 물납 대상 자산으로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물납 재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상속세 납부가 가능해지면서 비자금 조성이나 뇌물 제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개정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물납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 감정평가 가액 적절성을 재평가하겠다는 방안까지 설계해뒀다.
반면 물납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앞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미술협회·한국박물관협회 등 문화계 단체와 인사들은 지난 3월 대국민 건의문을 발표하고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호소했다. 개인 소장 미술품이 상속 과정에서 급히 처분되고 일부는 해외로 유출되면서 문화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고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 별세 이후 유족들이 고인의 보물급 불상 2점을 경매에 부친 사례도 있다. 일본의 경우 법률상 등록된 특정 등록미술품에 한해 상속세 물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 프랑스에서는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특정 재산의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물납제 추진이 철회된 점에 대해서 대단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공정한 제도 추진을 위해, 이건희 컬렉션은 물납제에 적용이 안된다고 들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필요가 있다. 물납을 통해 국가 차원의 미술품 보존과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보다는 득이 많은 정책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물납제 추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업계 의견 등을 수용해 정부는 미술품 물납의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이 미술품의 상속세 물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해 세법 논의가 진행되는 정기국회에서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물납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국유재산법, 상속증여법,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물납 대상 자산으로 부동산과 유가증권만 업급해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물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반면 국회에는 이미 같은 당 이광재 의원과 전용기 의원이 미술품으로 상속세 등을 물납할 수 있도록 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국회에서 세법개정 심의가 시작될 경우 기재부는 이광재 의원 발의 법안에 찬성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부측 입법 의견에 맞불을 놓기 위해 양경숙 의원이 미술품 물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은 삼성 계열사 주식 19조원을 포함해 26조 원 규모다. 상속세만 12조원에 달한다. 이에 이재용 삼성 회장 등 가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예정으로, 1차분은 지난 4월 납부를 완료했다.
김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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