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동…도쿄 패럴림픽 탁구 경기장에 3개의 태극기가 걸렸다.
2021.08
30
뉴스관리팀장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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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탁구 개인전(스포츠등급 1) 시상식 태극기가 세개 게양되고 있다. 금메달 주영대, 은메달 김현욱, 동메달 남기원.
주영대 TT1등급 단식 결승 김현욱 꺾어
남기원도 동메달…시상대서 메달 받아
도쿄 하늘에 3개의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는, 꿈의 그림이 마침내 완성됐다.
‘리우 탁구 은메달리스트’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세계랭킹 1위)가 5년 만에 마침내 간절한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도쿄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주영대는 30일 오후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탁구 단식(스포츠등급 TT1) 결승에서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세계랭킹 5위)을 세트스코어 3대1 (11-8, 13-11, 2-11, 12-10)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전. 이미 동메달을 획득한 ‘맏형’ 남기원(55·세계랭킹 3위)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두 선수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금메달을 향한 승부는 치열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TT1 체급을 담당하는 대표팀 김민 코치는 주영대와 같은 경남장애인체육회 소속이어서, 아예 경기장에 들어오지 않고 경기장 밖 TV를 통해 중계를 지켜봤다.
1세트 주영대가 8-4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김현욱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잇달아 서브 포인트를 따내며 9-8까지 따라붙은 김현욱이 “좋아!”를 외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주영대는 더 이상의 추격은 용납하지 않았다. 날선 코스, 포핸드 드라이브로 내리 2점을 따내며 11-8로 마무리했다.
2세트 김현욱이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로 맞섰다. 4-6의 스코어를 순식간에 7-6으로 뒤집었다. 날카로운 서브, 영리한 네트플레이를 선보이며 10-8,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그러나 위기에서 주영대는 노련했다. 내리 2점을 잡으며 듀스 접전에 돌입했다. 일진일퇴 공방 끝에 주영대가 13-11로 2세트를 가져왔다.
3세트, 김현욱의 반격이 불을 뿜었다. 적극적인 공격, 로빙 플레이로 9-1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11-2로 김현욱이 이겼다.
마지막 4세트는 대접전이었다. 6-6, 7-7, 8-8, 9-9 타이가 이어졌고, 김현욱이 매치 포인트를 먼저 잡았지만 주영대의 공격이 성공하며 또 다시 10-10, 듀스가 시작됐다. 주영대는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12-10으로 승리하며 팽팽한 인생 승부를 결정지었다. 리우 대회 은메달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주영대는 첫 패럴림픽이었던 리우 대회 결승에서 영국 에이스 데이비스 롭과 혈투 끝에 1대3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3세트 8-5로 앞선 상황에서 내리 6점을 허용, 9-11로 내준 것이 패인이었다. “앞서 있을 때 확실히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날 결승전,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5년의 절치부심 끝에 기어이 정상에 올랐다.
주영대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체육교사를 꿈꾸며 경상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교사의 꿈이 영글어가던 1994년 여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4년간 집밖에 나오기 힘들 만큼 큰 시련에 빠졌던 그는 PC통신을 통해 동병상련 장애인들과 아픔을 나누며 서서히 몸도 마음도 회복해갔다.
컴퓨터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한때 평생 진로로 생각했던 스포츠의 길이 다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8년 복지관에서 재활운동으로 탁구를 시작했다. 눈부신 운동신경은 도망가지 않았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남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 등 장애인 스포츠 행정가 활동도 시작했다. 그리고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낸 뒤 후배 김현욱과 태극기를 펼쳐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은메달리스트 김현욱은 2011년 낙상사고 뒤 지인의 추천으로 탁구를 만났다. 포핸드 드라이브가 장기인 그는 2018년 세계탁구선수권 금메달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패럴림픽 도전인 도쿄 무대에서 예선, 8강, 4강 4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결승에 올랐고, 선배 주영대가 그러했듯 첫 도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에서 주영대와 결승 진출을 다퉜던 남기원이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은 이 종목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했다.
TT1체급은 송신남이 1972년 하이델베르크 패럴림픽에서 남자 단식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한국 장애인 탁구의 대표 종목이자 오랜 자부심으로 통했다. 이번 금메달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6회 연속 출전해 개인 단식에서만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낸 이해곤의 2000년 시드니 금메달 이후 21년만의 개인 단식 금메달이다.
리우 대회에서 남자단식 은메달(주영대), 동메달(남기원)을 따낸 TT1 등급은 1995년생 에이스 김현욱이 가세한 도쿄에서 더 강하고 더 완벽해졌다. 패럴림픽 장애인탁구 한 등급에서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순실 기자.
주영대 TT1등급 단식 결승 김현욱 꺾어
남기원도 동메달…시상대서 메달 받아
도쿄 하늘에 3개의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는, 꿈의 그림이 마침내 완성됐다.
‘리우 탁구 은메달리스트’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세계랭킹 1위)가 5년 만에 마침내 간절한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도쿄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주영대는 30일 오후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탁구 단식(스포츠등급 TT1) 결승에서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세계랭킹 5위)을 세트스코어 3대1 (11-8, 13-11, 2-11, 12-10)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전. 이미 동메달을 획득한 ‘맏형’ 남기원(55·세계랭킹 3위)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두 선수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금메달을 향한 승부는 치열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TT1 체급을 담당하는 대표팀 김민 코치는 주영대와 같은 경남장애인체육회 소속이어서, 아예 경기장에 들어오지 않고 경기장 밖 TV를 통해 중계를 지켜봤다.
1세트 주영대가 8-4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김현욱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잇달아 서브 포인트를 따내며 9-8까지 따라붙은 김현욱이 “좋아!”를 외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주영대는 더 이상의 추격은 용납하지 않았다. 날선 코스, 포핸드 드라이브로 내리 2점을 따내며 11-8로 마무리했다.
2세트 김현욱이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로 맞섰다. 4-6의 스코어를 순식간에 7-6으로 뒤집었다. 날카로운 서브, 영리한 네트플레이를 선보이며 10-8,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그러나 위기에서 주영대는 노련했다. 내리 2점을 잡으며 듀스 접전에 돌입했다. 일진일퇴 공방 끝에 주영대가 13-11로 2세트를 가져왔다.
3세트, 김현욱의 반격이 불을 뿜었다. 적극적인 공격, 로빙 플레이로 9-1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11-2로 김현욱이 이겼다.
마지막 4세트는 대접전이었다. 6-6, 7-7, 8-8, 9-9 타이가 이어졌고, 김현욱이 매치 포인트를 먼저 잡았지만 주영대의 공격이 성공하며 또 다시 10-10, 듀스가 시작됐다. 주영대는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12-10으로 승리하며 팽팽한 인생 승부를 결정지었다. 리우 대회 은메달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주영대는 첫 패럴림픽이었던 리우 대회 결승에서 영국 에이스 데이비스 롭과 혈투 끝에 1대3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3세트 8-5로 앞선 상황에서 내리 6점을 허용, 9-11로 내준 것이 패인이었다. “앞서 있을 때 확실히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날 결승전,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5년의 절치부심 끝에 기어이 정상에 올랐다.
주영대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체육교사를 꿈꾸며 경상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교사의 꿈이 영글어가던 1994년 여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4년간 집밖에 나오기 힘들 만큼 큰 시련에 빠졌던 그는 PC통신을 통해 동병상련 장애인들과 아픔을 나누며 서서히 몸도 마음도 회복해갔다.
컴퓨터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한때 평생 진로로 생각했던 스포츠의 길이 다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8년 복지관에서 재활운동으로 탁구를 시작했다. 눈부신 운동신경은 도망가지 않았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남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 등 장애인 스포츠 행정가 활동도 시작했다. 그리고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낸 뒤 후배 김현욱과 태극기를 펼쳐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은메달리스트 김현욱은 2011년 낙상사고 뒤 지인의 추천으로 탁구를 만났다. 포핸드 드라이브가 장기인 그는 2018년 세계탁구선수권 금메달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패럴림픽 도전인 도쿄 무대에서 예선, 8강, 4강 4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결승에 올랐고, 선배 주영대가 그러했듯 첫 도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에서 주영대와 결승 진출을 다퉜던 남기원이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은 이 종목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했다.
TT1체급은 송신남이 1972년 하이델베르크 패럴림픽에서 남자 단식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한국 장애인 탁구의 대표 종목이자 오랜 자부심으로 통했다. 이번 금메달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6회 연속 출전해 개인 단식에서만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낸 이해곤의 2000년 시드니 금메달 이후 21년만의 개인 단식 금메달이다.
리우 대회에서 남자단식 은메달(주영대), 동메달(남기원)을 따낸 TT1 등급은 1995년생 에이스 김현욱이 가세한 도쿄에서 더 강하고 더 완벽해졌다. 패럴림픽 장애인탁구 한 등급에서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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