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밑 비명 소리만"… 7.2 강진 발생 아이티서 최소 304명 사망.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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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으로 로스까요스 지역의 한 주택이 무너져 내렸다. 로스까요스.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한 지 꼭 1년 뒤인 2011년 1월, 무너져 내린 채 남아있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 궁 앞에 조기가 게양돼 있다. 포르토프랭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규모 7.2 강진이 발생해 300명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지난달 발생한 대통령 암살 충격, 이로 인해 악화한 치안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또 다시 자연재해가 덮치면서 아이티 국민들의 고통은 한층 깊어지게 됐다. 최대 30만명이 사망한 11년 전 대지진의 악몽이 되풀이 될 수 있는 탓에 아이티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달간 비상사태에 쓰나미 경보까지.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29분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12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0㎞로 얕았고, 규모 4, 5의 여진이 10여 차례 이어졌다. 지진은 수도뿐 아니라 이웃나라 도미니카 공화국과 자메이카, 쿠바 등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
아이티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최소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부상자와 실종자 수도 수천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2010년 1월 발생한 규모 7.0 지진 당시에는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몇 차례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에도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즉각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모든 정부 인력을 동원해 긴급 사안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사용하게 했다”며 “희생자를 돕기 위해 정부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USGS 역시 지진 발생 직후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를 발령했다.
외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해지는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도로 곳곳에는 무너진 건물 잔해가 널려있고, 먼지로 하늘은 뿌옇게 변했다. 진앙에서 37㎞ 떨어진 남서부 도시 레카이에서 거주하는 시민 위첼 아구스틴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많은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잔해 밑에 깔려 있다. 그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고 설명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프티트루드니프에서는 전화 통신이 두절됐고, 남부 제레미에서도 교회와 주택이 무너진 장면이 포착됐다. 레카이에서 시민 보호를 담당하는 셀베라 기욤은 “잔해 밑에도 사람들이 있는 끔찍한 상황”이라며 “응급요원들을 보냈지만 충분치 않다”고 호소했다. 병원에 희생자와 부상자가 넘쳐나지만 의료인력과 약품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진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오는 17일에는 열대 폭풍 그레이스 상륙도 예고돼 있다. 추가 붕괴나 구조 차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11년 전 대지진 악몽에 정치 불안까지.
이번 강진으로 빈곤율이 60%에 달하며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티는 더욱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2010년 대지진 상처도 채 아물지 못한 데다 지난달 발생한 대통령 암살 충격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또 다시 지진 피해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재앙이 됐다는 의미다.
11년 전 당시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지하 13㎞의 얕은 진원에서 규모 7.0 지진이 발생, 대부분 건물에 내진 설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열악한 아이티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최대 3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고 인구의 3분의 1은 이재민이 됐다. 지진으로 교도소가 붕괴해 재소자들이 탈옥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콜레라가 퍼졌다. 여러 해 동안 이어진 질병으로 아이티에서만 1만 명 가까이 사망했다. 2016년엔 허리케인 매슈가 아이티를 강타해 800명 넘는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연이은 대규모 자연재해로 신음하는 동안에도 정치ㆍ사회 혼란도 이어졌다. 2015년 대선 무효 사태 이후 2017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여야 갈등과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치안도 급격히 악화해 몸값을 노린 납치 등 범죄가 급증했다. 지난달엔 모이즈 대통령이 괴한들에 의해 사저에서 피살당하면서 혼란에 정점을 찍었다. 사건 한 달이 넘도록 사건의 배후 세력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11년 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까지 더해지면서 극빈국 아이티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이어지는 셈이다. 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장-위킨스 메론은 “우리는 이번 지진이 이미 아이티가 직면한 위기에 하나를 더하는 것일 뿐임을 우려한다”며 대통령 암살 후 정치적 교착상태, 전염병 대유행, 식량 불안 등을 언급했다. USGS는 역시 “이번 참사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며 지진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3% 사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상태다.
혼돈의 아이티에 닥친 또 한 번의 재앙에 국제사회도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서맨사 파워 국제개발처 차장을 아이티 지진 문제를 대응할 미국 측 고위 관료로 지명하고 즉각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난 전문가들이 현지를 방문, 피해 현황과 필요 사항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 정부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채강석 기자.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한 지 꼭 1년 뒤인 2011년 1월, 무너져 내린 채 남아있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 궁 앞에 조기가 게양돼 있다. 포르토프랭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규모 7.2 강진이 발생해 300명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지난달 발생한 대통령 암살 충격, 이로 인해 악화한 치안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또 다시 자연재해가 덮치면서 아이티 국민들의 고통은 한층 깊어지게 됐다. 최대 30만명이 사망한 11년 전 대지진의 악몽이 되풀이 될 수 있는 탓에 아이티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달간 비상사태에 쓰나미 경보까지.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29분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12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0㎞로 얕았고, 규모 4, 5의 여진이 10여 차례 이어졌다. 지진은 수도뿐 아니라 이웃나라 도미니카 공화국과 자메이카, 쿠바 등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다.
아이티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최소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부상자와 실종자 수도 수천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2010년 1월 발생한 규모 7.0 지진 당시에는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몇 차례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에도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즉각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모든 정부 인력을 동원해 긴급 사안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사용하게 했다”며 “희생자를 돕기 위해 정부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USGS 역시 지진 발생 직후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를 발령했다.
외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해지는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도로 곳곳에는 무너진 건물 잔해가 널려있고, 먼지로 하늘은 뿌옇게 변했다. 진앙에서 37㎞ 떨어진 남서부 도시 레카이에서 거주하는 시민 위첼 아구스틴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많은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잔해 밑에 깔려 있다. 그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고 설명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프티트루드니프에서는 전화 통신이 두절됐고, 남부 제레미에서도 교회와 주택이 무너진 장면이 포착됐다. 레카이에서 시민 보호를 담당하는 셀베라 기욤은 “잔해 밑에도 사람들이 있는 끔찍한 상황”이라며 “응급요원들을 보냈지만 충분치 않다”고 호소했다. 병원에 희생자와 부상자가 넘쳐나지만 의료인력과 약품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진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오는 17일에는 열대 폭풍 그레이스 상륙도 예고돼 있다. 추가 붕괴나 구조 차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11년 전 대지진 악몽에 정치 불안까지.
이번 강진으로 빈곤율이 60%에 달하며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티는 더욱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2010년 대지진 상처도 채 아물지 못한 데다 지난달 발생한 대통령 암살 충격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또 다시 지진 피해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재앙이 됐다는 의미다.
11년 전 당시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지하 13㎞의 얕은 진원에서 규모 7.0 지진이 발생, 대부분 건물에 내진 설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열악한 아이티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최대 3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고 인구의 3분의 1은 이재민이 됐다. 지진으로 교도소가 붕괴해 재소자들이 탈옥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콜레라가 퍼졌다. 여러 해 동안 이어진 질병으로 아이티에서만 1만 명 가까이 사망했다. 2016년엔 허리케인 매슈가 아이티를 강타해 800명 넘는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연이은 대규모 자연재해로 신음하는 동안에도 정치ㆍ사회 혼란도 이어졌다. 2015년 대선 무효 사태 이후 2017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여야 갈등과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치안도 급격히 악화해 몸값을 노린 납치 등 범죄가 급증했다. 지난달엔 모이즈 대통령이 괴한들에 의해 사저에서 피살당하면서 혼란에 정점을 찍었다. 사건 한 달이 넘도록 사건의 배후 세력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11년 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까지 더해지면서 극빈국 아이티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이어지는 셈이다. 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장-위킨스 메론은 “우리는 이번 지진이 이미 아이티가 직면한 위기에 하나를 더하는 것일 뿐임을 우려한다”며 대통령 암살 후 정치적 교착상태, 전염병 대유행, 식량 불안 등을 언급했다. USGS는 역시 “이번 참사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며 지진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3% 사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상태다.
혼돈의 아이티에 닥친 또 한 번의 재앙에 국제사회도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서맨사 파워 국제개발처 차장을 아이티 지진 문제를 대응할 미국 측 고위 관료로 지명하고 즉각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난 전문가들이 현지를 방문, 피해 현황과 필요 사항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 정부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채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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