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S 뉴스광장
  • 북마크

사회

“죽어야 끝날까요” 9명 한강 다리 위에 올랐다 [빚,청년-청춘으로 갚습니다]

2026.11
06

본문

SOS생명의전화에 걸려온 전화 중 채무를 언급한 2030세대의 상담 내용

국민일보가 취재한 56명의 청년은 가족의 생계를 대신 떠안다가 빚이 생기거나 범죄 피해, 재난·사고, 가족 돌봄, 질병 등의 문제로 ‘비자발적 채무’를 겪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인 23명은 진로나 학업 등 원래 계획했던 삶의 궤적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빚상환을 위해 질낮은 일자리로 내몰렸다. 또 평균 500만원 이하로 시작된 빚은 결국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 등의 대출로 이어져 상환 부담에 허덕이고 있었다. 국민일보는 4회 시리즈 기사를 통해 비자발적 채무로 벼랑 끝에 선 청년의 이야기를 전한다.
“빚에 시달리고 있어 괴롭습니다. 이게 세상과의 마지막 연락입니다”.

서울의 한강 다리 위 ‘SOS 생명의전화’로 20대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성은 텅 빈 눈으로 강물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를 다리 위로 내몬 건 빚이었다. 안정된 직업이 없어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고 당장 잘 곳도 없었다. 상환 문제로 소송에 휘말릴 부담감까지 짓눌렀다. 결국 남성은 다리 위 초록색 수화기를 들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담원을 통해 세상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상담원은 차분히 상담을 이어갔고 그 사이 소방과 경찰에 연락이 갔다. 남성은 수화기 너머 ‘마지막’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살고 싶다’는 애원이기도 했다. 다행히 경찰이 그를 구조했고 지금은 신용회복위원회에 인계돼 상담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는 5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19개 한강 교량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74대를 통해 걸려 온 전화 261건을 전수 분석했다. 이 중 채권·채무 등을 언급하며 A씨처럼 벼랑끝에 내몰린 20·30대 청년은 9명에 달했다. 자살 국가승인통계는 ‘경제적 어려움’으로만 분류하기 때문에 이번 분석처럼 청년 세대가 내몰린 채무 압박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생명의전화 상담 대부분은 극단적 행동 직전에 거는 마지막 전화여서 그 자체로 자살 고위험군이다. 그만큼 빚에 내몰려 세상을 등지려 하는 청년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년들이 언급한 ‘빚’이 본인도 원치 않게 낸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돈은 부모가 썼지만 상환은 고스란히 청년의 몫이 된 경우다. 또 부모가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어 자녀에게 대신 대출을 받아달라고 한 사례도 있었다. 부모 부양이나 의료비 등 ‘돌봄 부담’ 때문에 빚을 진 청년도 있었다.

최선우(26·가명)씨 역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빚으로 삶을 포기하려 했다. 최씨는 가족 부양을 위한 빚이 불어나며 원금이 한때 6000만원까지 늘어났다. 결국 지난 7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빚을 언급하며 “죽어야 끝이 날까요”라고 울먹였다.

처음부터 어려웠던 건 아니다. 그는 2년 넘게 영상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150만원을 벌어 4000만원을 모았다. 하지만 엄마가 이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최씨는 병원비 때문에 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생활비를 줄이며 월 30만원씩 상환도 이어갔다. 하지만 생활은 계속 어려워졌고 월세도 내지 못해 두 달간 노숙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빚만 남은 삶에 우울증이 찾아왔다. 약을 먹으면 과수면 증상이 나타났고 자살 시도를 하는 날이 이어졌다. 그는 “남은 빚을 계산하면 8년을 갚아야 하는데, 이런 나날이 30대까지 이어진다는 게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현재 경기 화성시 자살예방센터 도움으로 치료를 병행하며 채무를 조정 중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을 준수하였습니다)

김유나 기자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