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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대 갑질, 모멸감 줘서 군기 잡는 전형적 노동자 통제"

2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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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이 시사하는 바는 참혹하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얼마나 위험하게 일을 해왔는지, 그런데도 항변 못할 만큼 얼마나 취약한지, 그들의 노동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또 왜 이렇게 비인간적인지. 지하철 청소노동자와 초·중·고교 청소노동자를 면접조사한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층 격차가 심화하면서 차별을 당연시한다"며 "내가 향유하는 삶이 누구의 노동의 산물인지를 늘 기억하는 것이 시민의 도덕이고 의무"라고 말한다. 13일 그를 만나 서울대 사건과 대응, 코로나 시대 청소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물었다.

"일 늘고 감염 공포 극심, 보호 관리는 전무"
-코로나 이후 청소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지하철 청소노동자를 면접조사하면서 충격적이었던 건 평소에도 대합실에 싸놓은 분변, 토사물, 버려진 소변까지 치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감염 공포까지 떠안는다. 마스크, 토사물, 가래 등이 모두 오염원이다. 노동강도도 크게 높아졌다. 평소 한 번 닦던 것을 하루 네 번씩 소독약 묻혀 닦고, 더운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한다. 조사한 청소노동자의 96.5%가 ‘내 일이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84.4%가 ‘일이 힘들어졌다’고 답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사망도 과로사로 보인다. 급성 심근경색이 대표적인 과로사 질병인 데다 마스크를 쓴 채 무거운 쓰레기를 들고 움직인 게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대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많지만 코로나로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이 더 많을 것이다. 배달음식도 많았을 텐데 음식물 쓰레기가 포함되면 훨씬 무거워진다. 이사할 때나 쓰는 100리터짜리 봉투를, 찢어질까 봐 끌지도 못하고 들어서 4층에서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용주나 용역업체 관리자가 일반적으로 노무관리를 전혀 안 한다. 애초부터 근무조건이나 노동강도를 파악하지도 않지만 한 번 닦던 것을 네 번으로 늘리면 얼마나 숨가쁘게 일해야 하는지, 노동자에게 얼마나 무리가 갈지 생각이 없다.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지’가 아니라 생각 자체가 없다. 소독액 희석방법도 알려주지 않아 진하게 써야 건강에 좋은 줄 알았다는 노동자도 있고, 강하게 쐐서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한다. 일하다 감염된 사례가 나왔지만 달라진 건 휴게실에서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해 밥 먹으라는 게 전부였다. 좁은 휴게실에서 2m 거리 두기는 당연히 어렵다. 깐깐하게 수칙을 다 지키고도 감염된 한 노동자는 이후 출근하는 오전 4시 반부터 집에 도착하는 오후 4시 반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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