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예약 대란, 무능한 정부의 직무유기.
2021.07
27
뉴스관리팀장
0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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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廉恥)가 없어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 먹통 사태를 해결하려고 질병관리청이 네이버⋅카카오⋅LG CNS 등 대기업에 손을 내민 것을 두고 한 대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용 문제를 얘기하던 도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그는 “정부가 이번에도 무상으로 해 달라고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아는 마음, 혹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질병청이 예약 시스템 구축 사업을 중소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에 맡겼다가 문제가 터지자 부랴부랴 대기업에 ‘긴급 구조요청(SOS)’을 했다. 백신 예약 대란으로 국민적 분노를 산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은 2000년대 초반 구축된 백신 예방 접종 관리시스템을 활용했다고 한다. 이 서버 용량은 동시 접속자 30만명. 이달 첫 사전 예약 대상자였던 55∼59세 인구는 모두 352만4000명. 350만명을 30만명 정원인 버스 한대로 옮기려 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선착순 예약 마감’ 사태까지 터지면서 예약 시스템에는 대상자와 자녀·대리인 등 약 1000만명이 동시 접속했다. 질병청은 서버 증설에 나섰지만 부족한 백신 상황으로 패닉에 빠진 시민의 접속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30명 정원의 버스에 1000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는데, 시스템 먹통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표를 나눠주는 시스템은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한 사람이 창을 여러 개 띄워도 인식이 됐고, 사이트 주소를 곧바로 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예약 할 수 있었다. 컴퓨터의 날짜를 바꿔서 예약하니 불통이던 시스템이 곧바로 인식했고, 입력 코드로 ‘바로가기’를 하면 예약이 됐다. 백신 예약을 두고 온갖 편법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고, 모두가 꼼수 예약에 뛰어들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선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때문이라고 봤다. SW진흥법은 지난 2013년 중소·중견 IT기업 육성을 위해 공공부문 IT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도록 한 법이다. 업계에선 SW진흥법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질병청의 ‘예외’ 인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질병청은 이번에 예외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이 백신 예약 시스템 자체를 우습게 봤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의 이런 오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국가 예방 접종(무료 접종) 사업용 독감 백신이 유통업체의 운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로 무료 예방 접종이 전면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백신 유통 단가를 깎아 보겠다고, 백신 유통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회사에 맡겼다가 무려 500만명 분량의 백신이 폐기됐다. 독감과 코로나19에 함께 감염되는 ‘트윈데믹’ 우려로 일반인 접종도 크게 늘면서 병원 앞은 독감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으로 북새통이었다.
지금 대기업에 국가사업을 맡기자고 무조건 편드는 게 아니다. 국가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우리 정부가 정당한 대가를 내고 적정한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랄 것이다. 국민 세금은 한강 물이 아니다.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에 협조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과 보통의 직장인들이 벌어서 내는 돈이다. 그런 세금을 능력도 안 되는 중소기업에 사업을 맡겼다가, 국민들은 불편을 겪고, 결국엔 그 뒤치다꺼리를 대기업이 한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두 번, 세 번 해서 결국은 돈과 시간이 더 든다. 무능력의 전형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권이 무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능하다고 해도, 양심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사단을 몇 번이나 겪고도 ‘국민들이 유난’이라고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 개선 작업에 투입된 네이버와 카카오, LG CNS, 베스핀글로벌 등은 정부에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시스템 안정화 작업 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이 걷은 세금은 도대체 어떻게 쓰이는 것인가. 이번 정부는 정말 염치가 없다.
장병하 기자.
질병청이 예약 시스템 구축 사업을 중소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에 맡겼다가 문제가 터지자 부랴부랴 대기업에 ‘긴급 구조요청(SOS)’을 했다. 백신 예약 대란으로 국민적 분노를 산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은 2000년대 초반 구축된 백신 예방 접종 관리시스템을 활용했다고 한다. 이 서버 용량은 동시 접속자 30만명. 이달 첫 사전 예약 대상자였던 55∼59세 인구는 모두 352만4000명. 350만명을 30만명 정원인 버스 한대로 옮기려 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선착순 예약 마감’ 사태까지 터지면서 예약 시스템에는 대상자와 자녀·대리인 등 약 1000만명이 동시 접속했다. 질병청은 서버 증설에 나섰지만 부족한 백신 상황으로 패닉에 빠진 시민의 접속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30명 정원의 버스에 1000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는데, 시스템 먹통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표를 나눠주는 시스템은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한 사람이 창을 여러 개 띄워도 인식이 됐고, 사이트 주소를 곧바로 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예약 할 수 있었다. 컴퓨터의 날짜를 바꿔서 예약하니 불통이던 시스템이 곧바로 인식했고, 입력 코드로 ‘바로가기’를 하면 예약이 됐다. 백신 예약을 두고 온갖 편법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고, 모두가 꼼수 예약에 뛰어들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선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때문이라고 봤다. SW진흥법은 지난 2013년 중소·중견 IT기업 육성을 위해 공공부문 IT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도록 한 법이다. 업계에선 SW진흥법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질병청의 ‘예외’ 인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질병청은 이번에 예외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이 백신 예약 시스템 자체를 우습게 봤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의 이런 오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국가 예방 접종(무료 접종) 사업용 독감 백신이 유통업체의 운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로 무료 예방 접종이 전면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백신 유통 단가를 깎아 보겠다고, 백신 유통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회사에 맡겼다가 무려 500만명 분량의 백신이 폐기됐다. 독감과 코로나19에 함께 감염되는 ‘트윈데믹’ 우려로 일반인 접종도 크게 늘면서 병원 앞은 독감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으로 북새통이었다.
지금 대기업에 국가사업을 맡기자고 무조건 편드는 게 아니다. 국가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우리 정부가 정당한 대가를 내고 적정한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랄 것이다. 국민 세금은 한강 물이 아니다.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에 협조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과 보통의 직장인들이 벌어서 내는 돈이다. 그런 세금을 능력도 안 되는 중소기업에 사업을 맡겼다가, 국민들은 불편을 겪고, 결국엔 그 뒤치다꺼리를 대기업이 한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두 번, 세 번 해서 결국은 돈과 시간이 더 든다. 무능력의 전형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권이 무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능하다고 해도, 양심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사단을 몇 번이나 겪고도 ‘국민들이 유난’이라고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 개선 작업에 투입된 네이버와 카카오, LG CNS, 베스핀글로벌 등은 정부에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시스템 안정화 작업 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이 걷은 세금은 도대체 어떻게 쓰이는 것인가. 이번 정부는 정말 염치가 없다.
장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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