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자녀 입시비리'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 정경심 동양대 교수(오른쪽).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 재판에 전직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 증인으로 나와 재직 당시 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했다던 조 전 장관의 아들을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오늘(13일) 업무방해·뇌물수수·공직자윤리법 위반·증거위조교사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그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공판을 열고, 사건 당시 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었던 노모 교수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와 공모해 2013년과 2017년에 각각 아들 조원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증명서'와 '인턴십 활동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거나 직접 작성했습니다.

인턴십 활동 예정증명서는 조씨가 2013년 7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학교폭력 피해자의 인권 자료조사와 논문 작성 등 활동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고, 인턴십 활동 증명서는 실제 인턴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한인섭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에게 부탁해 허위 인턴 예정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엔 인턴십 활동 예정증명서를 이용해 허위 인턴 활동 증명서를 만들어 아들의 대학원 입시에 사용했다고 봤습니다.

증인석에 앉은 노 교수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인권법센터에 고등학생이 인턴을 한 적이 없다"며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씨가 누군지도 모르고 인사 한 번 해본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검사가 "조씨와 인턴 면접을 진행하거나 매주 와서 인턴십 활동을 지시한 적이 있냐"는 질문하자 노 교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노 교수로부터 면접을 받고 인턴십 활동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 지도를 받아 조씨가 인턴 활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 노 교수는 "한인섭 교수가 제게 고교생의 학교폭력 관련 논문을 지도하라고 했다면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며 "연구 분야가 다른데 제 분야도 아닌 것을 지도하라고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 교수는 "한인섭 교수의 지시로 2013년 조원의 인턴 예정 증명서를 발급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당시 조씨가 실제 노 교수의 지도를 받아 인턴 활동을 했고, 그에 따라 확인서의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조 전 장관은 "증인이 2013년 7월 말에 브라질로 전통 무술 '카포에이라'를 배우러 간다는 이야기를 제 아들과 나눴다고 들었는데 그런 기억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노 교수는 "제가 카포에이라를 배우는 것은 학내에서 꽤 알려진 이야기이긴 한데, 고등학생과 그러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아들이 말한 것이 분명히 기억난다"며 조씨가 노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노 교수는 "브라질까지 가서 운동을 배운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특이하게 생각해서 그런 얘기가 오갈 수 있다"며 "그런 이야기를 고교생에게 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오후까지 재판이 이어지자 "피고인이 이틀 전에 선고를 받았는데, 정신적·육체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판을 일찍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예정된 증인신문이 진행되지 못하고 정 교수 측의 사정도 인정돼 이날 재판은 오후 2시 30분께 종료됐습니다.

이날 조 전 장관은 구속 상태인 정 교수와 나란히 피고인석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날 재판은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돼 지난 11일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가 나온 재판과 별개의 재판입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이날 재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정 교수 2심 판결의 충격이 크다"며 "많이 고통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채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