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로 변한 포항 아파트 현장, 눈물과 분노 뒤엉켜.
2022.09
08
뉴스관리팀장
0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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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19구조대원들이 7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자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오전 배수작업으로 물이 줄어든 지하주차장 입구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퍼부은 집중호우 탓에 한 지하주차장에서만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포항 남구의 아파트 주변은 거대한 뻘처럼 변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박모씨는 7일 “차수판이 있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 6일 오전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뒤 차를 몰고 빠져나왔지만 주민 일부는 미처 나오지 못했다.
박씨는 당시 두 번째로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비가 퍼붓기 전날 지하주차장에 주차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아파트를 덮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박씨는 “새벽에 차를 빼라는 방송을 듣고 나갔는데 지하주차장에 물이 발목까지 찼었다”며 “차를 뺀 뒤 지상에 있는 다른 차량을 옮기러 갔다 온 8분 사이 지하주차장에 물이 가득 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씨는 아파트에서 불과 50m 떨어진 도심 하천인 냉천에 교량을 만든 이후부터 하천이 자주 범람했다고 했다. 그는 “미리 대비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겠냐”며 “차수판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찾은 이 아파트 주변은 대규모 뻘을 연상케 했다. 아파트로 향하는 도로 양옆은 발목 높이의 진흙이 쌓였다. 물이 마르면서 수시로 흙바람이 몰려왔다. 군용차량, 소방차량이 뒤엉킨 아파트는 복구 작업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곳곳이 진흙탕이었다.
이날 공개된 지하주차장은 물을 많이 빼냈지만 여전히 어른 골반 아래 높이까지 물이 차있었고 신발, 물티슈 등이 떠다녔다. 차량은 파손된 채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일부 기둥에는 진흙 묻은 손으로 짚은 손가락 흔적도 보였다.
전날 침수 후 아파트는 정전과 단수 상황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아파트 주민 이모씨는 “밤새 못 자고 밖에 나와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참담한 비극에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황모씨는 “피해를 당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너무 허망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소방 당국의 현장 브리핑도 진행됐다. 소방 당국은 지하주차장을 8차례 수색했다. 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안에는 차량이 66대 주차(총 111면)돼 있었고 추가로 발견된 주민은 없었다. 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8명을, 2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명을 발견했다. 생존자 2명은 모두 1차 아파트 주차장에서였다. 1차 지하주차장에서는 8명 모두 차량 밖에서 발견됐고 2차 지하주차장에서는 1명이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이번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로 침수 발생 시 순식간에 수조처럼 변할 위험이 있는 지하주차장 등 지하시설에 대해 차수벽 등 안전시설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풍 피해는 포항 전역에서 발생했다. 포항 남구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에는 동네 이재민들이 대피했다. 대송면 주민들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며 “배수펌프장이 역할을 못하는 게 피해를 키웠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수년 전부터 얘기했지만 반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포항시는 76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대송면 주민이 260여명에 이른다.
포항=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퍼부은 집중호우 탓에 한 지하주차장에서만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포항 남구의 아파트 주변은 거대한 뻘처럼 변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박모씨는 7일 “차수판이 있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 6일 오전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뒤 차를 몰고 빠져나왔지만 주민 일부는 미처 나오지 못했다.
박씨는 당시 두 번째로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비가 퍼붓기 전날 지하주차장에 주차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아파트를 덮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박씨는 “새벽에 차를 빼라는 방송을 듣고 나갔는데 지하주차장에 물이 발목까지 찼었다”며 “차를 뺀 뒤 지상에 있는 다른 차량을 옮기러 갔다 온 8분 사이 지하주차장에 물이 가득 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씨는 아파트에서 불과 50m 떨어진 도심 하천인 냉천에 교량을 만든 이후부터 하천이 자주 범람했다고 했다. 그는 “미리 대비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겠냐”며 “차수판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찾은 이 아파트 주변은 대규모 뻘을 연상케 했다. 아파트로 향하는 도로 양옆은 발목 높이의 진흙이 쌓였다. 물이 마르면서 수시로 흙바람이 몰려왔다. 군용차량, 소방차량이 뒤엉킨 아파트는 복구 작업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곳곳이 진흙탕이었다.
이날 공개된 지하주차장은 물을 많이 빼냈지만 여전히 어른 골반 아래 높이까지 물이 차있었고 신발, 물티슈 등이 떠다녔다. 차량은 파손된 채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일부 기둥에는 진흙 묻은 손으로 짚은 손가락 흔적도 보였다.
전날 침수 후 아파트는 정전과 단수 상황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아파트 주민 이모씨는 “밤새 못 자고 밖에 나와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참담한 비극에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황모씨는 “피해를 당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너무 허망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소방 당국의 현장 브리핑도 진행됐다. 소방 당국은 지하주차장을 8차례 수색했다. 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안에는 차량이 66대 주차(총 111면)돼 있었고 추가로 발견된 주민은 없었다. 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8명을, 2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명을 발견했다. 생존자 2명은 모두 1차 아파트 주차장에서였다. 1차 지하주차장에서는 8명 모두 차량 밖에서 발견됐고 2차 지하주차장에서는 1명이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이번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로 침수 발생 시 순식간에 수조처럼 변할 위험이 있는 지하주차장 등 지하시설에 대해 차수벽 등 안전시설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풍 피해는 포항 전역에서 발생했다. 포항 남구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에는 동네 이재민들이 대피했다. 대송면 주민들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며 “배수펌프장이 역할을 못하는 게 피해를 키웠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수년 전부터 얘기했지만 반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포항시는 76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대송면 주민이 260여명에 이른다.
포항=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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