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쓰러진 80대 독거 노인이 119에 두 차례 구조요청을 했지만, 소방관이 신고를 제대로 접수하지 않아 7시간 넘게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5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80대 A 씨는 지난 6일 밤 10시쯤 충북 충주 자택에서 쓰러져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를 두 차례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구조대는 출동하지 않았고, 다음 날 오전까지 7시간 넘게 홀로 방치됐다가 가족들에게 발견돼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미 치료 골든타임은 지난 뒤였습니다. (※ 뇌경색은 발병 직후 3시간이 치료 골든타임)

당시 신고를 받은 소방관은 "첫 번째 신고는 받자마자 끊겨 '무응답 처리' 됐고, 30초간 이어진 두 번째 신고는 발음이 부정확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가 앓는 뇌경색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발음이 어눌해지는 현상'입니다.

119 상황실 매뉴얼에 따르면 노인이 신고할 때는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하는데, 단순히 '발음이 어눌해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긴급신고를 묵살한 셈입니다.

이 같은 사실은 15일 A 씨의 자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충청북도 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직무유기'라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습니다.

A 씨의 자녀는 이 글에서 "119 신고접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점은 중대 사안이자 직무유기"라며 "가족들에게 처음에는 무응답 신고였다고 거짓으로 일관한 충청북도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을 더는 믿을 수도 없고, 내부 자체조사를 한다는 그 말도 믿지 못 하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한편 충북소방본부는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소방관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습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119 신고접수 메뉴얼상 노인이 신고할 때는 주의를 기울이고 접수된 신고는 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해당 소방관은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해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