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연명하던 中企… 이자 낼 돈도 이젠 바닥.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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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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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연명’ 중소기업]中企 절반이상 한계상황 내몰려
“코로나이후 대출이자만 年4억, 영업이익은 1억 반토막”
충남의 A조선업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이 종전의 절반인 1억 원 정도로 줄었다. 150억 원에 이르는 은행 대출 때문에 연간 이자는 4억5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못 낼 판이다. 최근 조선 경기가 회복세지만 A사의 위기는 그대로다. 실적 부진으로 금융회사들이 ‘선수금 환급보증(RG)’을 꺼리기 때문이다. RG는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했을 때 금융회사가 선주(船主)에게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는 보험이다. 발주처와 수주처 간 안전장치 격인 RG가 없어 A사는 수주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중소 건설업체인 B사는 최근 철근, 레미콘,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현장 공사를 중단했다. 대형사는 원자재 수급 계약을 연간 단위로 맺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중소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B사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대출을 해준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적자 우려가 커져 대출 연장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회사 여신과 정부 지원금 등 이른바 ‘대출 백신’으로 연명해 오던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몰리고 있다. 실적 부진, 대출 증가, 재무 건전성 악화, 취약 기업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진 결과 더는 버티기 힘들게 된 것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1244개 중소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은 633곳(50.9%)이었다. 한은 분석 결과 취약 중소기업 비중은 2016년 처음 40% 선을 넘어선 뒤 2017년 43.2%, 2018년 46%, 2019년 49.7%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계 중소기업에 대출이 몰리면서 일부 여신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531조2000억 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1월 말(448조 원)보다 83조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기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조치는 일단 다음 달 말이 시한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시중은행이 대출을 제한하면 취약 중소기업들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금융지주회사 여신담당 임원도 “이자도 내기 어려운 기업의 부채는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자산이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 악화→대출→이익 감소→또 대출… ‘빚 폭탄’ 위태로운 中企.
폴리염화비닐(PVC) 플라스틱을 만드는 A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해운 물류 대란으로 납기일을 자주 어겼다.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거래를 끊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매출의 90%를 수출에 의존하는 A사의 영업이익은 2019년 10억 원대에서 지난해 2억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실적이 악화되자 코로나19 이전 공장 증설을 위해 받아둔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 5억 원을 내기도 버거워졌다. A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정부 지원금 10억여 원을 3%대 금리로 받았다. 일단 이 지원금으로 은행 대출 원금을 조금 갚았지만 불씨는 그대로다. 이 회사 대표는 “돈 빌릴 때까지만 해도 ‘금방 갚으면 된다’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했다.
○ ‘실적 악화, 대출 증가, 자산 매각’ 악순환
본보 취재 결과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작은 ‘취약기업’들은 사업 부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실적이 급락한 상태에서 대출 이자에 짓눌리고 자산 매각으로 외형을 줄이다 보니 성장동력은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2018년 10월부터 9개월 동안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B사도 그런 예다. B사는 회생 절차에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인 ‘DIP파이낸싱’으로 27억 원을 연 11% 금리로 빌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연 3%대 금리로 11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런 지원과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한 해 4억여 원에 이른다. 2019년 적자를 낸 B사는 지난해 업황이 좋아지면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회생 이력으로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시중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워서다. B사 대표는 “최근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신용등급이 최하위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공장 증설 등 생산시설을 추가로 확보해야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유람선을 만드는 C사는 지난해 일감이 전년보다 70%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50억 원에서 지난해 18억 원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 부진에 빠진 데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었다. 이 회사 대표는 “지난해 경영안정자금으로 5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원재료 확보에 상당 부분을 썼다”며 “그나마 들어온 주문 납기를 맞추려면 비싼 원자재라도 사야 하지만 사업을 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덫에 빠졌다”고 말했다.
○ 자금난, 인력난 겹쳐 사업 포기 늘어
자금난에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인력난이 겹친 중소기업이 사업 포기를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남의 금속가공업체 D사 대표는 최근 회사를 팔기로 했다. 고질적인 인력난 때문에 돌리지 못하게 된 기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내린 결정이다. 지난달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근무시간이 제한되면서 수당이 줄어들자 직원 40여 명 중 5명이 사표를 냈다. 그는 “인력난은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빚에 허덕이다 고사하기보다 헐값을 받더라도 회사를 파는 게 낫다”고 했다.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취약기업 수가 크게 늘면서 금융 부실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각종 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재무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4년 이상 장기존속 취약기업들이 ‘매출 감소→영업손실 확대→자기자본 축소’의 과정을 반복하며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회사들은 대출 상환 및 연체가 지속되다가 부도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다. 은행들은 대체로 중소기업 여신 자체가 대거 부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일부 ‘좀비기업’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있고 이 때문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본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최근 가계 대출 증가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상은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훨씬 크다”며 “가계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으로 관리가 되지만 중소기업 대출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복원해 중소기업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취약기업이 됐다면 코로나 변수로 회사가 어려워진 것이니 지원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도 “반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기업 자체 문제라면 정리 수순을 밟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사업 전환 지원 등 업종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사보 기자.
“코로나이후 대출이자만 年4억, 영업이익은 1억 반토막”
충남의 A조선업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이 종전의 절반인 1억 원 정도로 줄었다. 150억 원에 이르는 은행 대출 때문에 연간 이자는 4억5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못 낼 판이다. 최근 조선 경기가 회복세지만 A사의 위기는 그대로다. 실적 부진으로 금융회사들이 ‘선수금 환급보증(RG)’을 꺼리기 때문이다. RG는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했을 때 금융회사가 선주(船主)에게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는 보험이다. 발주처와 수주처 간 안전장치 격인 RG가 없어 A사는 수주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중소 건설업체인 B사는 최근 철근, 레미콘,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현장 공사를 중단했다. 대형사는 원자재 수급 계약을 연간 단위로 맺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중소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B사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대출을 해준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적자 우려가 커져 대출 연장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회사 여신과 정부 지원금 등 이른바 ‘대출 백신’으로 연명해 오던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몰리고 있다. 실적 부진, 대출 증가, 재무 건전성 악화, 취약 기업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진 결과 더는 버티기 힘들게 된 것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1244개 중소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은 633곳(50.9%)이었다. 한은 분석 결과 취약 중소기업 비중은 2016년 처음 40% 선을 넘어선 뒤 2017년 43.2%, 2018년 46%, 2019년 49.7%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계 중소기업에 대출이 몰리면서 일부 여신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531조2000억 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1월 말(448조 원)보다 83조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기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조치는 일단 다음 달 말이 시한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시중은행이 대출을 제한하면 취약 중소기업들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금융지주회사 여신담당 임원도 “이자도 내기 어려운 기업의 부채는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자산이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 악화→대출→이익 감소→또 대출… ‘빚 폭탄’ 위태로운 中企.
폴리염화비닐(PVC) 플라스틱을 만드는 A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해운 물류 대란으로 납기일을 자주 어겼다.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거래를 끊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매출의 90%를 수출에 의존하는 A사의 영업이익은 2019년 10억 원대에서 지난해 2억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실적이 악화되자 코로나19 이전 공장 증설을 위해 받아둔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 5억 원을 내기도 버거워졌다. A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정부 지원금 10억여 원을 3%대 금리로 받았다. 일단 이 지원금으로 은행 대출 원금을 조금 갚았지만 불씨는 그대로다. 이 회사 대표는 “돈 빌릴 때까지만 해도 ‘금방 갚으면 된다’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했다.
○ ‘실적 악화, 대출 증가, 자산 매각’ 악순환
본보 취재 결과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작은 ‘취약기업’들은 사업 부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실적이 급락한 상태에서 대출 이자에 짓눌리고 자산 매각으로 외형을 줄이다 보니 성장동력은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2018년 10월부터 9개월 동안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B사도 그런 예다. B사는 회생 절차에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인 ‘DIP파이낸싱’으로 27억 원을 연 11% 금리로 빌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연 3%대 금리로 11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런 지원과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한 해 4억여 원에 이른다. 2019년 적자를 낸 B사는 지난해 업황이 좋아지면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회생 이력으로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시중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워서다. B사 대표는 “최근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신용등급이 최하위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공장 증설 등 생산시설을 추가로 확보해야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유람선을 만드는 C사는 지난해 일감이 전년보다 70%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50억 원에서 지난해 18억 원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 부진에 빠진 데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었다. 이 회사 대표는 “지난해 경영안정자금으로 5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원재료 확보에 상당 부분을 썼다”며 “그나마 들어온 주문 납기를 맞추려면 비싼 원자재라도 사야 하지만 사업을 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덫에 빠졌다”고 말했다.
○ 자금난, 인력난 겹쳐 사업 포기 늘어
자금난에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인력난이 겹친 중소기업이 사업 포기를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남의 금속가공업체 D사 대표는 최근 회사를 팔기로 했다. 고질적인 인력난 때문에 돌리지 못하게 된 기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내린 결정이다. 지난달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근무시간이 제한되면서 수당이 줄어들자 직원 40여 명 중 5명이 사표를 냈다. 그는 “인력난은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빚에 허덕이다 고사하기보다 헐값을 받더라도 회사를 파는 게 낫다”고 했다.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취약기업 수가 크게 늘면서 금융 부실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각종 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재무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4년 이상 장기존속 취약기업들이 ‘매출 감소→영업손실 확대→자기자본 축소’의 과정을 반복하며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회사들은 대출 상환 및 연체가 지속되다가 부도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다. 은행들은 대체로 중소기업 여신 자체가 대거 부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일부 ‘좀비기업’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있고 이 때문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본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최근 가계 대출 증가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상은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훨씬 크다”며 “가계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으로 관리가 되지만 중소기업 대출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복원해 중소기업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취약기업이 됐다면 코로나 변수로 회사가 어려워진 것이니 지원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도 “반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기업 자체 문제라면 정리 수순을 밟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사업 전환 지원 등 업종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사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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