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남는데도 원료비 더 올린다고? 낙농-우유업계 갈등 진실은.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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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팀장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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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우유를 살펴보고 있다.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자, 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흰 우유를 사용하는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 등 우유를 사용하는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우유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 재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낙농진흥회 소위원회 회의에 이어 6일 낙농관련 조합장 협의회에서도 원유 가격 인상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원윳값을 올리려는 낙농업계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유업계, 12월까지 인상을 유예하자는 정부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을 둘러싼 쟁점과 진실을 따져본다.
낙농업계, 유업계, 정부 입장은?
낙농업계는 원유 가격을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생산비 증가에도 원윳값을 동결한 대신 올해는 8월 1일부터 인상하기로 한 낙농진흥회 의결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올해 들어 사룟값이 오르면서 생산비(791원→809원)도 늘었다고 강조한다.
반면, 유업계는 우유가 남는데도 원료 가격을 올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오히려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원유 가격을 올릴 경우, 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난감하다. 최근 30년 만에 최대로 오른 농축수산물가에 더해, 우윳값 상승이 전체 식품 물가까지 밀어 올리는 '밀크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두 업계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달 15일마다 정산되는 원유가격을 감안하면, 남은 협상 시간은 일주일뿐이다.
우유, 정말 남아도나
최근 우유가 남는 것은 사실이다. 흰 우유 소비량 자체가 줄고 있어서다.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8년 27㎏ △2019년 26.7㎏ △2020년 26.3㎏으로 감소 추세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며 작년 소비량은 최근 10년 중 가장 적었다.
가공유, 치즈 등을 만든 뒤 잉여 우유를 탈지분유 형태로 보관하는데, 이 재고량도 계속 늘어난다. 매년 5월 기준으로 2019년 1만10톤에서 지난해 1만1,394톤, 올해는 1만2,079톤으로 더 늘었다.
이에 원유 가격 산정체계인 ‘원유가격연동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가 남는데도, 업체별로 배정된 할당량을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건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 우유, 해외보다 비싸다?
한국의 우유가 해외보다 비싼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는 원유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비싼 가공·유통 비용도 영향을 끼친다.
2020년 기준 1㎏당 원윳값은 일본 다음으로 높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가격은 △일본(1,168원) △한국(1,051원) △미국(477원) △유럽(456원) △뉴질랜드(408원) 순이었다.
유업계의 가공·유통비용이 합쳐진 소비자 가격도 마찬가지다. 흰 우유 1ℓ 가격은 2013년 2,391원 이후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국제 물가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2,442원)은 전 세계 8위다. 일본(2,054원), 영국(1,456원), 미국(984원)보다 비싸다.
"소비자만 죽어나... 절충안 찾아야”
소비자단체들은 우려가 크다. 2018년에도 원윳값이 4원 오르자 유업계가 우유 가격을 크게 올렸다. 당시 서울우유는 1ℓ당 가격을 2,480원에서 2,570원으로 90원(3.6%) 인상했고,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가격(2,550원)은 그대로 두되, 용량을 1ℓ에서 900ml로 줄여 사실상 가격을 10%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낙농업계와 유업계, 정부 모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일단 낙농진흥회 의결로 인상하기로 한 가격의 50%만 적용하는 등 절충점을 찾고, 연말에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사보 기자.
우유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 재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낙농진흥회 소위원회 회의에 이어 6일 낙농관련 조합장 협의회에서도 원유 가격 인상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원윳값을 올리려는 낙농업계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유업계, 12월까지 인상을 유예하자는 정부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을 둘러싼 쟁점과 진실을 따져본다.
낙농업계, 유업계, 정부 입장은?
낙농업계는 원유 가격을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생산비 증가에도 원윳값을 동결한 대신 올해는 8월 1일부터 인상하기로 한 낙농진흥회 의결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올해 들어 사룟값이 오르면서 생산비(791원→809원)도 늘었다고 강조한다.
반면, 유업계는 우유가 남는데도 원료 가격을 올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오히려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원유 가격을 올릴 경우, 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난감하다. 최근 30년 만에 최대로 오른 농축수산물가에 더해, 우윳값 상승이 전체 식품 물가까지 밀어 올리는 '밀크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두 업계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달 15일마다 정산되는 원유가격을 감안하면, 남은 협상 시간은 일주일뿐이다.
우유, 정말 남아도나
최근 우유가 남는 것은 사실이다. 흰 우유 소비량 자체가 줄고 있어서다.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8년 27㎏ △2019년 26.7㎏ △2020년 26.3㎏으로 감소 추세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며 작년 소비량은 최근 10년 중 가장 적었다.
가공유, 치즈 등을 만든 뒤 잉여 우유를 탈지분유 형태로 보관하는데, 이 재고량도 계속 늘어난다. 매년 5월 기준으로 2019년 1만10톤에서 지난해 1만1,394톤, 올해는 1만2,079톤으로 더 늘었다.
이에 원유 가격 산정체계인 ‘원유가격연동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가 남는데도, 업체별로 배정된 할당량을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건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 우유, 해외보다 비싸다?
한국의 우유가 해외보다 비싼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는 원유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비싼 가공·유통 비용도 영향을 끼친다.
2020년 기준 1㎏당 원윳값은 일본 다음으로 높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가격은 △일본(1,168원) △한국(1,051원) △미국(477원) △유럽(456원) △뉴질랜드(408원) 순이었다.
유업계의 가공·유통비용이 합쳐진 소비자 가격도 마찬가지다. 흰 우유 1ℓ 가격은 2013년 2,391원 이후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국제 물가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2,442원)은 전 세계 8위다. 일본(2,054원), 영국(1,456원), 미국(984원)보다 비싸다.
"소비자만 죽어나... 절충안 찾아야”
소비자단체들은 우려가 크다. 2018년에도 원윳값이 4원 오르자 유업계가 우유 가격을 크게 올렸다. 당시 서울우유는 1ℓ당 가격을 2,480원에서 2,570원으로 90원(3.6%) 인상했고,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가격(2,550원)은 그대로 두되, 용량을 1ℓ에서 900ml로 줄여 사실상 가격을 10%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낙농업계와 유업계, 정부 모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일단 낙농진흥회 의결로 인상하기로 한 가격의 50%만 적용하는 등 절충점을 찾고, 연말에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사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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