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력' 전고체 배터리의 치명적 약점.
20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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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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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전지와 전고체전지 비교.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세종공장.
전기자동차·모바일 기기·신재생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리튬이온전지 등 배터리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모든 기기에 배터리가 장착되고, 기후 변화에 대비해 대규모 전기 저장 설비가 필수화되는 BoT(Battery of Things) 시대를 맞았다. ‘배터리는 미래를 저장하는 도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존 배터리의 한계인 잦은 발화사고나 충전 용량·속도·수명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도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찾아라"
이차전지 기술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잦은 발화 사고, 충전 속도 줄이기, 고용량화,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그 구체적인 과제다. 발화사고의 경우 현재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온의 매개체가 되는 전해액이 가연성 소재로 제작돼 공정이 불안정하고 분리막에 문제가 있을 경우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잦다. 또 완충을 위해 수십 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긴 충전시간과 한정된 에너지밀도(충전용량), 장기적인 사용 수명 확보 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는 지난 6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한국배터리산업의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뭐 하나를 올리면 다른 기능이 저하되는 트레이드 오프의 문제가 있다"면서 "뛰어난 기능을 갖고 있는 챔피언 소재를 발굴하더라도 전해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종합적으로 셀 내부의 구성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차전지 산·학·연에서는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과 아예 다른 방식·소재의 이차전지를 개발하는 등 두 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음극 소재를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대체하고 양극 소재도 값비싼 코발트 기반에서 하이니켈 기반으로 바꾸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전기연구원이 고용량의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을 개발해 민간업체에 11억원의 기술료를 받고 이전한 게 대표적 사례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성능이 뛰어나지만 부피가 팽창하는 등 단점이 있어 기존 기술로는 5%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기연은 전기전도성·강도가 뛰어난 그래핀을 실리콘 가루와 섞어 분말화하면서 실리콘의 단점을 없앴고 기존 배터리보다 20% 이상 용량을 높일 수 있는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등은 니켈·코발트·망간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으로 구성되는 양극재의 소재에서 에너지밀도가 더 높고 가격이 싼 니켈의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려는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전고체 전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전고체 전지도 리튬이온전지를 보완하는 기술이다. 전고체 전지는 리튬이온의 매개체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다. 이 경우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을 대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가 구조적으로 단단해져 화재가 날 일이 없고 심지어 포장이나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특히 고체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음극재 중 가장 큰 용량을 가졌지만 불안정해 사용하지 않았던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쓸 수 있게 돼 배터리의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전해질의 성분에 따라 고분자계, 산화물계, 황화물계 등으로 나눠진다. 고분자계는 생산이 쉽지만 이온전도성이 낮고, 산화물계는 안정적이지만 역시 이온전도성이 낮고 고온 열처리가 필요하다. 황화물계가 이온 전도성·계면 저항 특성 등 고른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수분에 취약해 습기 노출 시 가스 발생의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는 황화물계가 가장 우수한 소재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전해질 재료의 성능이 아직까지는 불충분하고 고체라서 사용할수록 내부 전기 저항이 증가해 수명이 짧아진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도요타, 독일의 폭스바겐 등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스타트업들이 2020년대 이내에 이 같은 단점을 없앤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SDI가 지난해 3월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 1000회 이상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전지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연구 결과를 공개했으며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리튬-황전지, 리튬금속전지, 금속공기전지 등 아예 리튬이온전지와는 소재나 방식이 다른 차세대 배터리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리튬-황전지가 대표적인데, 황 양극과 리틈 음극으로 구성돼 제조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에너지 용량이 5배 이상 높다. 황이 리튬이온과 반응하는 ‘변환반응’을 통해 ‘리튬 폴리설파이드’가 생산되는데, 이때 단위 무게당 배터리 용량은 1675mAh/g에 달한다. 현재 고함량 니켈 층상계 소재가 200mAh/g 정도인 것에 비하면 8배가 넘는다. 그러나 황 자체의 낮은 전기 전도도와 리튬 폴리설파이드가 소모되는 문제점 등으로 인해 수명이 짧아 아직까지는 미완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韓, 日 없인 배터리 못 만들 수준"
한국은 2000년대 이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가 집중 투자하면서 현재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한·중·일 삼국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중국과 반도체·배터리 패권 경쟁에 나선 미국이 한국 업체들에 손을 내밀 정도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의 갈 길은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업체는 한동안 고성능의 이차전지를 값싸게 생산하기 위한 제조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핵심 소재는 일본에서, 파우치나 전해액 첨가제·바인더(접착제) 등 주변 소재는 값 싼 중국에서 사다가 효율적으로 조립해 내다파는 데만 열을 올렸다. 최근 들어서야 음극재·양극재 등 핵심 소재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일본에 여전히 뒤지고 있고, 심지어 주변 소재의 경우 아예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2019년 일본이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에 들어 갔을 때, 업계에서는 배터리에까지 규제가 시행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인재 확보도 문제다.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났지만 대학 정원 등은 2010년대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중소기업 등은 대기업들의 인재 모시기 경쟁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은 "2019년 소부장 사태 때 한국의 배터리 부품·소재 생산 현황을 체크해 봤는데, 바인더 같은 경우는 전량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어 만약 일본이 규제를 실시했다면 아예 배터리를 못 만들 수준이었다"면서 "제조기술에 앞서 있지만 부품·소재 등 기초 원천 기술 등 우리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연구 개발과 투자를 집중하고 인재를 필요한 만큼 충분히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태 기자.
전기자동차·모바일 기기·신재생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리튬이온전지 등 배터리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모든 기기에 배터리가 장착되고, 기후 변화에 대비해 대규모 전기 저장 설비가 필수화되는 BoT(Battery of Things) 시대를 맞았다. ‘배터리는 미래를 저장하는 도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존 배터리의 한계인 잦은 발화사고나 충전 용량·속도·수명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도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찾아라"
이차전지 기술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잦은 발화 사고, 충전 속도 줄이기, 고용량화,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그 구체적인 과제다. 발화사고의 경우 현재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온의 매개체가 되는 전해액이 가연성 소재로 제작돼 공정이 불안정하고 분리막에 문제가 있을 경우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잦다. 또 완충을 위해 수십 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긴 충전시간과 한정된 에너지밀도(충전용량), 장기적인 사용 수명 확보 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는 지난 6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한국배터리산업의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뭐 하나를 올리면 다른 기능이 저하되는 트레이드 오프의 문제가 있다"면서 "뛰어난 기능을 갖고 있는 챔피언 소재를 발굴하더라도 전해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종합적으로 셀 내부의 구성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차전지 산·학·연에서는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과 아예 다른 방식·소재의 이차전지를 개발하는 등 두 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음극 소재를 흑연에서 실리콘으로 대체하고 양극 소재도 값비싼 코발트 기반에서 하이니켈 기반으로 바꾸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전기연구원이 고용량의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을 개발해 민간업체에 11억원의 기술료를 받고 이전한 게 대표적 사례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성능이 뛰어나지만 부피가 팽창하는 등 단점이 있어 기존 기술로는 5%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기연은 전기전도성·강도가 뛰어난 그래핀을 실리콘 가루와 섞어 분말화하면서 실리콘의 단점을 없앴고 기존 배터리보다 20% 이상 용량을 높일 수 있는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등은 니켈·코발트·망간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으로 구성되는 양극재의 소재에서 에너지밀도가 더 높고 가격이 싼 니켈의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려는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전고체 전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전고체 전지도 리튬이온전지를 보완하는 기술이다. 전고체 전지는 리튬이온의 매개체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다. 이 경우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을 대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가 구조적으로 단단해져 화재가 날 일이 없고 심지어 포장이나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특히 고체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음극재 중 가장 큰 용량을 가졌지만 불안정해 사용하지 않았던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쓸 수 있게 돼 배터리의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전해질의 성분에 따라 고분자계, 산화물계, 황화물계 등으로 나눠진다. 고분자계는 생산이 쉽지만 이온전도성이 낮고, 산화물계는 안정적이지만 역시 이온전도성이 낮고 고온 열처리가 필요하다. 황화물계가 이온 전도성·계면 저항 특성 등 고른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수분에 취약해 습기 노출 시 가스 발생의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는 황화물계가 가장 우수한 소재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전해질 재료의 성능이 아직까지는 불충분하고 고체라서 사용할수록 내부 전기 저항이 증가해 수명이 짧아진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도요타, 독일의 폭스바겐 등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스타트업들이 2020년대 이내에 이 같은 단점을 없앤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SDI가 지난해 3월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 1000회 이상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전지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연구 결과를 공개했으며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리튬-황전지, 리튬금속전지, 금속공기전지 등 아예 리튬이온전지와는 소재나 방식이 다른 차세대 배터리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리튬-황전지가 대표적인데, 황 양극과 리틈 음극으로 구성돼 제조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에너지 용량이 5배 이상 높다. 황이 리튬이온과 반응하는 ‘변환반응’을 통해 ‘리튬 폴리설파이드’가 생산되는데, 이때 단위 무게당 배터리 용량은 1675mAh/g에 달한다. 현재 고함량 니켈 층상계 소재가 200mAh/g 정도인 것에 비하면 8배가 넘는다. 그러나 황 자체의 낮은 전기 전도도와 리튬 폴리설파이드가 소모되는 문제점 등으로 인해 수명이 짧아 아직까지는 미완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韓, 日 없인 배터리 못 만들 수준"
한국은 2000년대 이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가 집중 투자하면서 현재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한·중·일 삼국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중국과 반도체·배터리 패권 경쟁에 나선 미국이 한국 업체들에 손을 내밀 정도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의 갈 길은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업체는 한동안 고성능의 이차전지를 값싸게 생산하기 위한 제조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핵심 소재는 일본에서, 파우치나 전해액 첨가제·바인더(접착제) 등 주변 소재는 값 싼 중국에서 사다가 효율적으로 조립해 내다파는 데만 열을 올렸다. 최근 들어서야 음극재·양극재 등 핵심 소재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일본에 여전히 뒤지고 있고, 심지어 주변 소재의 경우 아예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2019년 일본이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에 들어 갔을 때, 업계에서는 배터리에까지 규제가 시행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인재 확보도 문제다.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났지만 대학 정원 등은 2010년대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중소기업 등은 대기업들의 인재 모시기 경쟁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은 "2019년 소부장 사태 때 한국의 배터리 부품·소재 생산 현황을 체크해 봤는데, 바인더 같은 경우는 전량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어 만약 일본이 규제를 실시했다면 아예 배터리를 못 만들 수준이었다"면서 "제조기술에 앞서 있지만 부품·소재 등 기초 원천 기술 등 우리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연구 개발과 투자를 집중하고 인재를 필요한 만큼 충분히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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