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깃발.

2분기 반도체 매출 삼성전자 1조원 앞서
향후 파운드리가 순위 결정할 듯

삼성전자와 인텔의 반도체 선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3년 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랐는데,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를 놓고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 202억9700만 달러(약 23조8800억원) 반도체 매출을 기록, 세계 1위 반도체 공급업체가 됐다. 2018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인텔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같은 기간 인텔은 193억 달러(약 22조8400억원)의 매출을 기록, 2위로 내려 앉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만 인텔보다 1조원 넘는 반도체를 판매한 것이다.

IC인사이츠는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상승했고, 결국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을 끌어올렸다”라며 “3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23억 달러(약 26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인텔과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당분간 반도체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개선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당분간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업계는 파운드리 사업이 향후 삼성전자와 인텔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에서 강점을 갖는 삼성전자와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1위 인텔이 동시에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에 이어 세계 2위 파운드리 점유율(올해 1분기 기준 17%)을 기록하고 있는데, 인텔은 세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인텔이 200억달러(22조6600억원)를 투자,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언제든지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인텔이 업계 4위 글로벌파운드리스 인수를 추진하는 등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는 만큼 인텔의 추격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인텔과의 경쟁을 넘어 1위 기업 TSMC 추격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의 ‘비전 2030’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당분간 1위 자리를 유지하겠지만, 업황 상황에 따라 순위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라며 “파운드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앞으로는 파운드리가 삼성과 인텔의 순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김사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