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이마트·정유경의 신세계...증여세 위한 계열분리 ‘관전포인트’
2021.07
23
뉴스관리팀장
18시 50분
354
0
본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 신세계그룹 제공.
‘한 지붕 두 가족’ 남매 경영 체제 구축
SSG닷컴 통해 디지털 전환 함께 도모
‘조선 팰리스 vs 오노마’…독자 호텔로 경쟁도.
신세계그룹은 일찌감치 신세계 (274,000원 ▼ 2,000 -0.72%)와 이마트 (158,500원 ▼ 1,000 -0.63%) 두 축으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운영하는 ‘남매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그룹 계열 분리 당시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이 백화점과 조선호텔을 갖고 나오면서 출발했다. 당시엔 매출이 1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백화점과 할인점을 주축으로 41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1위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29조3910억원, 자산총액은 46조4090억원에 이른다.
◇ 이마트 정용진, 백화점 정유경 ‘남매 경영’
신세계그룹은 2011년 신세계가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 분할해 이마트 법인을 출범하면서 두 축으로 양분됐다.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7.31%, 정유경 총괄사장은 2.51%씩을 보유했지만,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보유하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독자 경영이 본격화됐다.
이어 지난해 9월 이명희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각각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남매 경영 구도가 확실해졌다.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은 지분율 18.55%로 이마트 최대 주주가 됐고, 정 총괄사장은 지분율 18.56%로 신세계 최대 주주가 됐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호텔 사업을 영위하는 이마트 계열은 정 부회장이,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패션 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백화점 계열은 정 총괄사장이 경영권을 갖게 된 셈이다.
두 남매의 성적은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2019년에는 신세계가 선방했으나, 지난해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한 이마트가 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반면,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업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81% 급감했다.
올 들어 신세계그룹은 굵직한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지난 2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를 시작으로 온라인 패션 쇼핑몰 W컨셉과 오픈마켓 업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만 3조8000억원이 넘는다. 향후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이다.
이전까지 자체 투자로 사업을 키워온 이마트가 공격적인 M&A를 단행한 이유는 오프라인 유통 업황의 부진에 따라 체질 변화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SSG닷컴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며 “반드시 이기는 해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도 신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명품·패션·뷰티 사업에 강점을 가진 신세계는 앞서 프랑스 패션하우스 폴 뽀아레의 상표권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스위스 명품 화장품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해 럭셔리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보톡스 1위 업체 휴젤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하긴 했지만, 주력 분야인 유통 및 패션·뷰티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신사업 진출을 계속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에는 대전에 5성급 독자 호텔 ‘오노마’를 개관한다. 앞서 정 총괄사장은 2008년까지 호텔 부문을 맡다 분리 경영으로 호텔 사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독자 브랜드로 호텔 사업에 진출하면서 남매 간 호텔 사업 경쟁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마침 정 부회장도 지난 5월 서울 강남에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으로 독자 브랜드를 출범한 터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호텔 경영 능력에 따라 향후 승계 구도가 확실시될 거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계열 분리, 아직은 시기상조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정반대의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직접 운영하며 ‘소통 경영’을 추구한다면, 정 총괄사장은 웬만한 공식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만큼 ‘은둔형 경영자’로 불린다.
이들은 독자 경영을 하면서도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두 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이 대표적이다.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면서 출범한 SSG닷컴은 이후 신세계에서 분리된 신세계몰을 흡수합병하면서 덩치가 커졌다.
현재 SSG닷컴은 이마트의 자회사지만 양사 지분(이마트 50.1%, 신세계 26.9%)이 모두 들어간 형태로,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M&A도 함께 추진한다. 지난 3월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마트는 1500억원, 신세계는 1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두 회사는 이마트의 장보기, 신세계백화점의 명품·뷰티·패션 사업과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결합해 상거래, 물류, 멤버십 등을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네이버가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양사는 올 4분기 이마트와 장보기 부문을 먼저 출시하고, 이후 명품 사업을 논의할 방침이다.
분리 경영 체제가 견고해짐에 따라 계열 분리가 언제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증권가에선 증여세 마련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일부 계열사의 지분 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남매는 지난해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지분에 대한 증여세 2962억원을 향후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1917억원, 정 총괄사장 1045억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이에 정 부회장이 보유한 광주신세계 지분을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신세계에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부회장은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광주신세계의 지분 52.08%를 갖고 있다. 신세계, 광주신세계, 신세계건설이 각각 27.6%, 25.0%, 19.9%의 지분을 가진 신세계의정부역사의 향방도 주목된다. 시장에선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가, SSG닷컴은 이마트가 맡는 식으로 지분이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완전 계열 분리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이명희 회장이 건재한 데다,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 간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유통가의 분석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증여가 이뤄진 것은 각 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계열 분리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동 기자
‘한 지붕 두 가족’ 남매 경영 체제 구축
SSG닷컴 통해 디지털 전환 함께 도모
‘조선 팰리스 vs 오노마’…독자 호텔로 경쟁도.
신세계그룹은 일찌감치 신세계 (274,000원 ▼ 2,000 -0.72%)와 이마트 (158,500원 ▼ 1,000 -0.63%) 두 축으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운영하는 ‘남매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그룹 계열 분리 당시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이 백화점과 조선호텔을 갖고 나오면서 출발했다. 당시엔 매출이 1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백화점과 할인점을 주축으로 41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1위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29조3910억원, 자산총액은 46조4090억원에 이른다.
◇ 이마트 정용진, 백화점 정유경 ‘남매 경영’
신세계그룹은 2011년 신세계가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 분할해 이마트 법인을 출범하면서 두 축으로 양분됐다.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7.31%, 정유경 총괄사장은 2.51%씩을 보유했지만,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보유하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독자 경영이 본격화됐다.
이어 지난해 9월 이명희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각각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남매 경영 구도가 확실해졌다.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은 지분율 18.55%로 이마트 최대 주주가 됐고, 정 총괄사장은 지분율 18.56%로 신세계 최대 주주가 됐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호텔 사업을 영위하는 이마트 계열은 정 부회장이,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패션 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백화점 계열은 정 총괄사장이 경영권을 갖게 된 셈이다.
두 남매의 성적은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2019년에는 신세계가 선방했으나, 지난해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한 이마트가 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반면,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업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81% 급감했다.
올 들어 신세계그룹은 굵직한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지난 2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를 시작으로 온라인 패션 쇼핑몰 W컨셉과 오픈마켓 업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만 3조8000억원이 넘는다. 향후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이다.
이전까지 자체 투자로 사업을 키워온 이마트가 공격적인 M&A를 단행한 이유는 오프라인 유통 업황의 부진에 따라 체질 변화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SSG닷컴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며 “반드시 이기는 해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도 신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명품·패션·뷰티 사업에 강점을 가진 신세계는 앞서 프랑스 패션하우스 폴 뽀아레의 상표권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스위스 명품 화장품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해 럭셔리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보톡스 1위 업체 휴젤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하긴 했지만, 주력 분야인 유통 및 패션·뷰티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신사업 진출을 계속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에는 대전에 5성급 독자 호텔 ‘오노마’를 개관한다. 앞서 정 총괄사장은 2008년까지 호텔 부문을 맡다 분리 경영으로 호텔 사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독자 브랜드로 호텔 사업에 진출하면서 남매 간 호텔 사업 경쟁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마침 정 부회장도 지난 5월 서울 강남에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으로 독자 브랜드를 출범한 터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호텔 경영 능력에 따라 향후 승계 구도가 확실시될 거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계열 분리, 아직은 시기상조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정반대의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직접 운영하며 ‘소통 경영’을 추구한다면, 정 총괄사장은 웬만한 공식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만큼 ‘은둔형 경영자’로 불린다.
이들은 독자 경영을 하면서도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두 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이 대표적이다.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면서 출범한 SSG닷컴은 이후 신세계에서 분리된 신세계몰을 흡수합병하면서 덩치가 커졌다.
현재 SSG닷컴은 이마트의 자회사지만 양사 지분(이마트 50.1%, 신세계 26.9%)이 모두 들어간 형태로,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M&A도 함께 추진한다. 지난 3월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마트는 1500억원, 신세계는 1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두 회사는 이마트의 장보기, 신세계백화점의 명품·뷰티·패션 사업과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결합해 상거래, 물류, 멤버십 등을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네이버가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양사는 올 4분기 이마트와 장보기 부문을 먼저 출시하고, 이후 명품 사업을 논의할 방침이다.
분리 경영 체제가 견고해짐에 따라 계열 분리가 언제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증권가에선 증여세 마련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일부 계열사의 지분 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남매는 지난해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지분에 대한 증여세 2962억원을 향후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1917억원, 정 총괄사장 1045억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이에 정 부회장이 보유한 광주신세계 지분을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신세계에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부회장은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광주신세계의 지분 52.08%를 갖고 있다. 신세계, 광주신세계, 신세계건설이 각각 27.6%, 25.0%, 19.9%의 지분을 가진 신세계의정부역사의 향방도 주목된다. 시장에선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가, SSG닷컴은 이마트가 맡는 식으로 지분이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완전 계열 분리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이명희 회장이 건재한 데다,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 간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유통가의 분석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증여가 이뤄진 것은 각 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계열 분리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동 기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