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주거안정? 꼼수만 부추겼다" 중개사들도 등 돌린 임대차법.
2021.07
29
뉴스관리팀장
11시 21분
388
0
본문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3억 원대 전세 아파트가 1년 만에 5억 원 후반까지 치솟았다. 물량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반토막 나 신규 세입자들은 구도심으로 밀려난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공인중개사 A씨)
"전세를 못 구한 서울 사람들이 몰려와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이던 빌라의 월세가 130만 원으로 올랐다."(경기 남양주시 호평동 공인중개사 B씨)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월세 시장의 극명한 변화는 '가격 상승'과 '매물 감소'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정부는 계약갱신율이 77%(이달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라며 임대차법 1년 효과를 자평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전월세 시장의 이면을 꿰고 있는 부동산중개사들도 마찬가지다. 세입자 주거안정이란 취지보다 전월세 가격 폭등 및 '이중가격', 매물 감소,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등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난무해 시장이 더 혼탁해졌다는 것도 공통된 지적이다.
28일 hbs뉴스광장은 수도권 및 세종, 부산 등 전국의 공인중개사 15명에게 임대차법 시행 후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에 대해 문의한 결과, 지역을 막론하고 전월세 가격이 1년 새 2배 가까이 뛴 반면 매물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답했다.
이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이 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것도 전세 품귀의 이유다. 매물이 줄고 집값 자체가 뛰니 신규 전셋값이 치솟는 건 당연한 순서라는 설명이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공인중개사 C씨는 "이 지역은 집값이 저렴해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들이 전세로 집을 옮겨다니곤 했는데 1년 새 2억 원 전후의 전셋값이 3억 원 후반대까지 뛰니 다들 '대출 받아서 집 살걸'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전했다.
전셋값 상승에 서민층부터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도 전국적인 현상이다. 세종 도담동의 공인중개사 D씨는 "세종 시내는 신규 전세가 두 배 넘게 올라 조치원읍 등 차로 20~30분 거리로 이동하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월세 가격 폭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집계한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483만 원으로 지난해 7월(4억9,922만 원)보다 1억3,562만 원 상승했다. 이전 1년(2019년 7월∼지난해 7월) 동안 상승액(3,568만 원)의 3.8배나 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지난해 초 7만8,895건에서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31일 6만1,767건으로 줄었고, 현재는 3만5,684건까지 떨어졌다.
전셋값이 매매가와 상당 부분 연계돼 있어도 임대차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일부는 되레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을 올렸다는 논리도 폈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공인중개사 E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른 아파트 가격은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셋값 폭등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같은 단지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에 따라 전셋값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이중가격,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 등도 1년간의 변화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19㎡는 지난 4월 9억7,650만 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5월엔 두 배가 넘는 21억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집주인들의 꼼수도 교묘해졌다. 전세를 주고 골치를 앓느니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숙소로 돌려 임대수익을 올리는 건 이미 '꿀팁'으로 통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공인중개사 F씨는 "최근엔 여름방학을 이용해 학원에 다니는 지방 학생들과 인근 아파트 실내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단기 거주 수요가 많다"고 귀띔했다.
계약갱신 부담으로 아예 집을 '공실' 상태로 두는 집주인들도 있다. 투자 목적 주택의 경우에도 원활한 매매를 위해 전세를 거둬 물량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공인중개사 G씨는 "집주인 입장에선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전입신고 후 공실 상태로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채우는 게 금전적으로는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실거주를 내세우는 거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세입자 입장에선 집주인의 실거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설사 다른 세입자를 들였어도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과 비용 대비 승소 시 실익이 크지 않은 탓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불신과 갈등은 악화일로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임대차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 건수는 임대차법 시행 전(지난해 1~7월) 월평균 1.7건에서 시행 후 22건(지난해 8월~올해 6월)으로 11배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기간' 관련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월평균 383.7건에서 1,240건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해도 부작용을 과소평가해 불안심리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공인중개사 15명 중 절반 이상이 '임대차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공인중개사 H씨는 "임대인에게도 출구를 열어 줘야 매물이 나오고, 세입자의 선택지도 넓어지는데 지금은 '모 아니면 도'라는 게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신규 계약 때부터 인상폭을 제한하는 등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현장에서는 전월세 인상 상한선을 올리거나, 갱신청구권 대신 계약의무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계약갱신을 수용하는 집주인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사보 기자.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3억 원대 전세 아파트가 1년 만에 5억 원 후반까지 치솟았다. 물량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반토막 나 신규 세입자들은 구도심으로 밀려난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공인중개사 A씨)
"전세를 못 구한 서울 사람들이 몰려와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이던 빌라의 월세가 130만 원으로 올랐다."(경기 남양주시 호평동 공인중개사 B씨)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월세 시장의 극명한 변화는 '가격 상승'과 '매물 감소'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정부는 계약갱신율이 77%(이달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라며 임대차법 1년 효과를 자평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전월세 시장의 이면을 꿰고 있는 부동산중개사들도 마찬가지다. 세입자 주거안정이란 취지보다 전월세 가격 폭등 및 '이중가격', 매물 감소,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등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난무해 시장이 더 혼탁해졌다는 것도 공통된 지적이다.
28일 hbs뉴스광장은 수도권 및 세종, 부산 등 전국의 공인중개사 15명에게 임대차법 시행 후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에 대해 문의한 결과, 지역을 막론하고 전월세 가격이 1년 새 2배 가까이 뛴 반면 매물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답했다.
이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이 늘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것도 전세 품귀의 이유다. 매물이 줄고 집값 자체가 뛰니 신규 전셋값이 치솟는 건 당연한 순서라는 설명이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공인중개사 C씨는 "이 지역은 집값이 저렴해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들이 전세로 집을 옮겨다니곤 했는데 1년 새 2억 원 전후의 전셋값이 3억 원 후반대까지 뛰니 다들 '대출 받아서 집 살걸'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전했다.
전셋값 상승에 서민층부터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도 전국적인 현상이다. 세종 도담동의 공인중개사 D씨는 "세종 시내는 신규 전세가 두 배 넘게 올라 조치원읍 등 차로 20~30분 거리로 이동하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월세 가격 폭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집계한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483만 원으로 지난해 7월(4억9,922만 원)보다 1억3,562만 원 상승했다. 이전 1년(2019년 7월∼지난해 7월) 동안 상승액(3,568만 원)의 3.8배나 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지난해 초 7만8,895건에서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31일 6만1,767건으로 줄었고, 현재는 3만5,684건까지 떨어졌다.
전셋값이 매매가와 상당 부분 연계돼 있어도 임대차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일부는 되레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을 올렸다는 논리도 폈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공인중개사 E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른 아파트 가격은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셋값 폭등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같은 단지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에 따라 전셋값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이중가격,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 등도 1년간의 변화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19㎡는 지난 4월 9억7,650만 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5월엔 두 배가 넘는 21억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집주인들의 꼼수도 교묘해졌다. 전세를 주고 골치를 앓느니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숙소로 돌려 임대수익을 올리는 건 이미 '꿀팁'으로 통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공인중개사 F씨는 "최근엔 여름방학을 이용해 학원에 다니는 지방 학생들과 인근 아파트 실내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단기 거주 수요가 많다"고 귀띔했다.
계약갱신 부담으로 아예 집을 '공실' 상태로 두는 집주인들도 있다. 투자 목적 주택의 경우에도 원활한 매매를 위해 전세를 거둬 물량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공인중개사 G씨는 "집주인 입장에선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전입신고 후 공실 상태로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채우는 게 금전적으로는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실거주를 내세우는 거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세입자 입장에선 집주인의 실거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설사 다른 세입자를 들였어도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과 비용 대비 승소 시 실익이 크지 않은 탓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불신과 갈등은 악화일로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임대차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 건수는 임대차법 시행 전(지난해 1~7월) 월평균 1.7건에서 시행 후 22건(지난해 8월~올해 6월)으로 11배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기간' 관련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월평균 383.7건에서 1,240건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해도 부작용을 과소평가해 불안심리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공인중개사 15명 중 절반 이상이 '임대차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공인중개사 H씨는 "임대인에게도 출구를 열어 줘야 매물이 나오고, 세입자의 선택지도 넓어지는데 지금은 '모 아니면 도'라는 게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신규 계약 때부터 인상폭을 제한하는 등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현장에서는 전월세 인상 상한선을 올리거나, 갱신청구권 대신 계약의무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계약갱신을 수용하는 집주인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사보 기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