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기술과 호반 자금 만나면, 해저케이블 해외진격
2021.07
22
뉴스관리팀장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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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이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현금을 두둑이 들고 있는 ‘알짜 대기업’ 호반그룹을 새 주인으로 만났다.
대한전선은 일제 강점기인 1941년에 세워져서 2000년대 중반까지 무려 60년 동안 국내 전선업계 1위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설원량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위기에 빠졌고 결국 LS전선에 1위를 내주고 말았다.
대한전선은 과연 호반그룹의 등을 업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대한전선은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뻗어 나갈 수 있을까?
◆ 호반그룹 토목기술과 자금력, 대한전선 해외사업 확장에 날개
대한전선은 호반그룹 합류가 대한전선의 해외사업 확장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선업계는 대한전선이 국내 1위를 하고 있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 사업무대도 국내에서 세계로 넓어졌다. 대한전선의 해외매출 비중은 40%가 넘는다.
현재 대한전선을 맡고 있는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은 2019년 5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해외사업 확대에 공을 기울였다. 나 사장은 전체 근무일의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사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CRU 와이어&케이블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해 “대한전선이 경영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이제 해외투자와 기술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확대해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반그룹 역시 대한전선이 이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그룹은 대한전선을 인수한 직후 나 사장, 김윤수 부사장, 이기원 재무기획실장 등 대한전선의 주요 임원을 그대로 중용했다.
그렇다면 호반그룹은 대한전선의 해외사업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해외수주가 ‘턴키’방식으로 이뤄진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턴키방식이란, 단순히 전력케이블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시공, 준공 검사 등까지 모든 단계를 한 번에 일괄계약하는 방법을 말한다.
호반그룹, 그중에서도 대한전선의 인수주체인 호반산업은 건설, 토목, 엔지니어링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호반산업을 등에 업은 대한전선은 턴키사업 수주 경쟁에서 지금까지보다 훨씬 커다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에 좀 더 눈에 보이는 형태로 힘이 될 가능성도 크다. ‘해외 생산기지 확대’를 통해서다.
대한전선이 다루는 전선은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전선과 다르다. 대부분 매우 크고 무거우며 땅속이나 바닷속에 매설한다.
그래서 제품의 운송거리가 매우 중요하다. 운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전선의 2021년 1분기 보고서는 “초고압케이블, 특수케이블 등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이외의 제품은 운송거리 등 물리적 제약으로 수출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즉 대한전선의 글로벌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각 지역에 생산거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한전선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LS전선 역시 공격적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이집트에도 생산기지를 열었다.
문제는 세계 생산기지 확보에 돈이 아주 많이 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대한전선의 큰 고민이었다. 지금까지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에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호반그룹을 만났다.
호반그룹에도 대한전선의 해외시장 확대는 매우 반길만한 일이다. 애초에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호반그룹의 해외시장 공략을 들기도 한다.
호반그룹은 아직 해외에서 이렇다 할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전선이 해외시장에서 기반을 쌓아놓으면 그 기반을 호반그룹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의 해외시장 공략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선규 호반그룹 총괄회장은 대한전선을 인수한 직후 ‘대한전선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전선은 베트남(대한VINA), 남아프리카공화국(M-TEC),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대한) 등에 해외 공장을 두고 있다.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와 함께 이 현지 생산기지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 생산기지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추진해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이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해외 각 나라의 움직임도 매우 대한전선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정책의 핵심요소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대한전선의 전력케이블이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은 전력 인프라가 노후화된 지역이 매우 많다. 유럽 각 나라는 최근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를 교체하고 있는데, 대한전선에 커다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 해저케이블사업, 호반그룹의 자금과 대한전선의 기술이 만나면
대한전선의 미래를 전망하려면 또 봐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해저케이블사업이다.
나 사장은 5월 실시한 조직개편에서 해상풍력사업단을 신설했다. 그동안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던 해저케이블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해저케이블시장은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열풍을 타고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열풍으로 세계에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붐이 불고 있는데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해저케이블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RU에 따르면 해저케이블시장 규모는 2020년 2조6690억 원에서 2025년 5조1087억 원으로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상 풍력발전단지에 사용되는 해저케이블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해상 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외부망’ 해저 케이블과 해상 풍력발전단지 내부에서 터빈들과 저장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내부망’ 해저 케이블이다.
대한전선은 일단 ‘내부망’ 해저케이블에 집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한전선에 해저케이블은 ‘신사업’인데, 내부망 해저케이블은 외부망 해저케이블보다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물론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것이지,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기 때문에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 일이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해저케이블은 굉장히 부피가 크고 무게도 무겁기 때문에 육로운송이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해저케이블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해저케이블을 생산한 뒤 바로 배에 실을 수 있는 ‘임해생산공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전선에는 임해케이블공장이 없다. 매우 소량의 해저케이블을 바다 근처가 아닌 내륙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해공장이 필요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호반그룹의 존재감이 커진다.
해저케이블 생산기술은 있지만 임해공장을 짓지 못해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사업을, 호반그룹이 이끌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전선의 기술과 호반그룹의 자금이 만나면서 생긴 시너지가 대한전선의 신사업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추진력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한전선은 올해 안으로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임해공장 착공을 시작하기 위해 현재 공장부지를 물색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대한전선은 2022년에는 임해공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대한전선은 아까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던 외부망 해저케이블사업에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외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LS전선뿐인데, 대한전선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전선 역시 생산기술 자체는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내부망 케이블사업을 통해 해상 풍력발전단지사업에 참가해 경력과 신뢰를 쌓은 후, 좀 더 진입장벽이 높은 외부용 케이블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호반산업이 해상 풍력발전단지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대한전선과 호반산업의 시너지를 강화해주는 측면 가운데 하나다.
특히 호반산업이 이번 인수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에 뛰어들어 해외 해상 풍력발전단지 건설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서남해 해상 풍력발전단지 등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내수용’ 사업에 머무는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사업이 해외로 뻗어 나가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저케이블시장은 세계적으로 무척 고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가 한국의 ‘K-전선기술’을 원한다, 대한전선과 LS전선 경쟁 시작될까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분야가 생각보다 많다. 전선산업도 그 가운데 하나다.
국내 양대 전선기업,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매각이 수면위로 떠올랐을 때 전선업계에 이런 말이 돌았다. “중국 기업이 대한전선을 인수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전선업계에서 이는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었다. 대한전선이 보유하고 있는 피복, 절연기술의 수준이 매우 높은데 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우리나라 전선기업들의 기술력을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대한전선의 500kV 고압케이블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했다.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기업에 매각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한전선은 호반그룹의 품에 들어가게 됐다.
대한전선은 500kV 전선기술 외에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선기술을 갖추고 있다. 미국 최대의 전력회사 PG&E가 올해 5월 5천 개가 넘는 협력회사 가운데 품질이 가장 높은 협력사 3곳을 선정했는데 전력케이블회사로는 유일하게 대한전선이 포함되기도 했다.
호반그룹의 품에 들어가 날개를 달게 된 대한전선과 2000년대 후반부터 줄곧 전선 최강자의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LS전선, 두 기업이 해외 전력케이블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 전선사업을 앞으로도 계속 세계가 탐내는 ‘K-전선’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장병하 기자
대한전선은 일제 강점기인 1941년에 세워져서 2000년대 중반까지 무려 60년 동안 국내 전선업계 1위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설원량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위기에 빠졌고 결국 LS전선에 1위를 내주고 말았다.
대한전선은 과연 호반그룹의 등을 업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대한전선은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뻗어 나갈 수 있을까?
◆ 호반그룹 토목기술과 자금력, 대한전선 해외사업 확장에 날개
대한전선은 호반그룹 합류가 대한전선의 해외사업 확장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선업계는 대한전선이 국내 1위를 하고 있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 사업무대도 국내에서 세계로 넓어졌다. 대한전선의 해외매출 비중은 40%가 넘는다.
현재 대한전선을 맡고 있는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은 2019년 5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해외사업 확대에 공을 기울였다. 나 사장은 전체 근무일의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사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CRU 와이어&케이블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해 “대한전선이 경영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이제 해외투자와 기술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확대해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반그룹 역시 대한전선이 이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그룹은 대한전선을 인수한 직후 나 사장, 김윤수 부사장, 이기원 재무기획실장 등 대한전선의 주요 임원을 그대로 중용했다.
그렇다면 호반그룹은 대한전선의 해외사업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해외수주가 ‘턴키’방식으로 이뤄진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턴키방식이란, 단순히 전력케이블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시공, 준공 검사 등까지 모든 단계를 한 번에 일괄계약하는 방법을 말한다.
호반그룹, 그중에서도 대한전선의 인수주체인 호반산업은 건설, 토목, 엔지니어링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호반산업을 등에 업은 대한전선은 턴키사업 수주 경쟁에서 지금까지보다 훨씬 커다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에 좀 더 눈에 보이는 형태로 힘이 될 가능성도 크다. ‘해외 생산기지 확대’를 통해서다.
대한전선이 다루는 전선은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전선과 다르다. 대부분 매우 크고 무거우며 땅속이나 바닷속에 매설한다.
그래서 제품의 운송거리가 매우 중요하다. 운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전선의 2021년 1분기 보고서는 “초고압케이블, 특수케이블 등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이외의 제품은 운송거리 등 물리적 제약으로 수출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즉 대한전선의 글로벌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각 지역에 생산거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한전선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LS전선 역시 공격적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이집트에도 생산기지를 열었다.
문제는 세계 생산기지 확보에 돈이 아주 많이 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대한전선의 큰 고민이었다. 지금까지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에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호반그룹을 만났다.
호반그룹에도 대한전선의 해외시장 확대는 매우 반길만한 일이다. 애초에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호반그룹의 해외시장 공략을 들기도 한다.
호반그룹은 아직 해외에서 이렇다 할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전선이 해외시장에서 기반을 쌓아놓으면 그 기반을 호반그룹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의 해외시장 공략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선규 호반그룹 총괄회장은 대한전선을 인수한 직후 ‘대한전선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전선은 베트남(대한VINA), 남아프리카공화국(M-TEC),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대한) 등에 해외 공장을 두고 있다.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와 함께 이 현지 생산기지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 생산기지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추진해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이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해외 각 나라의 움직임도 매우 대한전선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정책의 핵심요소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대한전선의 전력케이블이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은 전력 인프라가 노후화된 지역이 매우 많다. 유럽 각 나라는 최근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를 교체하고 있는데, 대한전선에 커다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 해저케이블사업, 호반그룹의 자금과 대한전선의 기술이 만나면
대한전선의 미래를 전망하려면 또 봐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해저케이블사업이다.
나 사장은 5월 실시한 조직개편에서 해상풍력사업단을 신설했다. 그동안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던 해저케이블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해저케이블시장은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열풍을 타고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열풍으로 세계에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붐이 불고 있는데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해저케이블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RU에 따르면 해저케이블시장 규모는 2020년 2조6690억 원에서 2025년 5조1087억 원으로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상 풍력발전단지에 사용되는 해저케이블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해상 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외부망’ 해저 케이블과 해상 풍력발전단지 내부에서 터빈들과 저장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내부망’ 해저 케이블이다.
대한전선은 일단 ‘내부망’ 해저케이블에 집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한전선에 해저케이블은 ‘신사업’인데, 내부망 해저케이블은 외부망 해저케이블보다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물론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것이지,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세계적으로 몇 군데 없기 때문에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 일이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해저케이블은 굉장히 부피가 크고 무게도 무겁기 때문에 육로운송이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해저케이블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해저케이블을 생산한 뒤 바로 배에 실을 수 있는 ‘임해생산공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전선에는 임해케이블공장이 없다. 매우 소량의 해저케이블을 바다 근처가 아닌 내륙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해공장이 필요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호반그룹의 존재감이 커진다.
해저케이블 생산기술은 있지만 임해공장을 짓지 못해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사업을, 호반그룹이 이끌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전선의 기술과 호반그룹의 자금이 만나면서 생긴 시너지가 대한전선의 신사업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추진력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한전선은 올해 안으로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임해공장 착공을 시작하기 위해 현재 공장부지를 물색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대한전선은 2022년에는 임해공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대한전선은 아까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던 외부망 해저케이블사업에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외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LS전선뿐인데, 대한전선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전선 역시 생산기술 자체는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내부망 케이블사업을 통해 해상 풍력발전단지사업에 참가해 경력과 신뢰를 쌓은 후, 좀 더 진입장벽이 높은 외부용 케이블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호반산업이 해상 풍력발전단지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대한전선과 호반산업의 시너지를 강화해주는 측면 가운데 하나다.
특히 호반산업이 이번 인수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에 뛰어들어 해외 해상 풍력발전단지 건설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서남해 해상 풍력발전단지 등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내수용’ 사업에 머무는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사업이 해외로 뻗어 나가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저케이블시장은 세계적으로 무척 고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가 한국의 ‘K-전선기술’을 원한다, 대한전선과 LS전선 경쟁 시작될까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분야가 생각보다 많다. 전선산업도 그 가운데 하나다.
국내 양대 전선기업,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매각이 수면위로 떠올랐을 때 전선업계에 이런 말이 돌았다. “중국 기업이 대한전선을 인수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전선업계에서 이는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었다. 대한전선이 보유하고 있는 피복, 절연기술의 수준이 매우 높은데 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우리나라 전선기업들의 기술력을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대한전선의 500kV 고압케이블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했다.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기업에 매각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한전선은 호반그룹의 품에 들어가게 됐다.
대한전선은 500kV 전선기술 외에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선기술을 갖추고 있다. 미국 최대의 전력회사 PG&E가 올해 5월 5천 개가 넘는 협력회사 가운데 품질이 가장 높은 협력사 3곳을 선정했는데 전력케이블회사로는 유일하게 대한전선이 포함되기도 했다.
호반그룹의 품에 들어가 날개를 달게 된 대한전선과 2000년대 후반부터 줄곧 전선 최강자의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LS전선, 두 기업이 해외 전력케이블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 전선사업을 앞으로도 계속 세계가 탐내는 ‘K-전선’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장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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