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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세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 "백의종군하겠다"

20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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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경선 후보를 전격 사퇴했다. 화려한 정치경력과 탄탄한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전날까지 경선 선거인단 누적 득표율이 4%대에 그치자 내놓은 결단이다. 정 전 총리가 이날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아 그의 득표율을 이어 받으려는 이재명 경기지자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어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기자회견 직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후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적어도 호남 경선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정 전 총리의 중도 사퇴를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오는 25·26일 호남 순회경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면서 캠프 내에서 중도 사퇴 의견에 힘이 실렸다.

정 전 총리의 후보 사퇴는 경선 전략으로 세운 ‘충청 승리’가 실패하면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는 당초 지난 4·5일 충청 순회경선에서 두 자릿 수의 지지율을 얻어 1·2위 주자를 추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충청 경선 득표율은 7.84%에 머물렀고 지난 11일 대구·경북(3.60%)과 지난 12일 강원(6.39%) 경선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국민과 일반당원 50만명이 참여한 12일 1차 국민선거인단 득표율 역시 4.03%를 얻는데 그쳤다.

12일까지 4.27%라는 정 전 총리의 누적 득표율은 그의 화려한 정치경력과 탄탄한 조직세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조직세가 미미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누적 득표율 11.35%)에게 3위 자리를 내주면서 완주 의지가 꺾였다.
이 같은 낮은 득표율은 팬덤의 부재와 정책적 차별화의 실패 때문으로 보인다. 중도·통합 이미지를 가진 정 전 총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했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선거 슬로건은 미래 비전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날 사퇴를 선언한 정 전 총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자신의 지지율이 낮아 ‘캐스팅 보트’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누적 득표율 31.08%인 이 전 대표에게 힘을 보태준다해도, 이 지사(누적 득표율 51.41%)를 따라잡는 데는 큰 힘이 되지 못한다. 반대로 이 지사는 과반 득표율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이 지사 지지선언으로 얻을 정 전 총리의 ‘지분’은 사실상 없다. 정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캐스팅 보트’로서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의 4%대 지지를 가져가기 위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에서 승리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이 전 대표 입장에선 그의 지지가 절실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정 전 총리와 오찬 모임 등을 갖고 “민주정부 4기 탄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거론되는 단일화설에 정 전 총리가 선을 그으면서 흐지부지됐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정 전 총리의 지지세를 받으면 호남에서 승리를 확정 짓는데 한결 유리해진다고 본다. 특히 정 전 총리의 고향인 전북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지사는 지난달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정 전 총리를 “우리 당의 구원투수” “넉넉한 인품”이라고 추켜 세우며 “정 후보와 함께 (정 후보의 공약인)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와 힘을 합치거나 적어도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와 손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됐다. 이에 당시 정 전 총리는 “뜬금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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