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5년, 업적이 떠오르지 않는다.
2021.09
27
뉴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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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 덕분에 많은 이와 재회할 수 있었다. 모처럼 만나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누구도 ‘문재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유엔 방문을 두고 누군가 ‘BTS 인기에 숟가락 얹었다’고 한마디 했으나 아무도 거기에 말을 더하지 않았다. 한편에 짜증스러움과 답답함, 다른 한편에는 그런 시간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문득 문재인 5년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징적이라고 할 만한 업적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조국, 분열, 부동산, 적폐 청산, 코로나 등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둔 어젠다는 정말 없었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든다. 이승만,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이후의 단임 대통령도 제각기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북방 정책, 군의 탈정치화, 햇볕 정책, 탈권위, 녹색 성장. 이 각각은 노태우부터 이명박까지 각 대통령을 상징하는 업적이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임기 마무리 시점이지만 문 대통령의 대표 업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여러 면에서 지난 5년은 ‘특별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고, 필요한 곳에서 대통령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국무회의보다 청와대 비서들과 하는 회의를 중시했고, 기자회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대통령이 내려야 하는 중요한 결정도 회피하거나
다른 데로 떠넘기는 듯이 보였다. 적폐 청산을 내세웠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은 미래 지향적일 수 없고 그나마 반대자를 잡아넣었을 뿐 정작 필요한 제도 개선은 이뤄내지 못했다. 유명 연예인과 만나고, 독립운동가 유골 송환이나 첨단 국방 무기 실험처럼 모양새 나는 곳에 얼굴을 보일 뿐, 정작 갈등을 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곳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의 지지도가 전례 없이 높은 비율로 유지되는지 모르지만, 그 리더십으로 당대 국민은 피곤했고 역사는 박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방관적이고 무책임한 리더십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언론중재법이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애초에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입법부 소관인 법안 자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을 보며 과연 ‘누가 통치하는가(Who governs)?’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정치에서 언제부터 집권당이 대통령 뜻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법안을 다루게 되었고, 대통령은 자기 뜻과 맞지 않는 법안을 집권당이 ‘함부로’ 처리하려는 것을 소 닭 보듯이 하게 되었을까. 미국과 달리 한국 정치 체제에서 대통령은 법안 거부권뿐만 아니라 법안 제출권까지 갖는다.
입법 과정이 전적으로 ‘입법부 소관’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법안은 대통령이 소속당 지도부, 필요하다면 야당 지도부와도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치기 마련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주요 법안 처리에 앞서 당정협의회라는 제도적 관행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난 빠질 테니 집권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입법부에서 알아서 그 법을 처리하라는 것은 대통령의 무능력이나 무책임 둘 가운데 하나 때문일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문 대통령은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있으니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임기 후반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이나 장악력이 약해져 대통령의 뜻이 집권당에 무시당하기 때문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문 대통령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그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지 않고 뒤편으로 물러서 있으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위와 권력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아랫사람들’에게 이용되어 온 것 같다. 상식보다는 오기처럼 느껴진 각종 정책 추진과 도를 넘어서는 각종 ‘자리 나눔’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이 모르거나 방관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 때문일 것이다. 결국 돌이켜보면 통치에, 정치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대통령에 선출한 것이다. 애당초 정치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문 대통령이다. 경험도, 준비도 충분치 않았지만 떠밀려 그 자리까지 간 셈이다.
추석 모임에서 화제가 차기 대선 후보들로 옮아갔다. 여기서도 별로 말이 없었다. 누군가 한마디 했다. “이런 대통령제 계속해야 해?” 다들 고개는 끄덕거렸지만,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해하는 모습이었다.
김경태 기자.
문득 문재인 5년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징적이라고 할 만한 업적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조국, 분열, 부동산, 적폐 청산, 코로나 등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둔 어젠다는 정말 없었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든다. 이승만,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이후의 단임 대통령도 제각기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북방 정책, 군의 탈정치화, 햇볕 정책, 탈권위, 녹색 성장. 이 각각은 노태우부터 이명박까지 각 대통령을 상징하는 업적이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임기 마무리 시점이지만 문 대통령의 대표 업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여러 면에서 지난 5년은 ‘특별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고, 필요한 곳에서 대통령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국무회의보다 청와대 비서들과 하는 회의를 중시했고, 기자회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대통령이 내려야 하는 중요한 결정도 회피하거나
다른 데로 떠넘기는 듯이 보였다. 적폐 청산을 내세웠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은 미래 지향적일 수 없고 그나마 반대자를 잡아넣었을 뿐 정작 필요한 제도 개선은 이뤄내지 못했다. 유명 연예인과 만나고, 독립운동가 유골 송환이나 첨단 국방 무기 실험처럼 모양새 나는 곳에 얼굴을 보일 뿐, 정작 갈등을 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곳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의 지지도가 전례 없이 높은 비율로 유지되는지 모르지만, 그 리더십으로 당대 국민은 피곤했고 역사는 박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방관적이고 무책임한 리더십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언론중재법이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애초에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입법부 소관인 법안 자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을 보며 과연 ‘누가 통치하는가(Who governs)?’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정치에서 언제부터 집권당이 대통령 뜻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법안을 다루게 되었고, 대통령은 자기 뜻과 맞지 않는 법안을 집권당이 ‘함부로’ 처리하려는 것을 소 닭 보듯이 하게 되었을까. 미국과 달리 한국 정치 체제에서 대통령은 법안 거부권뿐만 아니라 법안 제출권까지 갖는다.
입법 과정이 전적으로 ‘입법부 소관’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법안은 대통령이 소속당 지도부, 필요하다면 야당 지도부와도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치기 마련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주요 법안 처리에 앞서 당정협의회라는 제도적 관행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난 빠질 테니 집권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입법부에서 알아서 그 법을 처리하라는 것은 대통령의 무능력이나 무책임 둘 가운데 하나 때문일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문 대통령은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있으니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임기 후반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이나 장악력이 약해져 대통령의 뜻이 집권당에 무시당하기 때문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문 대통령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그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지 않고 뒤편으로 물러서 있으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위와 권력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아랫사람들’에게 이용되어 온 것 같다. 상식보다는 오기처럼 느껴진 각종 정책 추진과 도를 넘어서는 각종 ‘자리 나눔’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이 모르거나 방관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 때문일 것이다. 결국 돌이켜보면 통치에, 정치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대통령에 선출한 것이다. 애당초 정치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문 대통령이다. 경험도, 준비도 충분치 않았지만 떠밀려 그 자리까지 간 셈이다.
추석 모임에서 화제가 차기 대선 후보들로 옮아갔다. 여기서도 별로 말이 없었다. 누군가 한마디 했다. “이런 대통령제 계속해야 해?” 다들 고개는 끄덕거렸지만,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해하는 모습이었다.
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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