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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론중재법 앞에서 작아질 기자들.

2021.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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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한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특정 매체와 그 조직에 소속된 개인을 동일시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기자 개인에 대한 평가는 그가 남긴 결과물(기사)이 최소한의 윤리를 지켰는지, 적어도 기자 개인의 양심에 입각해 보도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형성하는 ‘업계의 평판’이란 그렇다. 얼마나 단독보도를 했느냐보다 얼마나 기본에 충실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특정 매체를 미워할 때도 있다. 제목만 보고 피가 거꾸로 치솟는 보도도 분명 있다. 그래도 그 조직에 몸담은 사람들을 함부로 매도하진 말자 싶다. 악랄한 기사를 썼다면, 악취는 기자의 이름에 영영 남는다. 민주주의 저널리즘에서는 기자 개인이 자기 평판을 의식하는 데에서 자정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기준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상한 매체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들’의 공간을 확보해주고 싶어서다. 거악처럼 느껴지는 매체에도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부투쟁이 성과를 거두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회사 측이 개별 기자를 압살해버리는 환경이 구축될 때다.

법사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목표가 명확하다.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신문·방송사에 잘못된 보도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그런데 훗날 진실인 보도가 ‘무고한 음해’로 포장될 때도 있고, 시류에 편승한 보도가 나중에 거짓이 될 때도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배상의 책임이 징벌적 형태로 부과된다면, 사측은 기자 개인에게, 그리고 편집국에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커진다. 기자 개인은 더더욱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과연 모든 언론사 편집국이 ‘회사 걱정은 하지 말고 네 취재와 신념에 근거한 기사를 쓰라’고 권할까? 저널리즘은 태생적으로 언론사가 사기업이라는 특성에서 출발한다. 사기업에게 공적 책임을 전가하는 독특한 영역이다. 이 사기업에 ‘공공을 위한 언론보도’라는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기자들에게 각자 회사와 싸울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 괜찮은 민주주의라면 그 공간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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