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석열, 경선 주도권 둘러싼 일주일간의 설전.
2021.08
22
뉴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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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5일 치맥 회동을 마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전 총장과 거리에서 수차례 사진을 찍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준석 대표의 지방 일정이 있던 날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했다.
8월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
민의힘 예비후보 정책 토론회가 취소되기까지, 일주일 동안 설전이 이어졌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경선 주도권을 둘러싼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의 신경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경선 버스’가 출발 전부터 비상등을 켰다. 청와대로 향하는 노선도를 두고 운전사(당대표)와 버스회사 수뇌부(당 지도부), 탑승자(대선후보)들이 충돌하고 있다. 일부 회사 수뇌부와 탑승자가 운전사의 운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버스 앞에 버티고 선 것이다. 충돌 밑바닥엔 운전대를 누가 잡느냐를 둘러싼 힘 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폭발한 지점은 ‘예비후보 정책 토론회’다. 8월10일 당내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을 발표하면서, 같은 달 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경선 시작을 예고하면서 후보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흥행 가능성까지 짐작해보려 꺼내든 카드였다.
일정 발표 직후 당과 각 대선주자 캠프가 갈렸다. 경준위의 ‘월권’ 논란이 쟁점이었다. △‘경선 버스표(후보자 등록)’도 안 낸 후보들을 임시 기구인 경준위가 불러 모아 토론회를 개최한 전례가 없고 △당헌·당규상 ‘경선 룰’에 포함되는 토론회는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 등이 주요 요지다.
이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대표 대 후보’ ‘대표 대 당 지도부’ ‘후보 대 후보’의 싸움이 동시에 진행됐다. 싸움을 말리는 쪽과 비판하는 쪽, 이런 상황을 활용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쪽까지 엉겨 붙었다. 최고위원회(최고위)가 8월17일에 토론회 취소를 결정하기까지 일주일 동안 매일 설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굳이 필요한 싸움이 아니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 싸움은 ‘경준위의 월권’을 둘러싸고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정작 토론회 개최를 결정할 권한은 경준위에 있지 않았다. 경준위 스스로가 이미 출범 때 경선 관련 일정 및 규칙은 “당 최고위원회가 추인해야 확정된다”라고 공개한 바 있다. 즉, 최고위가 경준위로부터 보고받은 뒤 처리하면 될 사안을 당의 여러 이해관계 세력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경준위 월권’이라는 싸움의 명분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토론회나 ‘경선위 월권’ 문제는 ‘싸움을 위한 소재’였을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번 갈등의 근본원인은 경선 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신경전이라는 것이다. 실제 처음 포문을 연 진영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었다. 윤 전 총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캠프 관계자들이 경준위의 토론회 개최안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경준위 월권’을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당내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토론회 참석 결정을 미뤘다. 8월13일 경준위가 주최한 대선 예비후보 대리인 간담회에도 윤 전 총장 측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윤 전 총장은 7월30일 입당 이후 쪽방촌 봉사활동, 예비후보 간담회 등 당에서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공식 행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사는 모두 이준석 대표가 주관했다. 이 대표는 경선 흥행을 이끌 한 축으로 다양한 형태의 토론회를 제안해왔다. 이번 토론회 논란을 기점으로 윤 전 총장 측의 ‘당 행사 보이콧’은 ‘이준석 보이콧’으로 보이게 되었다.
윤 전 총장 측과 함께 토론회를 문제 삼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은 이준석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이 대표를 토론회 ‘기획자’로 지목하면서, 당대표가 경선에 깊숙이 관여한다고 의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윤석열 후보를 던져놓고 구경한다(8월11일 TBS 라디오)” “일부 후보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8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준석식 공정’에 다른 의도가?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화살에 일일이 응전했다. 이 과정에서 ‘돌고래’ ‘멸치’ ‘하이에나’ 등 대선주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을 동물에 빗댔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당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닌가(8월11일 CBS 라디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이 담긴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은 이번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말았다.
동시에 유승민 캠프의 오신환 상황실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향해 ‘진윤 감별사(8월11일 기자회견)’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토론회에 소극적인 윤 전 총장을 공격하면서 이 대표를 거들었다.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전선이 넓어졌다. 얽히고설킨 국민의힘 다중 분열도 결국 큰 틀에선 이준석-윤석열 갈등의 대리전이었던 셈이다.
복수의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들은 토론회를 피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유불리를 따질 것 없이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는 지지율 추이를 근거로 ‘경선은 이미 끝났다’고 판단한다. 토론회에서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지지율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윤석열 캠프 내부에는 이 대표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토론회에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다. 윤석열 캠프는 경선 관리 측면에서 ‘이준석식 공정’에 문제가 있고, 여기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 의심한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돌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를 흠집 내고 유승민 등 특정 후보를 지원하려고 판을 짠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도 “(이 대표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윤 전 총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대선 흥행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했다고 밝혀왔다. 경준위가 준비한 경선 일정을 보면, 9월부터 비전 토론회, 스토리텔링 토론회, 후보 프레젠테이션, 공개 면접 등이 예정되어 있다. 1차 컷오프 이후에는 미디어데이, 택시 면접 등이 예정되어 있다. 택시 면접은 최근 개인택시 양도양수 교육을 받은 이 대표가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의 구상과 ‘윤석열 대세론’은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예비후보 경선이 흥행하려면 여러 대선주자가 자신을 ‘어필’하며 존재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자연스레 윤 전 총장 지지율은 떨어진다.
윤석열 캠프는 이런 맥락에서 예비후보 토론회, 쪽방촌 봉사활동, 예비후보 간담회 등이 기획됐다고 판단한다. 윤석열 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의 계획이 정말 ‘모든’ 후보들에게 공정한지 의문이다. 다른 후보를 띄워주기 위해 전례도 없고 원칙에 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계획에 굳이 우리가 나설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잇단 당 행사 불참이 ‘항의성’이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윤석열 캠프의 이 대표에 대한 불신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시작됐다. 그가 나름의 정치 행보를 계획하는 단계에 이 대표가 불쑥 끼어든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당시 이 대표는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앞세워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다. 이와 함께 ‘8월 말까지 입당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인사들을 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윤 전 총장 측의 불만이 싹트게 되었다.
입당 과정에서 반감이 더 커졌다. 윤 전 총장은 입당 직전인 7월25일 이 대표와 ‘치맥 회동’을 했다. 통유리창으로 밖에서 내부가 보이는 식당과 자리는 이 대표가 전날 직접 정했다. 이 대표는 회동 과정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회동을 마친 뒤에는 윤 전 총장과 함께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수차례 사진을 찍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최대 관심사인 상황에서, 두 사람의 친근한 모습이 외부에 알려지며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룰 명분이 줄었다. 입당 직전에는 당초 예정했던 입당일(8월2일)이 외부에 새어 나갔다. 윤 전 총장 측은 유포자로 이 대표 측을 의심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이 계획된 날 ‘기습 입당’했다.
‘불만 의원’들이 윤석열 캠프에
이 대표 측은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일부 당내 의원들이 대선과 별개로 당권을 쥐기 위해 정치적 행동을 한다고 본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아닌 의원들이 나서 개인적 이유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윤석열 캠프에 소속된 15명을 비롯해 모두 40여 명에 이르는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이 대표의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을 도왔다.
이준석 대표는 취임 이후 계파 합종연횡이나 밀실 공천, 조직선거 등 이른바 기득권 문화를 개혁 대상으로 제시했다. ‘대선 운동장’에 직접 선수로 뛰려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은 불만을 품으면서도 입을 닫았다. ‘0선·30대 대표’가 몰고 온 바람 속에서 섣부른 불만 표출과 공격으로 인해 자칫 개혁 반대자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은 ‘불만 의원’들이 윤 전 총장의 뒤에 숨어 당내 주도권을 되찾으려 시도 중이라고 본다.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이 대표를 ‘정권교체를 이끌 후보를 공격하는 어린 대표’로 몰겠다는 기류까지 보인다고 전하는 관계자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측은 윤 전 총장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도 개인의 단순 말실수로 보지 않는다. 앞서 이 대표는 신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 이후 이어진 윤석열 전 총장과의 통화에서, “대표님(이준석)과 저(윤석열)는 국민이 볼 때 손잡고 가야 한다”라는 윤 전 총장의 말에 “(윤석열) 캠프 구석까지 이러한 정서가 갔으면 좋겠다”라고 답한 바 있다.
토론회로 촉발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8월17일 최고위가 두 번으로 예정된 토론회를 8월25일 한 번으로 줄이고, 형식도 ‘비전 발표회’로 바꾸면서 정리됐다. 다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토론회 취소 결정이 내려진 8월17일 윤석열 캠프가 다시 포문을 열었다. 입장문을 통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날 ‘역선택’을 우려하며 경선 룰을 짚었다. 여권 지지자들이 일부러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야권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선 여론조사에 이를 방지할 장치를 둬야 한다는 취지다.
경선 룰은 당락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다. 윤석열 캠프가 강한 목소리를 내면 다시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경준위는 앞서 예비경선부터 본경선에 이르기까지 역선택 방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역선택 방지는 당헌·당규 취지에 맞지 않고, 역선택의 영향 자체도 미미하다고 판단한다.
이 대표는 앞서 서 경준위원장을 8월26일 출범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당내 반대 목소리가 높아 또 다른 논란이 예고됐었다. 다만 서 위원장은 8월20일 경준위원장 사퇴와 함께 선관위원장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 전 총장이 반대하면 대표도 물러선다’는 선례가 남게 되었다. 이 대표는 8월17일 최고위원회의, 8월18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비판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윤 전 총장도 이번 논란 과정에서 캠프에 당, 대표 등과 갈등 구도를 만들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동 기자.
8월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
민의힘 예비후보 정책 토론회가 취소되기까지, 일주일 동안 설전이 이어졌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경선 주도권을 둘러싼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의 신경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경선 버스’가 출발 전부터 비상등을 켰다. 청와대로 향하는 노선도를 두고 운전사(당대표)와 버스회사 수뇌부(당 지도부), 탑승자(대선후보)들이 충돌하고 있다. 일부 회사 수뇌부와 탑승자가 운전사의 운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버스 앞에 버티고 선 것이다. 충돌 밑바닥엔 운전대를 누가 잡느냐를 둘러싼 힘 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폭발한 지점은 ‘예비후보 정책 토론회’다. 8월10일 당내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을 발표하면서, 같은 달 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경선 시작을 예고하면서 후보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흥행 가능성까지 짐작해보려 꺼내든 카드였다.
일정 발표 직후 당과 각 대선주자 캠프가 갈렸다. 경준위의 ‘월권’ 논란이 쟁점이었다. △‘경선 버스표(후보자 등록)’도 안 낸 후보들을 임시 기구인 경준위가 불러 모아 토론회를 개최한 전례가 없고 △당헌·당규상 ‘경선 룰’에 포함되는 토론회는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 등이 주요 요지다.
이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대표 대 후보’ ‘대표 대 당 지도부’ ‘후보 대 후보’의 싸움이 동시에 진행됐다. 싸움을 말리는 쪽과 비판하는 쪽, 이런 상황을 활용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쪽까지 엉겨 붙었다. 최고위원회(최고위)가 8월17일에 토론회 취소를 결정하기까지 일주일 동안 매일 설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굳이 필요한 싸움이 아니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 싸움은 ‘경준위의 월권’을 둘러싸고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정작 토론회 개최를 결정할 권한은 경준위에 있지 않았다. 경준위 스스로가 이미 출범 때 경선 관련 일정 및 규칙은 “당 최고위원회가 추인해야 확정된다”라고 공개한 바 있다. 즉, 최고위가 경준위로부터 보고받은 뒤 처리하면 될 사안을 당의 여러 이해관계 세력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경준위 월권’이라는 싸움의 명분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토론회나 ‘경선위 월권’ 문제는 ‘싸움을 위한 소재’였을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번 갈등의 근본원인은 경선 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신경전이라는 것이다. 실제 처음 포문을 연 진영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었다. 윤 전 총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캠프 관계자들이 경준위의 토론회 개최안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경준위 월권’을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당내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토론회 참석 결정을 미뤘다. 8월13일 경준위가 주최한 대선 예비후보 대리인 간담회에도 윤 전 총장 측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윤 전 총장은 7월30일 입당 이후 쪽방촌 봉사활동, 예비후보 간담회 등 당에서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공식 행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사는 모두 이준석 대표가 주관했다. 이 대표는 경선 흥행을 이끌 한 축으로 다양한 형태의 토론회를 제안해왔다. 이번 토론회 논란을 기점으로 윤 전 총장 측의 ‘당 행사 보이콧’은 ‘이준석 보이콧’으로 보이게 되었다.
윤 전 총장 측과 함께 토론회를 문제 삼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은 이준석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이 대표를 토론회 ‘기획자’로 지목하면서, 당대표가 경선에 깊숙이 관여한다고 의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윤석열 후보를 던져놓고 구경한다(8월11일 TBS 라디오)” “일부 후보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8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준석식 공정’에 다른 의도가?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화살에 일일이 응전했다. 이 과정에서 ‘돌고래’ ‘멸치’ ‘하이에나’ 등 대선주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을 동물에 빗댔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당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닌가(8월11일 CBS 라디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이 담긴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은 이번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말았다.
동시에 유승민 캠프의 오신환 상황실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향해 ‘진윤 감별사(8월11일 기자회견)’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토론회에 소극적인 윤 전 총장을 공격하면서 이 대표를 거들었다.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전선이 넓어졌다. 얽히고설킨 국민의힘 다중 분열도 결국 큰 틀에선 이준석-윤석열 갈등의 대리전이었던 셈이다.
복수의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들은 토론회를 피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유불리를 따질 것 없이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는 지지율 추이를 근거로 ‘경선은 이미 끝났다’고 판단한다. 토론회에서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지지율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윤석열 캠프 내부에는 이 대표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토론회에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다. 윤석열 캠프는 경선 관리 측면에서 ‘이준석식 공정’에 문제가 있고, 여기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 의심한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돌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를 흠집 내고 유승민 등 특정 후보를 지원하려고 판을 짠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도 “(이 대표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윤 전 총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대선 흥행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했다고 밝혀왔다. 경준위가 준비한 경선 일정을 보면, 9월부터 비전 토론회, 스토리텔링 토론회, 후보 프레젠테이션, 공개 면접 등이 예정되어 있다. 1차 컷오프 이후에는 미디어데이, 택시 면접 등이 예정되어 있다. 택시 면접은 최근 개인택시 양도양수 교육을 받은 이 대표가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의 구상과 ‘윤석열 대세론’은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예비후보 경선이 흥행하려면 여러 대선주자가 자신을 ‘어필’하며 존재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자연스레 윤 전 총장 지지율은 떨어진다.
윤석열 캠프는 이런 맥락에서 예비후보 토론회, 쪽방촌 봉사활동, 예비후보 간담회 등이 기획됐다고 판단한다. 윤석열 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의 계획이 정말 ‘모든’ 후보들에게 공정한지 의문이다. 다른 후보를 띄워주기 위해 전례도 없고 원칙에 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계획에 굳이 우리가 나설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잇단 당 행사 불참이 ‘항의성’이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윤석열 캠프의 이 대표에 대한 불신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시작됐다. 그가 나름의 정치 행보를 계획하는 단계에 이 대표가 불쑥 끼어든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당시 이 대표는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앞세워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다. 이와 함께 ‘8월 말까지 입당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인사들을 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윤 전 총장 측의 불만이 싹트게 되었다.
입당 과정에서 반감이 더 커졌다. 윤 전 총장은 입당 직전인 7월25일 이 대표와 ‘치맥 회동’을 했다. 통유리창으로 밖에서 내부가 보이는 식당과 자리는 이 대표가 전날 직접 정했다. 이 대표는 회동 과정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회동을 마친 뒤에는 윤 전 총장과 함께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수차례 사진을 찍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최대 관심사인 상황에서, 두 사람의 친근한 모습이 외부에 알려지며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룰 명분이 줄었다. 입당 직전에는 당초 예정했던 입당일(8월2일)이 외부에 새어 나갔다. 윤 전 총장 측은 유포자로 이 대표 측을 의심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이 계획된 날 ‘기습 입당’했다.
‘불만 의원’들이 윤석열 캠프에
이 대표 측은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일부 당내 의원들이 대선과 별개로 당권을 쥐기 위해 정치적 행동을 한다고 본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아닌 의원들이 나서 개인적 이유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윤석열 캠프에 소속된 15명을 비롯해 모두 40여 명에 이르는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이 대표의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을 도왔다.
이준석 대표는 취임 이후 계파 합종연횡이나 밀실 공천, 조직선거 등 이른바 기득권 문화를 개혁 대상으로 제시했다. ‘대선 운동장’에 직접 선수로 뛰려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은 불만을 품으면서도 입을 닫았다. ‘0선·30대 대표’가 몰고 온 바람 속에서 섣부른 불만 표출과 공격으로 인해 자칫 개혁 반대자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은 ‘불만 의원’들이 윤 전 총장의 뒤에 숨어 당내 주도권을 되찾으려 시도 중이라고 본다.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이 대표를 ‘정권교체를 이끌 후보를 공격하는 어린 대표’로 몰겠다는 기류까지 보인다고 전하는 관계자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측은 윤 전 총장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도 개인의 단순 말실수로 보지 않는다. 앞서 이 대표는 신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 이후 이어진 윤석열 전 총장과의 통화에서, “대표님(이준석)과 저(윤석열)는 국민이 볼 때 손잡고 가야 한다”라는 윤 전 총장의 말에 “(윤석열) 캠프 구석까지 이러한 정서가 갔으면 좋겠다”라고 답한 바 있다.
토론회로 촉발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8월17일 최고위가 두 번으로 예정된 토론회를 8월25일 한 번으로 줄이고, 형식도 ‘비전 발표회’로 바꾸면서 정리됐다. 다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토론회 취소 결정이 내려진 8월17일 윤석열 캠프가 다시 포문을 열었다. 입장문을 통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날 ‘역선택’을 우려하며 경선 룰을 짚었다. 여권 지지자들이 일부러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야권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선 여론조사에 이를 방지할 장치를 둬야 한다는 취지다.
경선 룰은 당락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다. 윤석열 캠프가 강한 목소리를 내면 다시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경준위는 앞서 예비경선부터 본경선에 이르기까지 역선택 방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역선택 방지는 당헌·당규 취지에 맞지 않고, 역선택의 영향 자체도 미미하다고 판단한다.
이 대표는 앞서 서 경준위원장을 8월26일 출범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당내 반대 목소리가 높아 또 다른 논란이 예고됐었다. 다만 서 위원장은 8월20일 경준위원장 사퇴와 함께 선관위원장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 전 총장이 반대하면 대표도 물러선다’는 선례가 남게 되었다. 이 대표는 8월17일 최고위원회의, 8월18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비판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윤 전 총장도 이번 논란 과정에서 캠프에 당, 대표 등과 갈등 구도를 만들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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