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추구한다며 예타 면제 골몰하는 정치?
2023.04
24
뉴스관리팀장
2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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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가 수많은 단어의 의미를 비틀어 버렸지만, '재정건전성'이라는 단어만큼 껍데기만 남은 단어도 찾기가 힘들다.
1000조원 국가채무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며 균형재정을 강제하는 재정준칙을 추진하면서도 5년간 60조원이 훌쩍 넘는 감세를 합의하는가 하면,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반도체 기업에게 조건 없이 세금 수조원을 깎아주는 데엔 거리낌이 없다.
이제는 그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한 예타제도가 지역구 숙원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니, 기준을 완화해 면제를 용이하게 만들자고 한다. 양 당이 기재위 소위에서 합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거센 반발로 일단 상임위원회 통과가 보류되긴 했지만, 대한민국 국회의 96%를 점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이해가 일치하는 안이 그대로 묻힐 리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유보하는 표면적 이유도 숙원인 재정준칙 안과 함께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니, 중량급 법안의 우산 속에서 비판 여론을 회피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일단 개정안으로 예타기준이 상향되면 경제성 없는 사업이 다수 추진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예타를 요구한 사업 중 개정안 기준으로 보면 59개 사업이 예타에서 제외될 수 있고, 이들 사업 중 5개, 총 5506억원의 사업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쪼개기'도 문제다. 지금까지는 500억 기준에 맞춰 490억원 정도로 사업을 쪼개거나 조정하는 관행이 성행했는데, 기준이 1000억원이 되면 990억짜리 사업으로 그 스케일이 커질 것이다. 기재부는 SOC는 쪼개기가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예타 조사 철회 뒤 사업비 497억원으로 조정해 재추진), 영암 F1경기장(특별법으로 예타 면제), 한국해양수산원 이전(사업비 454억원으로 시작, 추진 과정에서 750억원으로 증액) 등 꼼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예타가 통과되지 않으면 사업비를 기준 이하로 낮춰 재추진하거나 기준금액 이하로 사업 추진 후 사업금액을 늘리는 식이다.
물가도 오르고 경제가 성장했으니 예타 기준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500억원은 지금도 결코 작은 사업 규모가 아니다. 예타 면제 요건에 경제 규모 확대를 반영한다면, 재정지출에 대한 감시와 검증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인식 변화도 함께 반영해야 하는 게 아닐까?
1000조원 국가채무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며 균형재정을 강제하는 재정준칙을 추진하면서도 5년간 60조원이 훌쩍 넘는 감세를 합의하는가 하면,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반도체 기업에게 조건 없이 세금 수조원을 깎아주는 데엔 거리낌이 없다.
이제는 그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한 예타제도가 지역구 숙원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니, 기준을 완화해 면제를 용이하게 만들자고 한다. 양 당이 기재위 소위에서 합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거센 반발로 일단 상임위원회 통과가 보류되긴 했지만, 대한민국 국회의 96%를 점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이해가 일치하는 안이 그대로 묻힐 리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유보하는 표면적 이유도 숙원인 재정준칙 안과 함께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니, 중량급 법안의 우산 속에서 비판 여론을 회피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일단 개정안으로 예타기준이 상향되면 경제성 없는 사업이 다수 추진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예타를 요구한 사업 중 개정안 기준으로 보면 59개 사업이 예타에서 제외될 수 있고, 이들 사업 중 5개, 총 5506억원의 사업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쪼개기'도 문제다. 지금까지는 500억 기준에 맞춰 490억원 정도로 사업을 쪼개거나 조정하는 관행이 성행했는데, 기준이 1000억원이 되면 990억짜리 사업으로 그 스케일이 커질 것이다. 기재부는 SOC는 쪼개기가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예타 조사 철회 뒤 사업비 497억원으로 조정해 재추진), 영암 F1경기장(특별법으로 예타 면제), 한국해양수산원 이전(사업비 454억원으로 시작, 추진 과정에서 750억원으로 증액) 등 꼼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예타가 통과되지 않으면 사업비를 기준 이하로 낮춰 재추진하거나 기준금액 이하로 사업 추진 후 사업금액을 늘리는 식이다.
물가도 오르고 경제가 성장했으니 예타 기준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500억원은 지금도 결코 작은 사업 규모가 아니다. 예타 면제 요건에 경제 규모 확대를 반영한다면, 재정지출에 대한 감시와 검증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인식 변화도 함께 반영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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