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탄천 콘크리트 보 뜯어내니…두 달 만에 ‘시골 개울’이 생겼다.
2022.07
12
뉴스관리팀장
0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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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탄천의 모습. 대형 콘크리트 보를 걷어낸 자리에 모래톱이 생기며 하천이 되살아나고 있다.
기능을 상실한 농업용 콘크리트 보를 철거한 뒤 자연형 하천으로 회복되고 있는 탄천의 모습.
친수 공간에 10억원을 들여 탄천 둔치에 설치했던 정원이 홍수기 집중호우로 쑥대밭이 됐다.
‘백현보’ 5월 철거뒤 수변공간 늘어
여러 형태 모래톱 생기고 수초 풍성
억지로 만든 정원은 장마에 흉물로
“다른 지역에 상당한 영향 끼칠 듯”
성남시, 올 7개 보 더 걷어낼 계획.
장맛비가 한차례 쓸고 간 하천은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투명하다. 반짝이는 수면 위로 완만한 둔덕을 이룬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30년 넘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모래톱 위로는 크고 작은 자갈이 제법 자리를 잡았다. 한적한 시골 개울가가 떠올랐다. 둔치와 맞닿은 가장자리에는 수초와 잡목이 무성하다. 새도시의 대명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복판을 지나는 탄천의 지난 7일 오후 모습이다.
탄천의 이런 변화는 불과 2개월 사이에 일어났다. 물 흐름을 막던 길이 107m, 높이 2.75m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백현보’가 지난 5월 철거된 뒤 하천 수위가 낮아지고 수변공간이 늘어났다. 6월28~30일 성남지역에 318㎜의 비가 쏟아진 뒤엔 보가 있던 자리에 여러 형태의 모래톱이 형성됐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사라진 뒤 장마철을 맞은 하천에서 자연스러운 침식과 퇴적 작용이 일어나며 본래 모습을 빠르게 회복한 것이다.
탄천의 변신에 대해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인간의 보 철거와 강의 역동성이 만들어낸 합작품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장마 이후 추가적인 조처를 하기보다는 하상과 수변 공간의 변화를 시민들과 함께 꼼꼼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보 철거 방식의 하천 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보 철거 사업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탄천의 변화가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장맛비가 만든 것은 모래톱만이 아니었다. 탄천 둔치에 조성된 1만2000㎡ 규모의 정원은 6월말 호우에 완전히 침수돼 훼손됐다. 친수 공간에 억지로 만든 또 하나의 인공 구조물이 자연의 힘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탄천을 성남 최고의 공원으로 만들겠다’며 지난 5월께 설치한 이 정원은 경기도에서 받은 10억원의 특별조정교부금으로 조성한 것이지만 불과 한달여 만에 ‘흉물’로 변했다.
이희예 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둔치는 평상시에는 친수 공간으로 이용되지만, 비가 많이 내려 하천의 수위가 올라갈 경우에는 증가한 유량을 부담해야 하는 제외지(둑 바깥 강가에 있는 땅)”라며 “정원과 공원 등 과도한 인공 시설을 설치하고, 물이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 면적을 늘리는 것은 기후위기로 잦아진 홍수 대응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해 성남시 분당구와 서울 송파·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35.6㎞의 하천이다. 이 가운데 성남 구간 15.7㎞에는 1990년대 초반 농업용수 확보와 치수를 위해 모두 15개의 보가 설치됐다. 그러나 분당 새도시 건설 등으로 주변 지역이 도시화돼 모두 제 기능을 잃었다. 성남시는 지난 2월 백궁·백현보를 해체한 데 이어 탄천의 7개 보를 올해 말까지 철거한다. 앞서 시는 2015년 탄천보를 없앤 데 이어 2018년 5월 미금보를 철거했다. 올해 전국 7개 시·군 하천에선 환경부 ‘수생태계 연속성 회복사업’의 하나로 29개의 구조물이 해체되고 2024년까지 104곳의 보가 철거된다.
하연수 기자.
기능을 상실한 농업용 콘크리트 보를 철거한 뒤 자연형 하천으로 회복되고 있는 탄천의 모습.
친수 공간에 10억원을 들여 탄천 둔치에 설치했던 정원이 홍수기 집중호우로 쑥대밭이 됐다.
‘백현보’ 5월 철거뒤 수변공간 늘어
여러 형태 모래톱 생기고 수초 풍성
억지로 만든 정원은 장마에 흉물로
“다른 지역에 상당한 영향 끼칠 듯”
성남시, 올 7개 보 더 걷어낼 계획.
장맛비가 한차례 쓸고 간 하천은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투명하다. 반짝이는 수면 위로 완만한 둔덕을 이룬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30년 넘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모래톱 위로는 크고 작은 자갈이 제법 자리를 잡았다. 한적한 시골 개울가가 떠올랐다. 둔치와 맞닿은 가장자리에는 수초와 잡목이 무성하다. 새도시의 대명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복판을 지나는 탄천의 지난 7일 오후 모습이다.
탄천의 이런 변화는 불과 2개월 사이에 일어났다. 물 흐름을 막던 길이 107m, 높이 2.75m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백현보’가 지난 5월 철거된 뒤 하천 수위가 낮아지고 수변공간이 늘어났다. 6월28~30일 성남지역에 318㎜의 비가 쏟아진 뒤엔 보가 있던 자리에 여러 형태의 모래톱이 형성됐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사라진 뒤 장마철을 맞은 하천에서 자연스러운 침식과 퇴적 작용이 일어나며 본래 모습을 빠르게 회복한 것이다.
탄천의 변신에 대해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인간의 보 철거와 강의 역동성이 만들어낸 합작품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장마 이후 추가적인 조처를 하기보다는 하상과 수변 공간의 변화를 시민들과 함께 꼼꼼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보 철거 방식의 하천 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보 철거 사업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탄천의 변화가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장맛비가 만든 것은 모래톱만이 아니었다. 탄천 둔치에 조성된 1만2000㎡ 규모의 정원은 6월말 호우에 완전히 침수돼 훼손됐다. 친수 공간에 억지로 만든 또 하나의 인공 구조물이 자연의 힘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탄천을 성남 최고의 공원으로 만들겠다’며 지난 5월께 설치한 이 정원은 경기도에서 받은 10억원의 특별조정교부금으로 조성한 것이지만 불과 한달여 만에 ‘흉물’로 변했다.
이희예 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둔치는 평상시에는 친수 공간으로 이용되지만, 비가 많이 내려 하천의 수위가 올라갈 경우에는 증가한 유량을 부담해야 하는 제외지(둑 바깥 강가에 있는 땅)”라며 “정원과 공원 등 과도한 인공 시설을 설치하고, 물이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 면적을 늘리는 것은 기후위기로 잦아진 홍수 대응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해 성남시 분당구와 서울 송파·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35.6㎞의 하천이다. 이 가운데 성남 구간 15.7㎞에는 1990년대 초반 농업용수 확보와 치수를 위해 모두 15개의 보가 설치됐다. 그러나 분당 새도시 건설 등으로 주변 지역이 도시화돼 모두 제 기능을 잃었다. 성남시는 지난 2월 백궁·백현보를 해체한 데 이어 탄천의 7개 보를 올해 말까지 철거한다. 앞서 시는 2015년 탄천보를 없앤 데 이어 2018년 5월 미금보를 철거했다. 올해 전국 7개 시·군 하천에선 환경부 ‘수생태계 연속성 회복사업’의 하나로 29개의 구조물이 해체되고 2024년까지 104곳의 보가 철거된다.
하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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