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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된 뒷 이야기.

2021.09
21

본문

▲ 고창 하전마을 앞 갯벌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이다.

[함께 사는 길] 한국갯벌의 오늘 그리고 미래.

한국 서남해의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갯벌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됐다. 한국갯벌보존운동사의 쾌거다. 동시에 이들 갯벌 북쪽에 펼쳐진 더욱 드넓은 나머지 갯벌들의 보존을 요구하는 세계의 목소리를 듣게 된 일이기도 하다. 바닷가 버려진 땅에서 세계적 생태유산으로 거듭난 한국갯벌을 위해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점검한 한국갯벌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제언을 전한다. 편집자.

지난 7월에 우리나라 갯벌 5군데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2019년에 중국의 옌청(Yancheng) 갯벌이 등재된 이후로 한국과 중국 사이 황해의 갯벌로서는 두 번째 등재이면서, 우리나라 자연유산으로서도 제주화산섬 및 용암동굴 이후로 두 번째 등재이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것은 인종, 국가, 종교, 문화를 초월하여 전 세계 누구나 미래세대에게 전달해주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이 된 서남해 5개 갯벌

세계자연유산은 유네스코 산하의 세계유산센터(World Heritage Center)에서 관리한다. 유네스코는 탁월하고(Outstanding) 인류 보편적인(Universal) 가치(Value)를 지닌 자연생태계와 문화유적지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자연유산은 서식지나 자연경관 등으로 와덴해 갯벌을 비롯하여 213건이 등재되어 있다. 문화유산은 유적지, 건축물 등으로 우리나라 불국사를 비롯하여 869건이 있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함께 있는 형태로 페루의 마추픽추 역사보호지구 등 총 39건이 있으며, 이들 세 종류를 합하여 총 1121건의 세계유산이 등재되어 있다. 각 나라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면, 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등재여부를 결정한다. 등재과정은 총 4단계로 나누어진다. 1) 우선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고(2010년), 2) 공식 등재신청서를 제출한 뒤(2018년), 3)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에서 실시하는 현장실사를 받고(2019년), 4)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2021년). 괄호 안은 우리나라 갯벌이 등재되기까지 단계별로 연도를 표시한 것이다.

이번에 등재된 갯벌은 전남의 신안갯벌과 보성벌교 및 순천만갯벌, 충남의 서천갯벌, 전북의 고창갯벌로 3개의 광역지자체와 5개의 기초지자체에 따로 떨어져서 분포하는 5개의 갯벌이다. 보성벌교갯벌과 순천만갯벌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단위갯벌의 기준으로 하면 4개로 볼 수도 있겠다. 이 갯벌은 모두 '습지보전법'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신안갯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약 1000㎢의 면적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보성-벌교 갯벌은 꼬막의 주산지로 유명하며 이와 연결되는 순천만갯벌은 자타가 공인하는 갈대밭으로 유명한 갯벌임과 동시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의 도래지로 잘 알려져 있다. 유부도가 위치하는 서천갯벌은 금강하구 철새도래지와 함께 철새보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곰소만에 위치한 고창갯벌은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함께 어우러져 갯벌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독특한 해양경관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갯벌의 가치가 알려지기까지 많은 과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있었다. 갯벌 연구의 역사를 200년 정도 갖고 있는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연구가 시작되어 이제 30년을 조금 넘긴 역사를 갖고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이러한 연구를 통해 갯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마침내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매립의 대상에서 보존의 대상으로 국가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이는 새만금과 시화호 등 많은 갯벌이 간척되는 희생을 통한 것이며, 갯벌을 지키려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만들어낸 성과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그동안 갯벌보호의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 한국갯벌 전체가 아닌 서남해 일부만 등재됐을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 갯벌은 인천 강화도 한강하구에서부터 부산 낙동강하구까지 약 2500㎢의 면적으로 펼쳐져 있는데, 왜 유네스코에서는 앞서 설명한 5개의 갯벌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을까? 나머지 갯벌은 가치가 없어서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올해 5월에 한 등재 신청에서는 '반려' 판정을 받았다가 7월에는 '등재' 판정을 받았는데 어떠한 문제라도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세계유산의 신청과 등재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번 등재에서 가장 뼈아픈 실책은 우리나라 갯벌이 갖는 탁월한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애초에 신청지역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우리나라 갯벌 전체를 대상으로 등재를 신청했다면 반려될 이유도 없고,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국내외 갯벌 생태학자들의 중론이다. 등재 과정을 살펴보니 중앙정부, 지자체, 과학자, 시민 사이에 말 못할 만큼 아주 복잡한 관계가 숨겨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갯벌 세계자연유산 아이디어는 2008년 문화재청에서 서남해안 갯벌과 염전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신청하겠다는 결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문화재청은 2009년에 서남해안 갯벌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이듬해 1월에 잠정목록 등재가 결정되었다. 2009년은 와덴해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던 해이다. 2012년에는 중앙정부(문화재청, 해양수산부), 3개 광역지자체(전라남도, 전라북도, 충청남도), 5개 기초지자체(고창군, 보성군, 서천군, 순천군, 신안군)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재단법인 서남해안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 설립되어 등재신청서를 만들고 활동을 전개해왔다. 등재추진단은 2014년에 서남해안갯벌을 한국의 갯벌로 말만 바꾸어 '재단법인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등재추진단은 2013년부터 정부의 예산지원을 통해 5개의 갯벌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에 분포하는 갯벌이 제외되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대상지역이 법률에 근거한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맞는 갯벌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갯벌(해양수산부 습지보호지역),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를 잇는 한강하구(환경부 습지보호지역), 경상남도 창원시 봉암갯벌(해양수산부 습지보호지역),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를 연결하는 낙동강하구(환경부 습지보호지역, 문화재청 문화재보호구역), 인천광역시 송도갯벌(인천시 습지보호지역)과 강화군 강화갯벌(문화재청 천연기념물), 그리고 옹진군 장봉도갯벌(해양수산부 습지보호지역) 등이 있다. 충남에는 가로림만갯벌 전체가 약 100㎢ 면적의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이번에는 빠졌다. 전남의 무안갯벌, 진도갯벌도 모두 빠져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새롭게 지정되었다. 이 모든 해양보호구역들이 국내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으나 이번 등재신청서에 모두 빠져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빠진 갯벌들은 개발압력이 심하거나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과 부산, 경남권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인천광역시 강화군 석모도 서쪽에는 400㎢가 넘는 면적의 갯벌이 천연기념물 제419호 '강화갯벌 및 저어새번식지'로 지정되어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00년에 지정했으며 단일 갯벌로서는 신안갯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해양보호구역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주도하고 있는 문화재청이 자신들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갯벌을 누락시켰다는 것은 지정에만 관심이 있고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락시킨 이유는 강화군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규제만 있고 혜택이 없다는 강화군청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팀은 2020년에 '세계유산의 보존 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세계유산에 관한 모든 관리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바 있다. 관리(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지정(잿밥)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향후 보존지 추가 약속 끝에 받아낸 등재

등재신청서는 예산투입 6년 만인 2018년에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되었고, 2019년에 IUCN 소속의 전문가 2인이 입국하여 현장실사를 수행하였다. 원래는 2020년 7월에 유산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코로나로 회의 개최가 연기되어 올 5월에 '반려' 결정이 통보되었다. 반려 결정의 주된 이유는 신청한 갯벌이 지질학적, 생태학적 자연과정을 대표하기에는 근거자료가 부족하고, 철새 등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유산지역과 완충구역이 충분히 넓지 않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중국은 2019년 엔청의 2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하면서 보완과정에서 '향후 2단계 추가지정을 통해 16개 갯벌을 자연유산으로 추가하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여 등재 결정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올해 7월에 마침내 5개 갯벌에 대한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결정되었다. 2개월 만에 결정이 번복된 이유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으나 신문기사에는 적극적인 외교 교섭과 전략적인 협업을 통해 일구어낸 성과로 알려져 있다. 추측하건데 이미 알려진 중국 옌청 갯벌의 전략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와덴해가 갯벌의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으면서 등재된 것에 비하면 아주 초라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200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축복받는 등재 성과를 보인 와덴해 갯벌에 비해 30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우여곡절 끝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문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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