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대숲, 십리에서 백리로… 무르익는 '생태관광도시의 꿈'
2021.07
23
뉴스관리팀장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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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서걱이는 댓잎들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위로한다.'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에 들어서면 녹(綠)이 청(靑)을 압도한다. 대숲의 짙은 푸르름이 여름날 파란 하늘의 청명함도 잠시 잊게 한다. 70만 그루가 넘는 빽빽한 대숲 꼭대기에는 금방이라도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의 이모백(주윤발 분)이 청명검을 빼들고 사뿐히 내려앉을 듯하다.
울산의 원도심을 관통하는 태화강 중류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에 자리 잡은 십리대숲은 울산시민들의 허파 같은 곳으로, 도심 접근성이 압권이다. 폭 20~30m, 길이 4.3㎞에 달하는 십리대밭에는 대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미로처럼 나 있다. 울산 12경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십리대숲은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26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음이온의 바다 십리대숲
십리대숲 속 햇빛조차 비집고 들어오기 어려운 초록세계를 걸으며 죽림욕을 하다 보면 상쾌한 녹색 음이온이 심신을 깨끗이 씻어준다. 공기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을 온몸에 쐬기 때문이다. 태화강 십리대숲 공기 1cc에는 무려 1,500개가 넘는 음이온이 들어 있다 한다. 걷다 지쳐 대숲에 놓인 벤치에 앉아 눈을 감으면 댓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이름 모를 새 소리에 스르르 눈이 감긴다. 산책로는 대숲과 강의 정취가 어우러진 대숲 바깥 태화강변에도 나 있어 산책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십리대숲의 서쪽 언덕에는 십리대숲과 태화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만회정이 우뚝 서 있다. 조선 중기, 부사를 지낸 만회(晚悔) 박취문(1617~1690)이 세운 정자다. 1800년 무렵 소실된 것을 울산시가 옛부터 태화강 십리대숲과 주변 경관을 완상하는 중요시설임을 감안해 2011년 새로 지었다. 주변 바위에는 관어대(觀魚臺)와 자라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차 한 잔이 생각나면 태화강을 건너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십리대숲과 전망대를 연결하는 나룻배가 운영됐으나 지금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운항이 중단돼 아쉬움을 준다. 취수탑을 리모델링한 전망대 4층에는 360도 회전하는 카페가 있어 차를 마시며 태화강과 십리대숲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또 태화강 생태환경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자연환경해설사 박순복씨는 "태화강은 조류 어류 등 총 190여 종의 국내 멸종위기동물 가운데 31종(16.31%)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환경의 보고"라며 "도심 한가운데에서 대숲과 강을 보며 힐링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일상은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며 엄지를 세웠다.
어둠이 내리면 연인들의 천국
전망대에서 나와 태화강을 거슬러 10분 정도 걸으면 철새홍보관을 만난다. 연면적 929㎡, 지하 1층, 지상 4층인 홍보관 3층에서는 VR체험관과 5D 입체영상관이 있어 가상현실 기술로 철새와 교감할 수 있다.
홍보관 측은 "울산이 겨울 철새 도래지로 급부상하면서 태화강 등 57.59㎢가 최근 환경부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의해 ‘국제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에 등재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은 연인들의 천국이다. 단순 설렘을 넘어 커플이 되고 싶은 ‘썸남썸녀’가 ‘로맨틱 끝판왕’으로 불리는 십리대숲 은하수 길을 건너면 커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울산시 제공
밤이 되면 십리대숲은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천국이 된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은 SNS 등에서 ‘커플 만드는 길’, ‘데이트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십리대숲 내 600m에 형형색색의 LED 조명을 달아 마치 우주 은하수를 연상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바람이 불면 댓잎의 물결과 LED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우주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단순 설렘을 넘어 커플이 되고 싶은 ‘썸남썸녀’라면, ‘로맨틱 끝판왕’으로 불리는 십리대숲 은하수 길을 건너 커플이 될 수 있다"고 선남선녀들에게 손짓했다.
겨울밤 십리대숲 까마귀떼. 낮에는 울주군 들녁 등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저녁 6시쯤이면 십리대숲 은신처로 날아든다. 온난화로 매년 개체수가 늘어 배설물 등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에겐 겨울철 화려한 군무로 인기가 높다. 울산시 제공
겨울 밤 십리대숲 일대는 까마귀떼 차지가 된다. 태화강 겨울 철새 중 가장 많은 개체인 떼까마귀·갈까마귀가 펼치는 군무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낮에는 울주군 들녘등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 저녁 6시쯤이면 십리대숲 은신처로 날아드는 까마귀떼는2015년 5만5,000여 마리에서 2016~2019년 10만여 마리, 지난해 13만여 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식지가 시베리아 등인 까마귀는 그동안 제주도에서 겨울을 보냈으나 온난화의 영향으로 2000년께부터 울산으로 월동지를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7월 12일 순천만에 이어 제2의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국가정원에서는 오는 10월 '2021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가 열린다. 코리아가든쇼, 정원산업전, 체험행사, 태화강공연축제 나드리, 문화예술회관 찾아가는 예술단, 울산재즈페스티벌 등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울산시는 박람회 개최를 통해 산업수도에서 생태관광 정원도시로 한층 도약해 관광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바위 일대 백리대숲은 서서히 대숲이 주변으로 뻗어나가 구역을 넓히고 있다. 1구간인 명촌교~삼호교~선바위~사연교 20km 구간은 2019년 조성을 마무리했다. 울산시는 2022년 말까지 백리대숲 조성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울산시 제공
산업수도에서 생태관광도시로 도시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울산시는 2019년 3월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확대, 체류형으로 관광선택지를 넓히기로 하고 시민, 기업의 힘을 모으고 있다.
태화강 상류인 석남사에서 선바위, 십리대숲을 거쳐 명촌교에 이르는 40㎞(100리)구간에 있는 대숲에는 대나무 밀도를 높이고, 단절 구간 20곳에는 새로 대나무를 심어 '달에서도 보일 만한' 긴 대숲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울산은 동북쪽엔 화학 조선 자동차 등 공업벨트가 집중된 반면, 서부권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군이 몰려 있는 영남알프스와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태화강 상·중류로 이뤄져 애초부터 생태환경도시로서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판단이다.
백리대숲 2개 구간 가운데 명촌교~삼호교~선바위~사연교(20㎞) 1구간을 2019년 조성을 마무리한 데 이어 사연교~반천~울산역~석남사(20㎞) 2구간은 현재 15㎞가 조성됐으며, 2022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테마공원 조성 및 식재 대나무 지원, 식재 직접 참여, 관리참여 등에는 1구간 조성에 BNK경남은행, SK에너지㈜, 엘에스니꼬동제련㈜, ㈜비아이티가, 2구간 조성에는 NH농협은행, 한국동서발전㈜, S-OIL㈜ 등 5개 업체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울산시는 여기에 5곳의 쉼터를 조성하고 다양한 생태문화프로그램을 접목할 경우 울산의 새로운 명물로서 관광 프레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외용 기자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에 들어서면 녹(綠)이 청(靑)을 압도한다. 대숲의 짙은 푸르름이 여름날 파란 하늘의 청명함도 잠시 잊게 한다. 70만 그루가 넘는 빽빽한 대숲 꼭대기에는 금방이라도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의 이모백(주윤발 분)이 청명검을 빼들고 사뿐히 내려앉을 듯하다.
울산의 원도심을 관통하는 태화강 중류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에 자리 잡은 십리대숲은 울산시민들의 허파 같은 곳으로, 도심 접근성이 압권이다. 폭 20~30m, 길이 4.3㎞에 달하는 십리대밭에는 대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미로처럼 나 있다. 울산 12경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십리대숲은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26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음이온의 바다 십리대숲
십리대숲 속 햇빛조차 비집고 들어오기 어려운 초록세계를 걸으며 죽림욕을 하다 보면 상쾌한 녹색 음이온이 심신을 깨끗이 씻어준다. 공기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을 온몸에 쐬기 때문이다. 태화강 십리대숲 공기 1cc에는 무려 1,500개가 넘는 음이온이 들어 있다 한다. 걷다 지쳐 대숲에 놓인 벤치에 앉아 눈을 감으면 댓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이름 모를 새 소리에 스르르 눈이 감긴다. 산책로는 대숲과 강의 정취가 어우러진 대숲 바깥 태화강변에도 나 있어 산책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십리대숲의 서쪽 언덕에는 십리대숲과 태화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만회정이 우뚝 서 있다. 조선 중기, 부사를 지낸 만회(晚悔) 박취문(1617~1690)이 세운 정자다. 1800년 무렵 소실된 것을 울산시가 옛부터 태화강 십리대숲과 주변 경관을 완상하는 중요시설임을 감안해 2011년 새로 지었다. 주변 바위에는 관어대(觀魚臺)와 자라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차 한 잔이 생각나면 태화강을 건너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십리대숲과 전망대를 연결하는 나룻배가 운영됐으나 지금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운항이 중단돼 아쉬움을 준다. 취수탑을 리모델링한 전망대 4층에는 360도 회전하는 카페가 있어 차를 마시며 태화강과 십리대숲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또 태화강 생태환경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자연환경해설사 박순복씨는 "태화강은 조류 어류 등 총 190여 종의 국내 멸종위기동물 가운데 31종(16.31%)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환경의 보고"라며 "도심 한가운데에서 대숲과 강을 보며 힐링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일상은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며 엄지를 세웠다.
어둠이 내리면 연인들의 천국
전망대에서 나와 태화강을 거슬러 10분 정도 걸으면 철새홍보관을 만난다. 연면적 929㎡, 지하 1층, 지상 4층인 홍보관 3층에서는 VR체험관과 5D 입체영상관이 있어 가상현실 기술로 철새와 교감할 수 있다.
홍보관 측은 "울산이 겨울 철새 도래지로 급부상하면서 태화강 등 57.59㎢가 최근 환경부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의해 ‘국제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에 등재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은 연인들의 천국이다. 단순 설렘을 넘어 커플이 되고 싶은 ‘썸남썸녀’가 ‘로맨틱 끝판왕’으로 불리는 십리대숲 은하수 길을 건너면 커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울산시 제공
밤이 되면 십리대숲은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천국이 된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은 SNS 등에서 ‘커플 만드는 길’, ‘데이트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십리대숲 내 600m에 형형색색의 LED 조명을 달아 마치 우주 은하수를 연상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바람이 불면 댓잎의 물결과 LED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우주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단순 설렘을 넘어 커플이 되고 싶은 ‘썸남썸녀’라면, ‘로맨틱 끝판왕’으로 불리는 십리대숲 은하수 길을 건너 커플이 될 수 있다"고 선남선녀들에게 손짓했다.
겨울밤 십리대숲 까마귀떼. 낮에는 울주군 들녁 등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저녁 6시쯤이면 십리대숲 은신처로 날아든다. 온난화로 매년 개체수가 늘어 배설물 등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에겐 겨울철 화려한 군무로 인기가 높다. 울산시 제공
겨울 밤 십리대숲 일대는 까마귀떼 차지가 된다. 태화강 겨울 철새 중 가장 많은 개체인 떼까마귀·갈까마귀가 펼치는 군무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낮에는 울주군 들녘등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 저녁 6시쯤이면 십리대숲 은신처로 날아드는 까마귀떼는2015년 5만5,000여 마리에서 2016~2019년 10만여 마리, 지난해 13만여 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식지가 시베리아 등인 까마귀는 그동안 제주도에서 겨울을 보냈으나 온난화의 영향으로 2000년께부터 울산으로 월동지를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7월 12일 순천만에 이어 제2의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국가정원에서는 오는 10월 '2021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가 열린다. 코리아가든쇼, 정원산업전, 체험행사, 태화강공연축제 나드리, 문화예술회관 찾아가는 예술단, 울산재즈페스티벌 등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울산시는 박람회 개최를 통해 산업수도에서 생태관광 정원도시로 한층 도약해 관광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바위 일대 백리대숲은 서서히 대숲이 주변으로 뻗어나가 구역을 넓히고 있다. 1구간인 명촌교~삼호교~선바위~사연교 20km 구간은 2019년 조성을 마무리했다. 울산시는 2022년 말까지 백리대숲 조성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울산시 제공
산업수도에서 생태관광도시로 도시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울산시는 2019년 3월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확대, 체류형으로 관광선택지를 넓히기로 하고 시민, 기업의 힘을 모으고 있다.
태화강 상류인 석남사에서 선바위, 십리대숲을 거쳐 명촌교에 이르는 40㎞(100리)구간에 있는 대숲에는 대나무 밀도를 높이고, 단절 구간 20곳에는 새로 대나무를 심어 '달에서도 보일 만한' 긴 대숲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울산은 동북쪽엔 화학 조선 자동차 등 공업벨트가 집중된 반면, 서부권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군이 몰려 있는 영남알프스와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태화강 상·중류로 이뤄져 애초부터 생태환경도시로서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판단이다.
백리대숲 2개 구간 가운데 명촌교~삼호교~선바위~사연교(20㎞) 1구간을 2019년 조성을 마무리한 데 이어 사연교~반천~울산역~석남사(20㎞) 2구간은 현재 15㎞가 조성됐으며, 2022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테마공원 조성 및 식재 대나무 지원, 식재 직접 참여, 관리참여 등에는 1구간 조성에 BNK경남은행, SK에너지㈜, 엘에스니꼬동제련㈜, ㈜비아이티가, 2구간 조성에는 NH농협은행, 한국동서발전㈜, S-OIL㈜ 등 5개 업체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울산시는 여기에 5곳의 쉼터를 조성하고 다양한 생태문화프로그램을 접목할 경우 울산의 새로운 명물로서 관광 프레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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