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쉼터 뺏긴 노인들, 폭염에 거리로 내몰리다.
2021.08
05
뉴스관리팀장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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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지하철역 계단 위에 노인들이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앉아있다.
“사방을 빨간 테이프로 이렇게 친친 감아놨어.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잠깐이라도 앉아 숨 좀 돌리고 가게 막아놓지 말지. 야외에서도 거리 두고 앉아야 되는 거 우리도 다 알아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4도를 기록한 지난달 26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야외쉼터에서 만난 주수연(73)씨가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진 정자 앞 맨바닥에 주저앉은 채 말했다. 인근 공원과 길가에선 경로당마저 문을 닫자 갈 곳 없어진 노인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있었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세) 무서워서 잘 켜질 못하지. 좁은 집에서 그 바람 쐬다 보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그러니 더워도 나와있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마스크를 꼭꼭 눌러쓴 한 노인이 부채질 하던 손으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말을 보탰다.
재난급 폭염 속에서 노인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지하철역 내부에서 불어오는 냉기라도 느껴보려 사람들이 오가는 출입구 계단에 걸터앉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로 서울 시내 대부분의 경로당이나 복지관이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린 탓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 역시 대부분 폐쇄됐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조치에 따라 서울 시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복지관, 관공서 등 3,700여 곳 중 2,4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은행이나 우체국 등 여름철 노인들이 자주 찾던 장소들마저 ‘QR 코드 인증’에 대한 부담감으로 문턱조차 넘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
연일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오르내렸던 지난 2주간 한국일보 뷰엔(view&)팀은 서울 서대문구, 은평구, 강북구, 동대문구, 종로구 일대의 거리와 공원에서 30여 명의 노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러다 정말로 죽겠다 싶어 참다 못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는 '사람 고립 시켜 죽이는' 병" 이웃과 말 한마디 섞어보려 집 밖으로
지난해 2월부터 무기한 폐쇄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엔 여전히 노인들이 북적였다. 폐쇄된 공원 대신 종로3가역 인근 보도 위에 종이상자와 신문지를 깔고 앉아 더위를 식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인근 종묘광장공원에서는 바둑판을 중심으로 노인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김종섭(75)씨는 “지난 1년 반 사이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데, 문상 한번 제대로 갈 수 없어 비통했다”며 “그나마 내 또래 친구들 만나 편안하게 어울리고 마음 달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바둑판 앞에 모여든 노인들은 해가 기우는 오후 6시가 돼야 자리를 뜬다.
자식들은 ‘푹푹 찌는 대낮엔 나가지 말라’ 당부한다지만, 노인들은 집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고 항변한다. 종묘광장공원에서 만난 조희상(81)씨는 “어떻게든 나가서 몸을 움직여 줘야 골병이 안 든다”면서 “코로나가 달리 사람을 죽이는 병이 아니라 ‘고립시켜’ 죽이는 병 같다”고 한탄했다.
“피붙이인 형제한테 편히 집에 놀러 오라고도 못하니까… 코로나가 달리 사람을 죽이는 병이 아니라 ‘고립시켜’ 죽이는 병 같다는 생각도 해요. 어디 한번 들어가려하면 휴대폰으로 자꾸 뭘 찍으라 하고 부담스러워 죽겠어. 그늘이나 찾아 앉아있을 수 밖에.” 조씨가 한탄 어린 하소연을 덧붙였다. 다른 노인 역시 말을 보탰다. “탑골공원도 여기랑 다를 바 없는 야외인데, 왜 그렇게 문을 닫아버렸는지 모르겠어.”
서대문구 ‘독립문 공원’은 폐쇄된 탑골공원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정자 곳곳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지만 효용성은 거의 없다. 20여 명의 노인들이 정자 안팎에서 장기판을 펼쳐두고 시간을 보낸다. 청소 봉사를 하는 노모(78)씨는 “정부 방침에 맞게 4명씩 앉으라고, 버려진 의자들을 주워 와서 자리를 만들어 뒀다”고 말했다. 노씨는 앞서 지자체가 공원을 폐쇄하려 하자 간곡히 양해를 구해 막았다. “탑골 공원 닫으면서 사람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여기 있는 양반들 다 20년씩 나오던 사람들이에요. 달리 어디로 가겠어요.” 이 일대에서 장기를 구경하던 한 노인은 “구청이 제발 우릴 쫓아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내뱉었다. 이날 만난 노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노인들은 공원을 무조건 폐쇄하는 게 ‘해결 방안’이 못 된다고 입을 모았다. 독립문 공원을 자주 찾는 권정덕(78)씨는 “노인들이라고 언제까지고 집에 갇혀 있을 순 없는 노릇"이라며, "잠깐씩 나와 산책하고 앉아 있을 공간은 남겨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관과 경로당이 전부 문을 닫는 바람에 공원에 나오게 됐다는 김정자(80)씨 역시 “마땅한 벤치가 없어 돗자리까지 갖고 나왔는데, 허리가 아파 죽겠다”며 “등받이 벤치 하나만 생겨도 소원이 없겠다”고 토로했다. 집에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이 없는 노인들은 집의 출입문을 열어두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도 말했다.
공원 그늘마저 견딜 수 없을 만큼 무더울 땐 지하철을 찾는다. 냉방이 가장 잘되는 6호선을 선호한다는 김경태(가명·81)씨는 “지하철은 아무리 사람이 많이 타도 코로나 환자가 생겼다는 뉴스가 없었다”면서 “종점에서 전동차를 꼼꼼하게 소독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야말로 더위를 가장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종로 3가역 계단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던 손경자(가명·81)씨 역시 “친구네 집에 가기도 미안해서, 그나마 시원한 데라고 찾은 게 지하철역”이라고 말했다.
폭염 취약 계층을 위한 지자체의 특별대책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지자체가 정해진 시간마다 야외 공원에 시원한 물 입자를 분사하는 ‘쿨링 포그(cooling fog)’ 장치를 가동하고, 코로나 19로 비어 있는 지역구 내 호텔 객실 50여 개를 야간 무더위 안전숙소로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 대책은 어디까지나 일부 지역에만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사지 멀쩡하면 살아 있는 건가요" 우울감 속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날들'
노인들이 집에서 느끼는 우울감 문제도 심각하다. 떨어져 사는 가족들과의 접촉이 줄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뜸해지면서 고립감이 가중되는 탓이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타인과 소통하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에겐 ‘일단 나가서 누구라도 만나지 않는 한’ 고립감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은평구 갈현동 길마어린이공원에서 만난 권오순(85)씨는 “지난해가 아파트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올해 그만두었는데, 해야 할 일도 없는데다 사람도 만나지 못하니 우울감이 심해졌다”며 “집 근처라도 나와 이웃들과 이야기라도 나눠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만난 강모(73)씨 역시 “집에 있으면 우울증이 시달린다”며 “혼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나와있는 걸 보면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도 최근 노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경로 우대 대상자인 이들은 무료로 지하철을 타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공항에서 더위를 피한다. 얼마 전 이 같은 현상을 전한 기사에는 ‘지금 어떤 시국인데, 공항까지 몰려가며 민폐를 끼치냐’는 악성 댓글이 적지 않게 달렸다. 재난급 폭염이 덮친 도시에 노인에게 허락된 공간은 ‘없다’는 맥락은 철저히 지워진 채.
전염병과 기후변화라는 이중 재난 앞에서 고통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해마다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 중 다수는 노인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여름은 더욱더 혹독한 계절이다.
현외용 기자.
“사방을 빨간 테이프로 이렇게 친친 감아놨어.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잠깐이라도 앉아 숨 좀 돌리고 가게 막아놓지 말지. 야외에서도 거리 두고 앉아야 되는 거 우리도 다 알아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4도를 기록한 지난달 26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야외쉼터에서 만난 주수연(73)씨가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진 정자 앞 맨바닥에 주저앉은 채 말했다. 인근 공원과 길가에선 경로당마저 문을 닫자 갈 곳 없어진 노인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있었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세) 무서워서 잘 켜질 못하지. 좁은 집에서 그 바람 쐬다 보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그러니 더워도 나와있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마스크를 꼭꼭 눌러쓴 한 노인이 부채질 하던 손으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말을 보탰다.
재난급 폭염 속에서 노인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지하철역 내부에서 불어오는 냉기라도 느껴보려 사람들이 오가는 출입구 계단에 걸터앉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로 서울 시내 대부분의 경로당이나 복지관이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린 탓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 역시 대부분 폐쇄됐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조치에 따라 서울 시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복지관, 관공서 등 3,700여 곳 중 2,4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은행이나 우체국 등 여름철 노인들이 자주 찾던 장소들마저 ‘QR 코드 인증’에 대한 부담감으로 문턱조차 넘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
연일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오르내렸던 지난 2주간 한국일보 뷰엔(view&)팀은 서울 서대문구, 은평구, 강북구, 동대문구, 종로구 일대의 거리와 공원에서 30여 명의 노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러다 정말로 죽겠다 싶어 참다 못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는 '사람 고립 시켜 죽이는' 병" 이웃과 말 한마디 섞어보려 집 밖으로
지난해 2월부터 무기한 폐쇄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엔 여전히 노인들이 북적였다. 폐쇄된 공원 대신 종로3가역 인근 보도 위에 종이상자와 신문지를 깔고 앉아 더위를 식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인근 종묘광장공원에서는 바둑판을 중심으로 노인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김종섭(75)씨는 “지난 1년 반 사이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데, 문상 한번 제대로 갈 수 없어 비통했다”며 “그나마 내 또래 친구들 만나 편안하게 어울리고 마음 달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바둑판 앞에 모여든 노인들은 해가 기우는 오후 6시가 돼야 자리를 뜬다.
자식들은 ‘푹푹 찌는 대낮엔 나가지 말라’ 당부한다지만, 노인들은 집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고 항변한다. 종묘광장공원에서 만난 조희상(81)씨는 “어떻게든 나가서 몸을 움직여 줘야 골병이 안 든다”면서 “코로나가 달리 사람을 죽이는 병이 아니라 ‘고립시켜’ 죽이는 병 같다”고 한탄했다.
“피붙이인 형제한테 편히 집에 놀러 오라고도 못하니까… 코로나가 달리 사람을 죽이는 병이 아니라 ‘고립시켜’ 죽이는 병 같다는 생각도 해요. 어디 한번 들어가려하면 휴대폰으로 자꾸 뭘 찍으라 하고 부담스러워 죽겠어. 그늘이나 찾아 앉아있을 수 밖에.” 조씨가 한탄 어린 하소연을 덧붙였다. 다른 노인 역시 말을 보탰다. “탑골공원도 여기랑 다를 바 없는 야외인데, 왜 그렇게 문을 닫아버렸는지 모르겠어.”
서대문구 ‘독립문 공원’은 폐쇄된 탑골공원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정자 곳곳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지만 효용성은 거의 없다. 20여 명의 노인들이 정자 안팎에서 장기판을 펼쳐두고 시간을 보낸다. 청소 봉사를 하는 노모(78)씨는 “정부 방침에 맞게 4명씩 앉으라고, 버려진 의자들을 주워 와서 자리를 만들어 뒀다”고 말했다. 노씨는 앞서 지자체가 공원을 폐쇄하려 하자 간곡히 양해를 구해 막았다. “탑골 공원 닫으면서 사람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여기 있는 양반들 다 20년씩 나오던 사람들이에요. 달리 어디로 가겠어요.” 이 일대에서 장기를 구경하던 한 노인은 “구청이 제발 우릴 쫓아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내뱉었다. 이날 만난 노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노인들은 공원을 무조건 폐쇄하는 게 ‘해결 방안’이 못 된다고 입을 모았다. 독립문 공원을 자주 찾는 권정덕(78)씨는 “노인들이라고 언제까지고 집에 갇혀 있을 순 없는 노릇"이라며, "잠깐씩 나와 산책하고 앉아 있을 공간은 남겨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관과 경로당이 전부 문을 닫는 바람에 공원에 나오게 됐다는 김정자(80)씨 역시 “마땅한 벤치가 없어 돗자리까지 갖고 나왔는데, 허리가 아파 죽겠다”며 “등받이 벤치 하나만 생겨도 소원이 없겠다”고 토로했다. 집에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이 없는 노인들은 집의 출입문을 열어두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도 말했다.
공원 그늘마저 견딜 수 없을 만큼 무더울 땐 지하철을 찾는다. 냉방이 가장 잘되는 6호선을 선호한다는 김경태(가명·81)씨는 “지하철은 아무리 사람이 많이 타도 코로나 환자가 생겼다는 뉴스가 없었다”면서 “종점에서 전동차를 꼼꼼하게 소독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야말로 더위를 가장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종로 3가역 계단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던 손경자(가명·81)씨 역시 “친구네 집에 가기도 미안해서, 그나마 시원한 데라고 찾은 게 지하철역”이라고 말했다.
폭염 취약 계층을 위한 지자체의 특별대책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지자체가 정해진 시간마다 야외 공원에 시원한 물 입자를 분사하는 ‘쿨링 포그(cooling fog)’ 장치를 가동하고, 코로나 19로 비어 있는 지역구 내 호텔 객실 50여 개를 야간 무더위 안전숙소로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 대책은 어디까지나 일부 지역에만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사지 멀쩡하면 살아 있는 건가요" 우울감 속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날들'
노인들이 집에서 느끼는 우울감 문제도 심각하다. 떨어져 사는 가족들과의 접촉이 줄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뜸해지면서 고립감이 가중되는 탓이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타인과 소통하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에겐 ‘일단 나가서 누구라도 만나지 않는 한’ 고립감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은평구 갈현동 길마어린이공원에서 만난 권오순(85)씨는 “지난해가 아파트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올해 그만두었는데, 해야 할 일도 없는데다 사람도 만나지 못하니 우울감이 심해졌다”며 “집 근처라도 나와 이웃들과 이야기라도 나눠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만난 강모(73)씨 역시 “집에 있으면 우울증이 시달린다”며 “혼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나와있는 걸 보면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도 최근 노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경로 우대 대상자인 이들은 무료로 지하철을 타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공항에서 더위를 피한다. 얼마 전 이 같은 현상을 전한 기사에는 ‘지금 어떤 시국인데, 공항까지 몰려가며 민폐를 끼치냐’는 악성 댓글이 적지 않게 달렸다. 재난급 폭염이 덮친 도시에 노인에게 허락된 공간은 ‘없다’는 맥락은 철저히 지워진 채.
전염병과 기후변화라는 이중 재난 앞에서 고통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해마다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 중 다수는 노인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여름은 더욱더 혹독한 계절이다.
현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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