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그린 뉴딜, 탄소제로는 빠졌다.
2021.08
10
뉴스관리팀장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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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에게 닥친 절박한 현실이며,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그린 뉴딜은 탄소 제로(0), 즉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조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산업구조 재편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게 핵심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그린 뉴딜 사업에 78조 원을 투입, 탄소중립 기반을 갖추고 녹색 친화적인 생활환경을 구현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저마다 그린 뉴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지자체가 추진중인 그린 뉴딜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전국 지자체들이 추진중인 그린 뉴딜의 실상을 취재했다.
환경단체가 중단 요구한 대전시의 '3대 하천 그린 뉴딜' 사업
대전광역시는 2030년까지 4680억 원을 들여 '3대 하천 도심속 푸른 물길 그린 뉴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전 시내를 관통하는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을 시민들의 친환경 여가 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세부 사업계획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3대 하천 그린 뉴딜은 대전시의 탄소 중립 전략의 핵심 과제중 하나다. 대전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0.6%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3대 하천 그린 뉴딜 사업이 대전의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전시가 그린 뉴딜 사업의 예시로 든 캠핑장과 LED(발광다이오드) 빛의 정원, 물놀이장, 레일 썰매장, 어린이 스포츠 공원, 꽃단지, 스카이워크 등은 탄소 배출 감축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최영준 대전시 생태하천과장은 "3대 하천 그린 뉴딜 사업은 탄소 중립을 위한 사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탄소 중립에만 초점을 맞추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최영준 과장은 또 자전거 도로를 일부 확충하고, 하상도로의 대체 도로를 건설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천 하상도로는 대전의 동구와 중구, 서구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 때문에 차량 통행이 많지만 장마철이 되면 하천 범람으로 자주 폐쇄된다. 대전시는 하상도로를 걷어내고 대전천 물길 아래에 지하터널을 만들어 차가 다닐 수 있는 대체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대체도로 건설이 생태계를 복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는 커녕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대체도로가 건설되면 교통량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리려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린 뉴딜이 아니라 토건 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멀쩡한 습지를 복원해 생태습지로 바꾼다는 공주시의 이상한 그린 뉴딜
충남 공주시가 추진중인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 역시 그린 뉴딜의 핵심 가치인 탄소 제로와 동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공주시 웅진동 일대에 빗물 저류조와 생태습지, 친환경 버스정류장 등 6개 사업에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뉴스타파는 환경 전문가와 함께 공주시가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며 6억 8천만 원을 들여 생태습지를 새로 조성하기로 한 송장배미 습지를 찾아갔다.
송장배미 습지는 대표적 수질 정화식물로 잘 알려진 다년생 풀인 부들과 연이 가득했다. 습지 주변에는 안전을 위해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정자도 마련돼 있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책임활동가는 "이미 생태습지로 조성된 공간을 다시 복원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공주시는 왜 멀쩡한 습지를 파헤쳐 다시 생태습지로 복원한다는 걸까?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부풀리기 위해서는 아닐까.
공주시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을 통해 연간 108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중 감축 효과가 가장 큰 사업은 생태습지 교육프로그램. 1200명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온실가스를 연간 42톤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분석하는 공식 기관인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100명을 교육했을 때 100명 중에 한 명이 생활 습관을 변화했을 것이라고 가정을 하고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한 것이지 캠페인 한 번 했다고 해서 '온실가스가 감축된다'고 표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 편의 시설도 그린 뉴딜 사업으로 둔갑
주민편의 시설이 그린 뉴딜 사업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공주시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의 하나로 친환경 버스 정류장 4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친환경 버스정류장은 에너컨과 공기정화기가 달린 버스 쉘터다.
공주시는 버스 쉘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연간 24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어 그린 뉴딜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버스쉘터의 태양광 발전으로 쉘터 내부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 쉘터가 에너지 자립구조를 갖춘 것이 아닌 만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들인 예산에 비해 효과가 의문스러운 사업도 있다. 공주시는 26억 원을 들여 공주경찰서 앞 사거리에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은 도로에 물 분사 시설을 설치, 폭염 때 물을 뿌려 노면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는 사업대상지를 잘못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책임활동가는 "경찰서 앞 사거리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라며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이 필요하다면 시내 번화가나 공주 시장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우리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기존의 개발계획을 짜집기하거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부풀리는 가짜 그린뉴딜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유해운 기자.
그린 뉴딜은 탄소 제로(0), 즉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조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산업구조 재편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게 핵심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그린 뉴딜 사업에 78조 원을 투입, 탄소중립 기반을 갖추고 녹색 친화적인 생활환경을 구현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저마다 그린 뉴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지자체가 추진중인 그린 뉴딜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전국 지자체들이 추진중인 그린 뉴딜의 실상을 취재했다.
환경단체가 중단 요구한 대전시의 '3대 하천 그린 뉴딜' 사업
대전광역시는 2030년까지 4680억 원을 들여 '3대 하천 도심속 푸른 물길 그린 뉴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전 시내를 관통하는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을 시민들의 친환경 여가 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세부 사업계획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3대 하천 그린 뉴딜은 대전시의 탄소 중립 전략의 핵심 과제중 하나다. 대전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0.6%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3대 하천 그린 뉴딜 사업이 대전의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전시가 그린 뉴딜 사업의 예시로 든 캠핑장과 LED(발광다이오드) 빛의 정원, 물놀이장, 레일 썰매장, 어린이 스포츠 공원, 꽃단지, 스카이워크 등은 탄소 배출 감축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최영준 대전시 생태하천과장은 "3대 하천 그린 뉴딜 사업은 탄소 중립을 위한 사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탄소 중립에만 초점을 맞추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최영준 과장은 또 자전거 도로를 일부 확충하고, 하상도로의 대체 도로를 건설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천 하상도로는 대전의 동구와 중구, 서구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 때문에 차량 통행이 많지만 장마철이 되면 하천 범람으로 자주 폐쇄된다. 대전시는 하상도로를 걷어내고 대전천 물길 아래에 지하터널을 만들어 차가 다닐 수 있는 대체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대체도로 건설이 생태계를 복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는 커녕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대체도로가 건설되면 교통량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리려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린 뉴딜이 아니라 토건 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멀쩡한 습지를 복원해 생태습지로 바꾼다는 공주시의 이상한 그린 뉴딜
충남 공주시가 추진중인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 역시 그린 뉴딜의 핵심 가치인 탄소 제로와 동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공주시 웅진동 일대에 빗물 저류조와 생태습지, 친환경 버스정류장 등 6개 사업에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뉴스타파는 환경 전문가와 함께 공주시가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며 6억 8천만 원을 들여 생태습지를 새로 조성하기로 한 송장배미 습지를 찾아갔다.
송장배미 습지는 대표적 수질 정화식물로 잘 알려진 다년생 풀인 부들과 연이 가득했다. 습지 주변에는 안전을 위해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정자도 마련돼 있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책임활동가는 "이미 생태습지로 조성된 공간을 다시 복원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공주시는 왜 멀쩡한 습지를 파헤쳐 다시 생태습지로 복원한다는 걸까?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부풀리기 위해서는 아닐까.
공주시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을 통해 연간 108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중 감축 효과가 가장 큰 사업은 생태습지 교육프로그램. 1200명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온실가스를 연간 42톤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분석하는 공식 기관인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100명을 교육했을 때 100명 중에 한 명이 생활 습관을 변화했을 것이라고 가정을 하고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한 것이지 캠페인 한 번 했다고 해서 '온실가스가 감축된다'고 표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 편의 시설도 그린 뉴딜 사업으로 둔갑
주민편의 시설이 그린 뉴딜 사업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공주시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의 하나로 친환경 버스 정류장 4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친환경 버스정류장은 에너컨과 공기정화기가 달린 버스 쉘터다.
공주시는 버스 쉘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연간 24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어 그린 뉴딜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버스쉘터의 태양광 발전으로 쉘터 내부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 쉘터가 에너지 자립구조를 갖춘 것이 아닌 만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들인 예산에 비해 효과가 의문스러운 사업도 있다. 공주시는 26억 원을 들여 공주경찰서 앞 사거리에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은 도로에 물 분사 시설을 설치, 폭염 때 물을 뿌려 노면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는 사업대상지를 잘못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책임활동가는 "경찰서 앞 사거리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라며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이 필요하다면 시내 번화가나 공주 시장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우리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기존의 개발계획을 짜집기하거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부풀리는 가짜 그린뉴딜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유해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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