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위장한 '예쁜 쓰레기'…그린워싱 주의보.
2021.10
06
뉴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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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쌓인 쓰레기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행사 '그린워싱' 논란
해외서도 그린워싱 논란 잇따라…라이언에어·구스토 등
"그린워싱, 지구에 해 끼친다" 英 규제당국 단속 예고
전문가 "그린워싱에 대한 기준 모호해 발생하는 문제"
"'친환경' 의미 보다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을 빙자해 사실상의 상술을 펼치는 이른바 '그린워싱'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그린워싱 광고를 하는 업체들을 단속하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친환경 마케팅에 대한 보다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서비스 등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소위 '위장환경주의'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친환경 기조에 맞춘 마케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났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린워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국내 그린워싱 논란은 지난달 28일 카페 체인점 '스타벅스'에서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스타벅스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및 일회용 제품 사용 절감을 장려하는 취지로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 환경단체 사이에서는 리유저블컵 데이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선 스타벅스가 제공한 다회용 컵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게 문제가 됐다. 비록 컵 자체는 20여회 정도 재사용 가능하지만, 텀블러 같은 용기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어 진정한 다회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정 리유저블 컵을 모으기 위해 소비자들이 늘리면서 오히려 플라스틱 소비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스타벅스 측은 이같은 불만에 대해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일회용 컵 사용 중단 계획의 일환으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오는 2025년까지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하고 리유저블 컵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린워싱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사)한국자연경관보전회는 스타벅스 행사에 대해 "오히려 자원 낭비와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행태이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 워싱"이라며 "진정 친환경 경영이 목표라면, 일회용 컵 전면 사용을 철회하고 고객의 개인 텀블러 등 다회용 컵 사용을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ESG(환경보호·사회공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친환경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한 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워싱 논란은 국내에서만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 ESG 등이 이미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미국·유럽 등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그린워싱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일례로 유럽에 기반을 둔 글로벌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는 지난 2019년부터 '우리는 전세계 항공사 중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가장 낮다'는 취지로 TV·라디오 광고를 송출해 논란이 됐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당국이 규제에 나섰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라이언에어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이 광고를 금지했고, 결국 라이언에어는 광고 대사 일부분을 수정해야만 했다.
영국의 유명 밀키트 배달업체 '구스토(Gousto)'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100% 재활용 가능한 이른바 '에코 칠 박스(Eco Chill Box)' 포장재를 홍보했다가 규제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구스토는 조리에 필요한 식자재와 소스 등을 박스에 담아 배송하는 업체인데, 환경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위해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는 '에코 칠 박스' 포장재 옵션을 제공해 왔다.
문제는 오늘날 배송업계에서 쓰이는 포장재 물질이 매우 다양한 만큼, '100%'라는 숫자는 현실적으로 달성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ASA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광고를 만드는 행위가 "소비자와 지구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구스토의 광고에서 '100%' 문구를 제외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한 그린워싱 마케팅은 친환경적인 소비 습관을 찾는 소비자들의 노력을 저해할 뿐더러, 환경 오염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
이렇다 보니 미국·영국·유럽 등 선진국 규제당국은 그린워싱 마케팅을 적발하고 근절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ASA는 오는 2022년부터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하기 앞서 지켜야 하는 6가지 시행지침을 발표한 뒤,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는 현재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린워싱에 관한 기준을 보다 엄격히 세워 혼란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은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행사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들이 나름 친환경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입장에서는 환경 보호라는 취지에 맞춰 마케팅을 했는지, 진정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그린워싱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원료 하나만 놓고 봐도 각국의 처리 기준이나 규제에 따라 재활용 여부가 갈린다. 무엇이 친환경 원료인지 아닌지 나누는 기준도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보니 그린워싱에 대한 해석도 분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친환경이라는 개념을 좀 더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정의하고,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대봉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행사 '그린워싱' 논란
해외서도 그린워싱 논란 잇따라…라이언에어·구스토 등
"그린워싱, 지구에 해 끼친다" 英 규제당국 단속 예고
전문가 "그린워싱에 대한 기준 모호해 발생하는 문제"
"'친환경' 의미 보다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을 빙자해 사실상의 상술을 펼치는 이른바 '그린워싱'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그린워싱 광고를 하는 업체들을 단속하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친환경 마케팅에 대한 보다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서비스 등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소위 '위장환경주의'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친환경 기조에 맞춘 마케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났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린워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국내 그린워싱 논란은 지난달 28일 카페 체인점 '스타벅스'에서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스타벅스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및 일회용 제품 사용 절감을 장려하는 취지로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 환경단체 사이에서는 리유저블컵 데이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선 스타벅스가 제공한 다회용 컵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게 문제가 됐다. 비록 컵 자체는 20여회 정도 재사용 가능하지만, 텀블러 같은 용기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어 진정한 다회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정 리유저블 컵을 모으기 위해 소비자들이 늘리면서 오히려 플라스틱 소비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스타벅스 측은 이같은 불만에 대해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일회용 컵 사용 중단 계획의 일환으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오는 2025년까지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하고 리유저블 컵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린워싱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사)한국자연경관보전회는 스타벅스 행사에 대해 "오히려 자원 낭비와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행태이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 워싱"이라며 "진정 친환경 경영이 목표라면, 일회용 컵 전면 사용을 철회하고 고객의 개인 텀블러 등 다회용 컵 사용을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ESG(환경보호·사회공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친환경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한 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워싱 논란은 국내에서만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 ESG 등이 이미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미국·유럽 등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그린워싱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일례로 유럽에 기반을 둔 글로벌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는 지난 2019년부터 '우리는 전세계 항공사 중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가장 낮다'는 취지로 TV·라디오 광고를 송출해 논란이 됐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당국이 규제에 나섰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라이언에어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이 광고를 금지했고, 결국 라이언에어는 광고 대사 일부분을 수정해야만 했다.
영국의 유명 밀키트 배달업체 '구스토(Gousto)'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100% 재활용 가능한 이른바 '에코 칠 박스(Eco Chill Box)' 포장재를 홍보했다가 규제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구스토는 조리에 필요한 식자재와 소스 등을 박스에 담아 배송하는 업체인데, 환경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위해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는 '에코 칠 박스' 포장재 옵션을 제공해 왔다.
문제는 오늘날 배송업계에서 쓰이는 포장재 물질이 매우 다양한 만큼, '100%'라는 숫자는 현실적으로 달성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ASA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광고를 만드는 행위가 "소비자와 지구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구스토의 광고에서 '100%' 문구를 제외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한 그린워싱 마케팅은 친환경적인 소비 습관을 찾는 소비자들의 노력을 저해할 뿐더러, 환경 오염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
이렇다 보니 미국·영국·유럽 등 선진국 규제당국은 그린워싱 마케팅을 적발하고 근절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ASA는 오는 2022년부터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하기 앞서 지켜야 하는 6가지 시행지침을 발표한 뒤,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는 현재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린워싱에 관한 기준을 보다 엄격히 세워 혼란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은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행사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들이 나름 친환경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입장에서는 환경 보호라는 취지에 맞춰 마케팅을 했는지, 진정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그린워싱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원료 하나만 놓고 봐도 각국의 처리 기준이나 규제에 따라 재활용 여부가 갈린다. 무엇이 친환경 원료인지 아닌지 나누는 기준도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보니 그린워싱에 대한 해석도 분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친환경이라는 개념을 좀 더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정의하고,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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