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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옥상 온도 55.8℃ 일 때 가로수길은 28.5℃···기후위기 시대 ‘생존 문제’ 된 도시숲.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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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지럽네요.” 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 오른 서홍덕 국립산림과학원 박사가 나무 그늘 한 점 없는 공터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지난달부터 폭염 상황에서 도심과 도시숲 간 온도차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오후 3시쯤은 종일 햇볕에 달궈졌던 건물과 지면이 품고 있던 열기가 서서히 방출되기 시작하는 때다. 아직 지지 않은 해와 방출되는 열기가 더해져 체감온도는 높다. 카메라 앞에 선 지 10분이 되지 않았는데, 이미 열화상카메라에 측정된 서 박사의 얼굴표면온도는 38.1도를 기록했다. 대기 중 온도를 측정하는 간이 온도계에 나타난 39~40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대, 응봉산 바로 앞의 서울숲에서 잰 얼굴표면온도는 2.1도 낮은 36도였다. 나무 그늘 밑과 그늘 밖에서의 온도 차가 2도 넘게 난다. 서 박사는 “보통 숲의 기온 저감 효과는 3~7도로 발표되지만, 여름에 온도차가 많이 날 때는 얼굴표면온도가 10~15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 3~4일,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의 서울과 대구 모니터링 현장에 동행했다.

서울 성동구에 2005년 조성된 서울숲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 숲 옆으로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이 중에는 전면이 짙은 색 유리로 된 것들도 있다. 이 전경을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해보니 온도 차가 뚜렷했다. 서울숲 안 큰 나무들이 있는 곳은 낮은 온도를 의미하는 하늘색으로 표시됐고, 고층 건물은 높은 온도를 의미하는 노란색과 주황색, 붉은색이 섞여 있었다. 평균값을 조절한 숲의 온도는 28.8도, 건물의 온도는 37.4도로 기록됐다. 숲과 바로 옆 고층 건물 간 온도차가 8.6도나 되는 것이다. 모니터링을 진행한 지난 3일은 소나기가 내려 서울 평균 기온은 31.3도로 최근의 폭염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습도가 67%에 달하면서 체감 기온은 매우 높았다. 고온건조한 날씨에는 숲과 건물 간 온도 차이가 더 벌어진다. “건물 색깔에 따라서 차이가 확실히 많이 나요. 밝은색 건물보다 짙은색 건물, 통유리로 된 건물에서 온도차가 커요.” 서 박사가 말했다.
숲의 온도가 낮은 이유는 나무 때문이다. 나무는 나뭇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흡수한 물을 잎을 통해 다시 내뿜는 증산작용을 통해 열을 식혀준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힌 도심에 열섬현상이 있다면, 도시숲에는 ‘냉섬현상’이 있는 것이다. 나무는 한 그루보다는 두 그루가, 아스팔트에 홀로 식재된 나무보다는 잔디나 관목이 함께 있는 나무가 온도를 낮추는데 더 효과가 좋다. “숲은 상대적으로 온도변화에 민감하지 않아서 도심의 완충재 역할을 해줍니다. 도로와 건물은 직사열, 반사열을 받아 온도가 급격히 오르내리기도 하고, 아니면 완만하게 떨어지면서 열대야 현상을 일으키지만 숲은 그렇지 않은거죠.” 오정학 국립산림과학원 박사가 말했다.
응봉산에서 촬영된 열화상 사진에선 ‘숲의 효과’를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서울숲과 거의 붙어있는 한 시멘트 공장의 온도는 43.7도였다. 공장 앞 도로의 온도는 40.7도, 숲 뒤 건물은 37.6도를 기록했다. 그 중간에 위치한 숲의 온도만 29.7~30.2도로 최대 14도 가량 차이가 났다.

서울숲의 면적은 115만6498㎡로, 도시숲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숲이 커서 열을 낮추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일까. 4일 찾은 대구의 국채보상공원은 공원의 규모가 작아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국채보상공원의 면적은 4만3000㎡, 서울숲의 26분의 1 규모인 소공원이다. 여의도공원(22만9539㎡)의 5분의1 정도 크기다. 대구 중구청 바로 앞의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덥기로 유명한 도시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공원이다.
공원에서 도보 5분 거리인 대구 중구청 옥상에서 국채보상공원이 포함된 전경을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이날 중구청 옥상은 간이 온도계로 41도 이상을 기록했다. 오후 2시 기준 열화상 사진에 촬영된 건물 온도는 41.3도, 숲의 온도는 이보다 8.2도 낮은 33.1도였다. 도로를 따라 가로수가 빽빽하게 심어진 곳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났다. 도로의 온도는 51.8도였지만, 그 옆 가로수길 온도는 28.5도였다.
온도차는 얼굴표면온도 측정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났다. 그늘이 없는 공터에서 촬영한 얼굴표면온도는 40.7도였다. 공터에서 100m쯤 떨어진 숲 안으로 들어가 그늘 밑에서 촬영한 얼굴표면온도는 36.6도로, 4.1도 차이가 났다. 공원이 작아도,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제 역할을 한다.

유해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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