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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공포영화가 아니라 실제다" 화염에 휩싸인 그리스 휴양지.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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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큰 섬에서 소방관 600여명 사투

그리스 총리 "전례 없는 규모의 자연재해"

그리스에서 일주일째 크고 작은 산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 아테네 북쪽의 에비아 섬을 덮친 화마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현지시간) AFP·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이 섬에는 현재 600여 명의 소방관과 소방 항공기·헬기 10여 대가 투입돼 화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에비아 섬은 그리스에서 두번째로 큰 섬이자 20만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관광명소다. 이번 화재로 지금까지 서울 면적(약 605㎢)의 절반이 넘는 산림이 황폐화했고 가옥 수백 채가 불탄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에비아섬 주민들이 확산하는 산불을 피해 여객선을 타고 긴급 대피하는 등 참혹한 현장 영상이 공유되며 수천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섬에선 검붉은 재가 하늘을 뒤덮고 굵은 연기 기둥이 여기저기서 솟구치는 등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 매일 펼쳐지고 있다. 지난 3일 첫 발화 이후 일주일간 관광객과 주민 수천 명이 배를 타고 섬을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현장에 남았다.

잔류한 주민 일부는 화재 여파로 전기와 수도 공급마저 끊긴 최악의 환경에서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우고 있다. 당국이 주민 추가 철수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에비아 섬에 보낸 페리선은 거처를 잃었거나 가재도구를 두고 급하게 피신한 주민의 임시숙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26세의 한 주민은 "우리는 신의 손에 맡겨졌다"며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마저 떠나면 마을은 모두 불에 타 사라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구조선을 타고 섬을 탈출한 38세 임부는 로이터에 "마치 공포영화 같다"면서 "하지만 이는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우리는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견뎠다"고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유해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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