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풍력발전이 가야 할 길은 공유화.
2021.08
06
뉴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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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해상풍력발전 제공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성과와 과제.
올해는 지방자치제 부활 30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1961년 5.16쿠데타로 지방의회가 강제해산되었다가 민주항쟁 이후인 1991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가 다시 개원하였다. 이를 맞이하여 지난 달,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도민의 삶을 바꾼 조례 5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 1월 기준 제주특별자치도에 적용되는 자치법규인 조례는 총 1,006건에 달하는데, 그 중 50개를 내․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였다. 선정 기준은 전국 최초 제정 여부를 보는 '독창성과 선도성', 도민 관심도 및 조례의 목적 달성 여부를 보는 '도민사회 파급력', 상위법령에 따른 적법성을 보는 '완성도', 그리고 정책 실효성을 판단하는 '지속성'으로 크게 4가지였다.
이를 통해 4.3희생자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조례,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등 제주도 역사·문화·자연의 독특함을 풍부하게 보여주는 조례들이 선정되었다. 특히 에너지 관련 조례는 에너지 기본조례,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지정 조례 등 8개가 있는데 그 중 '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가 유일하게 포함되었다.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제주도민의 공공자원인 풍력자원을 개발한 이익을 도민들에게 환원하여 지역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사업에 기여할 목적으로 2016년 7월 제주도의회가 의원발의를 통해 제정한 조례를 근거로 2017년 설치되었다.
대한민국 풍력발전 1번지, 제주
2020년 한 해 동안, 제주도 전체 전력공급의 16.2%를 295메가와트(㎿)의 육․해상 풍력발전과 448㎿의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육해상 풍력발전 2,345㎿와 태양광 1,411㎿ 등을 설치하여 도내 전력공급의 백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탐라국 개국 이래 지난 수천 년 동안 제주도민의 삶 속에서 바람은 고난과 역경의 상징이었다. 억센 바람으로 인해 짧고 굵은 특징을 지닌 제주어, 집 마당으로 외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막기 위한 꼬부랑한 올레 등 제주문화의 기본 바탕은 바람의 강한 영향으로 형성되었다.
삼다도(三多島)라는 특징을 기반으로 1975년, 독립형 소형풍력발전기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가동되었고, 1990년대 초까지 국가 주도 뿐 아니라 제주도 차원에서의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제주도가 직접 개발한 제주시 구좌읍 행원풍력발전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단지용 풍력발전이 시작되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풍력발전 개발사업이 본격화되었다.
2000년대 초반 들어 민간 상업용 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제주도내 곳곳에 확대되기 시작하자, 인근 마을 주민들과 토지주들은 소음과 경관 피해를 주장하며 전도적인 반대운동에 나서기도 했고, 실제 한 민간풍력발전사업자는 획득한 사업허가를 포기까지 하였다.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의 전략과 법제화
이렇게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도내 환경단체는 단순히 표면적으로 나타난 사회갈등의 한쪽 편에 서있기 보다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지역의 자연에너지자원을 공유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제주도민에게 고난과 역경의 상징이었던 바람이 민간 풍력발전사업자에게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공짜 연료가 되었다는 역사·문화·생태적 불평등을 주장하며 2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의 전략은 이미 시행 중이었던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에서 차용하여 ①먹는샘물 '삼다수'처럼 제주도가 소유한 지방공기업이 지역의 자연자원을 독점 개발하여 그 이익을 도민에게 환원하는 것과 함께, ②이미 가동․운영 중이거나 예정인 민간풍력발전사업자으로 부터 일정한 금액의 바람자원 사용료를 받는 것이었다.
2011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전기사업에 관한 특례" 및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가 법제화되었다. 산업부 장관이 갖고 있던 육․해상 풍력발전사업 허가권한이 제주도지사로 이양되었고, 제주도지사는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 하며, 체계적인 개발과 활성화를 위해 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근거로 그해 12월, "도지사는 풍력자원을 활용한 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책무가 담긴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 지정 조례가 제정되었다.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의 제정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가 법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근민 제주도정은 설립을 준비하고 있던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아니라, 민간자본에 의한 육상풍력발전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였다. 풍력자원의 사유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았던 환경단체는 이에 대항하여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하였고, 지역 언론과 도의회의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 내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제주도와 민간풍력발전사업자 간에 개발이익 공유화약정이 체결되었다.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지정 조례가 개정되어, 사업자는 풍력발전지구 지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개발이익공유화계획을 제주도에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를 근거로 하여 사업자의 기부 사항을 약정서에 담았으며, 각 사업자마다 약정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추정 매출액의 7%를 기부하되, 발전사업 초기에는 대출금 상환을 우선 해야 하므로 연간 2억 원씩 낸 후, 3년마다 회계자료를 제출하여 검증하기로 했다.
허가를 받은 풍력단지들은 2015년부터 하나 둘 씩 준공을 하여 가동․운영을 시작하였다. 즉, 전력판매에 따라 사업자의 현금흐름이 발생하였고, 공유화약정에 따른 금액을 사업자가 제주도에 "자발적으로 기부"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었다. 운동단체는 기부금이 일반회계로 편입되면 그 의미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면서, 별도의 독립적인 기금으로 조성하여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종잣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회는 이미 공풍화(共風化) 운동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3년,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 지정 조례를 개정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도지사의 재의 요구가 있어 도의회 의장이 직접 공포하였고, 다시 도지사가 권한쟁의소송으로 훼방을 놓자 2014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판결을 얻어낸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에서 2016년 5월, 제주도의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신재생에너지기금 조례'를 의원발의하였고, 공개토론회를 거쳐 두 달 뒤, 기금의 재원출처를 보다 분명히 한 명칭인 "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를 제정하였다.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운영평가
2017년부터 설치된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2020년까지 4년 동안 약 190억 6천만 원을 조성하였다. 세입의 절반인 96억 원은 제주도가 직영하고 있는 풍력발전실증단지와 연안풍력발전의 전력판매금액이었고, 약정에 따라 풍력발전사업자가 낸 기부금은 약 69억 원으로 전체 기금조성액의 36%에 그쳤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제주도가 소유한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의 기부금이 23억 5천만 원에 달해, 실제 민간풍력발전사업자가 낸 금액은 전체 기금의 20% 정도인 약 40억 원에 불과했다.
한편 같은 기간, 기금 사용액은 149억 원으로 전체 기금 조성액의 약 78%를 지출했다. 기금 설립 후 구성된 공유화기금 운용심의위원회에서는 특별회계가 아닌 기금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절반 사용과 절반 적립'이라는 원칙을 제안했는데, 결국 제주도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해상풍력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기금 사용액 중 대부분인 약 101억 원을 태양광발전 보급사업으로 지출했는데(51억원은 주택, 50억원은 공공시설), 결과적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풍력발전 출력제한에 기여한 꼴이 되어버려 오히려 풍력발전사업자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제주는 전력소비가 적은 봄·가을철, 태양광발전이 가동되는 낮 시간의 전력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아 안정적 전력계통 유지를 위해 전력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풍력발전에 대한 출력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기금의 운영현황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에너지정책연구사업, 에너지백서 발간, 취약계층 에너지복지 지원, 풍력발전 종사자 교육지원 등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종잣돈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제주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의미와 과제
최근 들어 제주와 같은 지역에너지전환기금 또는 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화 사례들이 국내의 다른 지역에도 운영되고 있거나, 제도적 근거들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아직도 비싸다고 여겨지는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의 이익만으로 기금을 조성하였을 뿐 아니라, 돈이 없어 투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기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적이며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수익 추구만을 우선하는 외지 자본에 의한 지역 자연에너지자원의 사유화에 맞서, 지역 에너지전환을 위한 종잣돈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한 사회운동의 제도적 결과이다. 개발사업자들이 지역주민 동의를 얻기 위해 관행적·음성적으로 뒷돈을 건네는 행위가 지금도 여전하지만,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그러한 ‘검은 뒷 돈’을 ‘깨끗한 앞 돈’으로 드러내도록 하여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장치이며, 소수의 호주머니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사회 전체의 수용성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제주도내 전력거래단가의 하락 및 출력제한의 확대로 인해 풍력발전사업자들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공유화기금에 납부하는 기부금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또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상위법령에 기금의 부과 및 징수의 근거가 없는 "자발적인 기부금"이라는 한계로 인해 충분한 수익을 얻었으면서 개발이익을 환원하지 않는 사업자가 아직도 풍력단지를 운영 중에 있고,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존재를 모르는 도민들도 많다.
따라서 사업자 수익구조 개선, 기금 부과 및 징수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기금에 대한 대도민 홍보 강화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지역 에너지전환을 위해 지역 사회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여 지역적으로 제도화시킨 지역의 소중한 정책 자산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가 에너지전환을 위해 이러한 사례가 전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사례 연구와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 김순실 기자.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성과와 과제.
올해는 지방자치제 부활 30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1961년 5.16쿠데타로 지방의회가 강제해산되었다가 민주항쟁 이후인 1991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가 다시 개원하였다. 이를 맞이하여 지난 달,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도민의 삶을 바꾼 조례 5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 1월 기준 제주특별자치도에 적용되는 자치법규인 조례는 총 1,006건에 달하는데, 그 중 50개를 내․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였다. 선정 기준은 전국 최초 제정 여부를 보는 '독창성과 선도성', 도민 관심도 및 조례의 목적 달성 여부를 보는 '도민사회 파급력', 상위법령에 따른 적법성을 보는 '완성도', 그리고 정책 실효성을 판단하는 '지속성'으로 크게 4가지였다.
이를 통해 4.3희생자 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조례,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등 제주도 역사·문화·자연의 독특함을 풍부하게 보여주는 조례들이 선정되었다. 특히 에너지 관련 조례는 에너지 기본조례,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지정 조례 등 8개가 있는데 그 중 '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가 유일하게 포함되었다.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제주도민의 공공자원인 풍력자원을 개발한 이익을 도민들에게 환원하여 지역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사업에 기여할 목적으로 2016년 7월 제주도의회가 의원발의를 통해 제정한 조례를 근거로 2017년 설치되었다.
대한민국 풍력발전 1번지, 제주
2020년 한 해 동안, 제주도 전체 전력공급의 16.2%를 295메가와트(㎿)의 육․해상 풍력발전과 448㎿의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육해상 풍력발전 2,345㎿와 태양광 1,411㎿ 등을 설치하여 도내 전력공급의 백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탐라국 개국 이래 지난 수천 년 동안 제주도민의 삶 속에서 바람은 고난과 역경의 상징이었다. 억센 바람으로 인해 짧고 굵은 특징을 지닌 제주어, 집 마당으로 외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막기 위한 꼬부랑한 올레 등 제주문화의 기본 바탕은 바람의 강한 영향으로 형성되었다.
삼다도(三多島)라는 특징을 기반으로 1975년, 독립형 소형풍력발전기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가동되었고, 1990년대 초까지 국가 주도 뿐 아니라 제주도 차원에서의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제주도가 직접 개발한 제주시 구좌읍 행원풍력발전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단지용 풍력발전이 시작되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풍력발전 개발사업이 본격화되었다.
2000년대 초반 들어 민간 상업용 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제주도내 곳곳에 확대되기 시작하자, 인근 마을 주민들과 토지주들은 소음과 경관 피해를 주장하며 전도적인 반대운동에 나서기도 했고, 실제 한 민간풍력발전사업자는 획득한 사업허가를 포기까지 하였다.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의 전략과 법제화
이렇게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도내 환경단체는 단순히 표면적으로 나타난 사회갈등의 한쪽 편에 서있기 보다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지역의 자연에너지자원을 공유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제주도민에게 고난과 역경의 상징이었던 바람이 민간 풍력발전사업자에게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공짜 연료가 되었다는 역사·문화·생태적 불평등을 주장하며 2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의 전략은 이미 시행 중이었던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에서 차용하여 ①먹는샘물 '삼다수'처럼 제주도가 소유한 지방공기업이 지역의 자연자원을 독점 개발하여 그 이익을 도민에게 환원하는 것과 함께, ②이미 가동․운영 중이거나 예정인 민간풍력발전사업자으로 부터 일정한 금액의 바람자원 사용료를 받는 것이었다.
2011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전기사업에 관한 특례" 및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가 법제화되었다. 산업부 장관이 갖고 있던 육․해상 풍력발전사업 허가권한이 제주도지사로 이양되었고, 제주도지사는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 하며, 체계적인 개발과 활성화를 위해 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근거로 그해 12월, "도지사는 풍력자원을 활용한 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책무가 담긴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 지정 조례가 제정되었다.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의 제정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가 법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근민 제주도정은 설립을 준비하고 있던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아니라, 민간자본에 의한 육상풍력발전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였다. 풍력자원의 사유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보았던 환경단체는 이에 대항하여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하였고, 지역 언론과 도의회의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 내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제주도와 민간풍력발전사업자 간에 개발이익 공유화약정이 체결되었다.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지정 조례가 개정되어, 사업자는 풍력발전지구 지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개발이익공유화계획을 제주도에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를 근거로 하여 사업자의 기부 사항을 약정서에 담았으며, 각 사업자마다 약정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추정 매출액의 7%를 기부하되, 발전사업 초기에는 대출금 상환을 우선 해야 하므로 연간 2억 원씩 낸 후, 3년마다 회계자료를 제출하여 검증하기로 했다.
허가를 받은 풍력단지들은 2015년부터 하나 둘 씩 준공을 하여 가동․운영을 시작하였다. 즉, 전력판매에 따라 사업자의 현금흐름이 발생하였고, 공유화약정에 따른 금액을 사업자가 제주도에 "자발적으로 기부"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었다. 운동단체는 기부금이 일반회계로 편입되면 그 의미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면서, 별도의 독립적인 기금으로 조성하여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종잣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회는 이미 공풍화(共風化) 운동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3년,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 지정 조례를 개정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도지사의 재의 요구가 있어 도의회 의장이 직접 공포하였고, 다시 도지사가 권한쟁의소송으로 훼방을 놓자 2014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판결을 얻어낸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에서 2016년 5월, 제주도의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신재생에너지기금 조례'를 의원발의하였고, 공개토론회를 거쳐 두 달 뒤, 기금의 재원출처를 보다 분명히 한 명칭인 "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를 제정하였다.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운영평가
2017년부터 설치된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2020년까지 4년 동안 약 190억 6천만 원을 조성하였다. 세입의 절반인 96억 원은 제주도가 직영하고 있는 풍력발전실증단지와 연안풍력발전의 전력판매금액이었고, 약정에 따라 풍력발전사업자가 낸 기부금은 약 69억 원으로 전체 기금조성액의 36%에 그쳤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제주도가 소유한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의 기부금이 23억 5천만 원에 달해, 실제 민간풍력발전사업자가 낸 금액은 전체 기금의 20% 정도인 약 40억 원에 불과했다.
한편 같은 기간, 기금 사용액은 149억 원으로 전체 기금 조성액의 약 78%를 지출했다. 기금 설립 후 구성된 공유화기금 운용심의위원회에서는 특별회계가 아닌 기금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절반 사용과 절반 적립'이라는 원칙을 제안했는데, 결국 제주도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해상풍력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기금 사용액 중 대부분인 약 101억 원을 태양광발전 보급사업으로 지출했는데(51억원은 주택, 50억원은 공공시설), 결과적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풍력발전 출력제한에 기여한 꼴이 되어버려 오히려 풍력발전사업자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제주는 전력소비가 적은 봄·가을철, 태양광발전이 가동되는 낮 시간의 전력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아 안정적 전력계통 유지를 위해 전력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풍력발전에 대한 출력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기금의 운영현황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에너지정책연구사업, 에너지백서 발간, 취약계층 에너지복지 지원, 풍력발전 종사자 교육지원 등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종잣돈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제주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의미와 과제
최근 들어 제주와 같은 지역에너지전환기금 또는 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화 사례들이 국내의 다른 지역에도 운영되고 있거나, 제도적 근거들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아직도 비싸다고 여겨지는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의 이익만으로 기금을 조성하였을 뿐 아니라, 돈이 없어 투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기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적이며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수익 추구만을 우선하는 외지 자본에 의한 지역 자연에너지자원의 사유화에 맞서, 지역 에너지전환을 위한 종잣돈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한 사회운동의 제도적 결과이다. 개발사업자들이 지역주민 동의를 얻기 위해 관행적·음성적으로 뒷돈을 건네는 행위가 지금도 여전하지만,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그러한 ‘검은 뒷 돈’을 ‘깨끗한 앞 돈’으로 드러내도록 하여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장치이며, 소수의 호주머니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사회 전체의 수용성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제주도내 전력거래단가의 하락 및 출력제한의 확대로 인해 풍력발전사업자들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공유화기금에 납부하는 기부금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또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상위법령에 기금의 부과 및 징수의 근거가 없는 "자발적인 기부금"이라는 한계로 인해 충분한 수익을 얻었으면서 개발이익을 환원하지 않는 사업자가 아직도 풍력단지를 운영 중에 있고,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의 존재를 모르는 도민들도 많다.
따라서 사업자 수익구조 개선, 기금 부과 및 징수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기금에 대한 대도민 홍보 강화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지역 에너지전환을 위해 지역 사회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여 지역적으로 제도화시킨 지역의 소중한 정책 자산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가 에너지전환을 위해 이러한 사례가 전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사례 연구와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 김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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