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경제 범죄 ‘등’ 확장해 직접수사 확대.
2022.08
11
뉴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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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 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부패·경제 범죄 ‘등’ 확장해 직접수사 확대.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 ‘꼼수’로 시행을 한달 앞둔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 법안(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법무부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이달 29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공개한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는 검찰청법상 ‘중요 범죄’로 묶어 검찰이 계속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초 국회가 입법한 수사권 축소 방안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된다. 상위법인 법률은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를 6개 범주에서 2개 범주로 대폭 줄여놨지만, 정작 시행령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를 확장 해석해 법조항에 삭제한 공직자·선거범죄 등을 부활시킨 셈이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등’이 포함되며 검찰 수사권 축소 취지가 형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현실이 된 것이다.
법무부는 시행령 꼼수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같은 수사권 확대는 “법문언상 명백하며 다른 법령에서도 전형적 방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청법은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검찰청법 시행령 소관부처는 법무부다.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부패수사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점을 보도자료에 거론하는 등 ‘시행령 꼼수’라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법무부는 다른 법률에서 부패행위로 정의한 내용을 끌어다쓰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 범위를 최대한 확대했다. 예를 들어 부패방지권익위법에서 부패행위로 공직자 직권남용을 거론하고 있다며 “직권남용은 본질적으로 공직자 부패범죄”라는 식이다. 또 부패재산몰수법의 경우 부패범죄에 사기 등 재산범죄, 공직선거법 위반 등 선거범죄가 포함된다고 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법무부는 개정 검찰청법에서 검찰 직접수사 대상에서 삭제된 공직자범죄 및 선거범죄 역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범죄로 재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와 그렇지 않은 범죄가 섞여 있는 경우 검찰이 수사하는 쪽으로 최대한 해석해 수사권 축소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법무부는 마약범죄를 “불법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전형적 경제범죄”라고 규정하며 수사 범위를 재확대했다. 앞서 2020년 1차 수사권 조정 때도 법무부는 시행령을 통해 ‘마약범죄=경제범죄’라고 규정해 경찰로부터 ‘어떻게 마약사범이 경제사범이 되느냐’는 반발을 샀다. 법무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선 “경제범죄 논란 소지가 있는 단순 소지·투약은 제외하는 대신 마약류 유통 범죄를 경제범죄로 규정했다”고 했다.
대표적 형사범죄로 검찰 직접수사 대상(부패·경제범죄)으로 보기 어려운 폭력 조직,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서민 갈취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라고 규정하며 수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최근 검찰은 대검찰청이 직접 나서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진행했는데, 이번 입법예고를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었던 셈이다.
국가기관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수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따라 수사 의뢰를 받은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또 직급·액수 별로 수사 대상 범위를 쪼개놓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을 폐지했다. 현행 시행규칙상 뇌물죄는 4급 이상 공무원, 부정청탁 금품수수는 5천만원 이상, 전략물자 불법 수출입의 경우 가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수사가 가능한데, 이런 제한을 풀겠다는 뜻이다.
경찰이 사건 송치 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설 수 있는 기준도 바꿨다.
현재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피의자의 기존의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 등에 한해서만 수사에 나설 수 있는데, 범인이나 증거 등이 공통된 사건에선 검사가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번 개정안은 내달 10일 개정 검찰청법 시행일 이후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 적용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권을 축소시킨 입법 취지를 반하는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법 등 개정에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려는 취지가 있는데, 법무부 시행령 개정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이자 편법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채강석 기자.
부패·경제 범죄 ‘등’ 확장해 직접수사 확대.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 ‘꼼수’로 시행을 한달 앞둔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 법안(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법무부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이달 29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공개한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는 검찰청법상 ‘중요 범죄’로 묶어 검찰이 계속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초 국회가 입법한 수사권 축소 방안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된다. 상위법인 법률은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를 6개 범주에서 2개 범주로 대폭 줄여놨지만, 정작 시행령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를 확장 해석해 법조항에 삭제한 공직자·선거범죄 등을 부활시킨 셈이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등’이 포함되며 검찰 수사권 축소 취지가 형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현실이 된 것이다.
법무부는 시행령 꼼수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같은 수사권 확대는 “법문언상 명백하며 다른 법령에서도 전형적 방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청법은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검찰청법 시행령 소관부처는 법무부다.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부패수사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점을 보도자료에 거론하는 등 ‘시행령 꼼수’라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법무부는 다른 법률에서 부패행위로 정의한 내용을 끌어다쓰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 범위를 최대한 확대했다. 예를 들어 부패방지권익위법에서 부패행위로 공직자 직권남용을 거론하고 있다며 “직권남용은 본질적으로 공직자 부패범죄”라는 식이다. 또 부패재산몰수법의 경우 부패범죄에 사기 등 재산범죄, 공직선거법 위반 등 선거범죄가 포함된다고 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법무부는 개정 검찰청법에서 검찰 직접수사 대상에서 삭제된 공직자범죄 및 선거범죄 역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범죄로 재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와 그렇지 않은 범죄가 섞여 있는 경우 검찰이 수사하는 쪽으로 최대한 해석해 수사권 축소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법무부는 마약범죄를 “불법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전형적 경제범죄”라고 규정하며 수사 범위를 재확대했다. 앞서 2020년 1차 수사권 조정 때도 법무부는 시행령을 통해 ‘마약범죄=경제범죄’라고 규정해 경찰로부터 ‘어떻게 마약사범이 경제사범이 되느냐’는 반발을 샀다. 법무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선 “경제범죄 논란 소지가 있는 단순 소지·투약은 제외하는 대신 마약류 유통 범죄를 경제범죄로 규정했다”고 했다.
대표적 형사범죄로 검찰 직접수사 대상(부패·경제범죄)으로 보기 어려운 폭력 조직,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서민 갈취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라고 규정하며 수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최근 검찰은 대검찰청이 직접 나서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진행했는데, 이번 입법예고를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었던 셈이다.
국가기관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수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따라 수사 의뢰를 받은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또 직급·액수 별로 수사 대상 범위를 쪼개놓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을 폐지했다. 현행 시행규칙상 뇌물죄는 4급 이상 공무원, 부정청탁 금품수수는 5천만원 이상, 전략물자 불법 수출입의 경우 가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수사가 가능한데, 이런 제한을 풀겠다는 뜻이다.
경찰이 사건 송치 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설 수 있는 기준도 바꿨다.
현재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피의자의 기존의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 등에 한해서만 수사에 나설 수 있는데, 범인이나 증거 등이 공통된 사건에선 검사가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번 개정안은 내달 10일 개정 검찰청법 시행일 이후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 적용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권을 축소시킨 입법 취지를 반하는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법 등 개정에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려는 취지가 있는데, 법무부 시행령 개정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이자 편법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채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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