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과 '삐뚤어진 보수'
2021.08
02
뉴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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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한반도 정세는 물론이고 한국 정치에도 중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7월 27일 남북 통신연락망 복원, 한미 당국 차원의 연합훈련 논의,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등이 맞물리면서 연합훈련의 방향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8월 2일자 사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은 연합훈련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 일각의 입장을 '대선용'으로 규정하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함으로써 대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나라 안보가 망가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중앙> 역시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 협상의 카드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안보를 팔아 대화를 살 수는 없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남북대화와 한미 연합훈련을 별개"라는 것이다.
이들 언론이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의 공기(公器)로써 연합훈련 실시에 따른 득실을 차분히 따져보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악습에 빠져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선 이들 언론은 코로나19 방역이 시급한 당면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연합훈련만 예외로 여긴다. 최근 미국에선 '델타 변이'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 1억6200만 명 가운데 돌파 감염자가 매주 3만 명 이상씩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도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실내에서 진행되는 한미 지휘소 훈련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확한 훈련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거 지휘소 훈련에도 한미 양국군 수만 명이 참여했었다. 여기에는 한반도 역외에서 오는 미군들도 상당수 포함된다.
그런데 <한겨레>가 2일자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휘소 훈련은 "냉방기를 가동한 지하벙커에서 수백 명의 한-미 군인들이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라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합훈련을 강행해야 할 시급한 이익이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에선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연합훈련의 축소 실시나 연기를 검토해온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연합훈련 문제를 대선과 결부시키는 <조선>의 논조도 지나치다. 정부가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도모하고 이를 위해 연합훈련 조정을 고려하는 것은 선거와 관계없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의 몫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우리 유권자가 '대선용 남북 정상회담'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지도 않다.
<중앙>의 상황 인식도 매우 공허하다. <중앙> 역시 대화 재개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런데 연합훈련에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논조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진정성 있는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훈련 연기를 내세울 게 아니라 북한의 핵 고도화 행위들을 먼저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대화 재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주문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실 북핵 문제와 한미 연합훈련 사이의 오랜 악연을 떠올려보면 반성하고 자성해야 할 당사자는 '삐뚤어진 보수'이다. 적어도 대북정책에선 '합리적인 보수'라고 할 수 있는 노태우 정부와 조지 H.W 부시 행정부는 1992년 초에 연합훈련 '팀 스피릿' 중단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북한에 통보했었다. 이에 대해 북한도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체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 서명으로 화답했었다.
북한이 이들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약속 불이행에는 미국의 원조 네오콘과 한국의 삐뚤어진 보수의 합작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들이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중단키로 했던 '팀 스피릿'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내 냉전 세력이 한미 연합훈련을 선거에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만약 이때 팀 스피릿 중단 결정이 번복되지 않았다면, 북핵 문제도 초기 단계에 해결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느덧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지 30년이 지나가고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이를 평가할 수 있지만, 한미 연합훈련 강행과 북핵 문제의 악순환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연합훈련을 연기하면 대화 재개를 통해 북핵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면 연합훈련을 강행하면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한미의 대북 강경파들은 어떤 시나리오를 원할까?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그리고 2022년 3월 대선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던져보는 질문이다.
위성동 기자.
이 와중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8월 2일자 사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은 연합훈련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 일각의 입장을 '대선용'으로 규정하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함으로써 대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나라 안보가 망가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중앙> 역시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 협상의 카드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안보를 팔아 대화를 살 수는 없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남북대화와 한미 연합훈련을 별개"라는 것이다.
이들 언론이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의 공기(公器)로써 연합훈련 실시에 따른 득실을 차분히 따져보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악습에 빠져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선 이들 언론은 코로나19 방역이 시급한 당면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연합훈련만 예외로 여긴다. 최근 미국에선 '델타 변이'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 1억6200만 명 가운데 돌파 감염자가 매주 3만 명 이상씩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도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실내에서 진행되는 한미 지휘소 훈련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확한 훈련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거 지휘소 훈련에도 한미 양국군 수만 명이 참여했었다. 여기에는 한반도 역외에서 오는 미군들도 상당수 포함된다.
그런데 <한겨레>가 2일자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휘소 훈련은 "냉방기를 가동한 지하벙커에서 수백 명의 한-미 군인들이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라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합훈련을 강행해야 할 시급한 이익이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에선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연합훈련의 축소 실시나 연기를 검토해온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연합훈련 문제를 대선과 결부시키는 <조선>의 논조도 지나치다. 정부가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도모하고 이를 위해 연합훈련 조정을 고려하는 것은 선거와 관계없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의 몫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우리 유권자가 '대선용 남북 정상회담'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지도 않다.
<중앙>의 상황 인식도 매우 공허하다. <중앙> 역시 대화 재개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런데 연합훈련에는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논조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진정성 있는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훈련 연기를 내세울 게 아니라 북한의 핵 고도화 행위들을 먼저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대화 재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주문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실 북핵 문제와 한미 연합훈련 사이의 오랜 악연을 떠올려보면 반성하고 자성해야 할 당사자는 '삐뚤어진 보수'이다. 적어도 대북정책에선 '합리적인 보수'라고 할 수 있는 노태우 정부와 조지 H.W 부시 행정부는 1992년 초에 연합훈련 '팀 스피릿' 중단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북한에 통보했었다. 이에 대해 북한도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체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 서명으로 화답했었다.
북한이 이들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약속 불이행에는 미국의 원조 네오콘과 한국의 삐뚤어진 보수의 합작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들이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중단키로 했던 '팀 스피릿'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내 냉전 세력이 한미 연합훈련을 선거에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만약 이때 팀 스피릿 중단 결정이 번복되지 않았다면, 북핵 문제도 초기 단계에 해결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느덧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지 30년이 지나가고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이를 평가할 수 있지만, 한미 연합훈련 강행과 북핵 문제의 악순환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연합훈련을 연기하면 대화 재개를 통해 북핵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면 연합훈련을 강행하면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한미의 대북 강경파들은 어떤 시나리오를 원할까?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그리고 2022년 3월 대선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던져보는 질문이다.
위성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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