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이 어지러운 건 학자들이 제대로 공부 안 한 탓”
2021.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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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간 품어온 <삼국지>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완역출간의 꿈을 최근 이룬 신복룡(申福龍,1942년생) 박사. 그는 교수 임용 후 42년간 26권의 저서와 52권의 번역서를 냈다. 121편의 논문과 8권의 자료집을 제외한 단행본 저술만 1년에 평균 1.8권의 속도이다./신복룡 박사 제공
신복룡 박사가 갖고 있는 1960년 정음사 판.
올해 80세인 신복룡 박사는 나이를 잊고 사는 열정과 집념의 인물이다. 만 70세이던 2012년, 그는 33년간 봉직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했다. 그 전에 연구서 <한국 분단사>와 <한국정치사상사>로, 한국정치학회가 선정한 저술상(2001년)과 ‘인재(仁齋·윤천주 전 서울대 총장)학술상(2011년)을 각각 수상했다. 4회 연속(2004~06년) 건국대 최우수 교수로도 뽑혔다.
대학 강단에서 내려온지 올해로 10년째이지만 그는 지금도 ‘뒷방 노인’이길 거부한다. 최근 5년에만 <인물로 보는 해방정국의 풍경>(2016년), <한말(韓末) 외국인기록(23권 11책·전면개정판>, <전봉준 평전·4번째 개정판>(이상 2019년)에 이어 올 2월 <삼국지> 완역본 5권을 새로 냈다.
신간 <삼국지>는 원본 전문(全文)을 빼거나 더함 없이 온전히 옮기고 고사성어를 포함한 1100여 개의 주석(註釋)을 달아 국내에 나와있던 400여 종과 구별된다. 그런 그가 플루타르코스(Plutarchos·46~120년 추정)가 쓴 서양 고전(古典)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5권 완역본을 이달 초에 발간한 것이다.
<영웅전>과 <삼국지>는 각각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1만2000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왠만한 청·장년 학자나 작가들보다 더 면려(勉勵)·정진하고 있는 신복룡 박사를 이달 18일 낮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작심 50여년 만에 <영웅전>, <삼국지> 완역본
- 정치학자가 왜 <영웅전>과 <삼국지>를 번역했나?
“집이 너무 가난해 중학 졸업 후 고교 학비를 마련하려 1957년 상경해 을지로 6가에서 1년간 낮에는 소금 장사와 가게 종업원으로, 밤에는 다락방에서 <삼국지>를 읽으며 버텼다. 1961년 장학생으로 건국대 입학 후 박시인 교수님의 <플루타크 영웅전(1960년)>을 처음 읽고 완역의 꿈을 가졌다. 조교 시절 박 교수님과 우리말 다듬기를 한 공역(共譯)본을 내기로 ‘약속’했는데, 그분이 세상을 떠나 50년여만에 혼자 출판했다.”
- 준비는 어떻게 했나?
“교수 생활 중 틈틈이 13종의 영웅전 판본을 수집해 비교해왔다. 2007년부터 번역에 본격 착수해 2012년까지 5년 동안의 석좌교수 시절 학교에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집에선 〈삼국지〉를 번역해 초역을 마쳤다. 미국 하버드대 출판사 영역본과 홍콩 상무인서국 출판사 출간본을 각각 원문으로 삼았다. 전문가들 조언을 받아 2015년 완역했으나 출판사를 찾는데만 4년이 걸렸다.”
◇“42년간 78권 저술...‘빈둥거림은 죄악’이다”
- 이번 책의 특장이라면?
“신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는 국내 기존 번역본들이 포함하지 않은 한니발전(傳)과 스키피오전 등 7편을 추가해 총 52명의 영웅을 57편으로 다뤘다. 고전 연구자들이 정본(正本)으로 간주하는 프랑스의 자크 아미요(Amyot) 주교(1513∼93년) 판본에 나오는 분절(分節) 번호도 반영해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 지금까지 모두 몇 권의 책을 쓰셨나?
“1979년 대학교수가 된 후 저서 26권, 번역 52권, 논문 121편, 자료집 8권, 서평 31편을 냈다. 저술의 양 보다는 얼마나 긴 생명력과 공적(功績)이 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 42년 동안 78권이면 대단한 다작(多作)이다. 요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는가?
“아침 8시쯤 일어나 오전에 신문 읽고 인터넷 등 검색하고, 오후에는 아파트 주위를 4500보 정도 산책한다. 산책을 마친 뒤 책 읽고 글 쓰는 공부를 한다. 밤 11시부터 취침하는 새벽 2시까지가 생산성이 가장 높다.”
◇“매일 새벽 2시까지 공부...평생 책 놓지 않을 것”
- 우리 나이로 팔순이신데 쉬엄쉬엄 하셔도 되지 않나?
“<삼국지>에서 촉나라 장수 강유는 ‘인생은 백마가 달려가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처럼 빨리 지나간다(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고 했다. 그래선지 나는 ‘빈둥거림은 죄악’이라는 신념 속에서 살아왔다. 남은 생애를 무료하게 보낼 수 없고, 당(唐) 태종이 다짐했던 것처럼 ‘내 평생토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리라(수불석권·手不釋卷)<정관정요>’던 내 자신과의 약속과 평소 염원을 지키고자 할 뿐이다.”
채강석 기자.
신복룡 박사가 갖고 있는 1960년 정음사 판.
올해 80세인 신복룡 박사는 나이를 잊고 사는 열정과 집념의 인물이다. 만 70세이던 2012년, 그는 33년간 봉직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했다. 그 전에 연구서 <한국 분단사>와 <한국정치사상사>로, 한국정치학회가 선정한 저술상(2001년)과 ‘인재(仁齋·윤천주 전 서울대 총장)학술상(2011년)을 각각 수상했다. 4회 연속(2004~06년) 건국대 최우수 교수로도 뽑혔다.
대학 강단에서 내려온지 올해로 10년째이지만 그는 지금도 ‘뒷방 노인’이길 거부한다. 최근 5년에만 <인물로 보는 해방정국의 풍경>(2016년), <한말(韓末) 외국인기록(23권 11책·전면개정판>, <전봉준 평전·4번째 개정판>(이상 2019년)에 이어 올 2월 <삼국지> 완역본 5권을 새로 냈다.
신간 <삼국지>는 원본 전문(全文)을 빼거나 더함 없이 온전히 옮기고 고사성어를 포함한 1100여 개의 주석(註釋)을 달아 국내에 나와있던 400여 종과 구별된다. 그런 그가 플루타르코스(Plutarchos·46~120년 추정)가 쓴 서양 고전(古典)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5권 완역본을 이달 초에 발간한 것이다.
<영웅전>과 <삼국지>는 각각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1만2000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왠만한 청·장년 학자나 작가들보다 더 면려(勉勵)·정진하고 있는 신복룡 박사를 이달 18일 낮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작심 50여년 만에 <영웅전>, <삼국지> 완역본
- 정치학자가 왜 <영웅전>과 <삼국지>를 번역했나?
“집이 너무 가난해 중학 졸업 후 고교 학비를 마련하려 1957년 상경해 을지로 6가에서 1년간 낮에는 소금 장사와 가게 종업원으로, 밤에는 다락방에서 <삼국지>를 읽으며 버텼다. 1961년 장학생으로 건국대 입학 후 박시인 교수님의 <플루타크 영웅전(1960년)>을 처음 읽고 완역의 꿈을 가졌다. 조교 시절 박 교수님과 우리말 다듬기를 한 공역(共譯)본을 내기로 ‘약속’했는데, 그분이 세상을 떠나 50년여만에 혼자 출판했다.”
- 준비는 어떻게 했나?
“교수 생활 중 틈틈이 13종의 영웅전 판본을 수집해 비교해왔다. 2007년부터 번역에 본격 착수해 2012년까지 5년 동안의 석좌교수 시절 학교에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집에선 〈삼국지〉를 번역해 초역을 마쳤다. 미국 하버드대 출판사 영역본과 홍콩 상무인서국 출판사 출간본을 각각 원문으로 삼았다. 전문가들 조언을 받아 2015년 완역했으나 출판사를 찾는데만 4년이 걸렸다.”
◇“42년간 78권 저술...‘빈둥거림은 죄악’이다”
- 이번 책의 특장이라면?
“신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는 국내 기존 번역본들이 포함하지 않은 한니발전(傳)과 스키피오전 등 7편을 추가해 총 52명의 영웅을 57편으로 다뤘다. 고전 연구자들이 정본(正本)으로 간주하는 프랑스의 자크 아미요(Amyot) 주교(1513∼93년) 판본에 나오는 분절(分節) 번호도 반영해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 지금까지 모두 몇 권의 책을 쓰셨나?
“1979년 대학교수가 된 후 저서 26권, 번역 52권, 논문 121편, 자료집 8권, 서평 31편을 냈다. 저술의 양 보다는 얼마나 긴 생명력과 공적(功績)이 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 42년 동안 78권이면 대단한 다작(多作)이다. 요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는가?
“아침 8시쯤 일어나 오전에 신문 읽고 인터넷 등 검색하고, 오후에는 아파트 주위를 4500보 정도 산책한다. 산책을 마친 뒤 책 읽고 글 쓰는 공부를 한다. 밤 11시부터 취침하는 새벽 2시까지가 생산성이 가장 높다.”
◇“매일 새벽 2시까지 공부...평생 책 놓지 않을 것”
- 우리 나이로 팔순이신데 쉬엄쉬엄 하셔도 되지 않나?
“<삼국지>에서 촉나라 장수 강유는 ‘인생은 백마가 달려가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처럼 빨리 지나간다(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고 했다. 그래선지 나는 ‘빈둥거림은 죄악’이라는 신념 속에서 살아왔다. 남은 생애를 무료하게 보낼 수 없고, 당(唐) 태종이 다짐했던 것처럼 ‘내 평생토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리라(수불석권·手不釋卷)<정관정요>’던 내 자신과의 약속과 평소 염원을 지키고자 할 뿐이다.”
채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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