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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조대 슈퍼예산에 복지예산은 찔끔...文도, 朴도 정권초에만 "복지"

2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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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처음 600조원을 넘어선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본격 시작됐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등 각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예산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나라살림연구소가 공동으로 내년도 예산안이 꼭 필요한 곳에 적정한 수준으로 편성됐는지 2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1인당 30만원씩"...학생 3% 줄어드는데 예산은 늘리자 생긴 일.

저출산의 영향으로 내년 학령인구가 3% 가까이 줄어드는 데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에 내려보내는 교육예산은 2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보내도록 한 현행 법 조항 탓이다. 교육현장의 수요와 무관하게 세수 증가에 따라 교부금이 늘면서 일부 지역에선 재선을 노리는 교육감들의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용하지 않은 예산은 4조원 넘게 쌓였다. 지방교육예산 제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생 수와 무관하게 국세 21% 반드시 지방교육예산으로 배정

13일 머니투데이가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만 5~20세 인구는 754만명이다. 인구구조에 큰 변동이 없는 한 이들은 그대로 내년 학령인구에 해당하는 만 6~21세 인구가 된다. 올해 10월 기준 학령인구 776만명과 비교하면 내년 학령인구는 2.8% 줄어드는 셈이다.

학령인구는 2020년 800만명 아래로 내려온 이후 매년 1%~3%씩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임여성 인구가 줄고 첫 출산시기도 늦어지는 데 따른 저출산의 영향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에 교육예산으로 쓰라고 내려보내는 교부금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2년도 예산안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64조3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53조2000억원에 비해 20.9% 증가한 규모다.

2018년 49조6000억원이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19년 55조2000억원 △2020년 55조3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강타한 지난해 예산을 기준으로 한 올해만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학령인구, 즉 교육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건 지방교육교부금법 조항 때문이다. 현행 지방교육교부금법 제3조는 내국세에서 목적세 등 일부 세목을 제외한 금액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져 나라의 세입이 증가하면 교육재정교부금도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국세수입을 올해 본예산 대비 19.8% 증가한 338조6000억원으로 잡은 만큼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부금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라가 빚내서 준 돈, 교육청이 쌓아두고 있는 셈"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늘면서 매년 1조원 가량의 지방교육예산이 남아돌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방교육청의 보유재원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전국으로 시·도교육청 17곳이 보유한 돈은 4조46억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19.2% 증가한 규모다. 지방교육청의 잔여 재원은 2018년 2조2360억원에서 2019년 3조3589억으로 1조원 이상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65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경기교육청이 6199억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은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5521억원 △경북 4238억원 △강원 364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예산이 가장 적게 남은 지방 교육청은 제주와 전남으로 각각 337억원, 757억원에 불과했다.

매년 대규모 예산이 남는 탓에 일부 지방교육청에선 선심성 정책을 펴기도 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17개 지방교육청 가운데 6곳이 현금과 지역화폐, 선불카드 등으로 학생 1인당 3만∼30만원을 나눠줬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9월 '온학교 교육회복학습 지원' 명목으로 학생 1인당 30만원을 줬다. 이어 인천시교육청과 대전교육청도 교육회복지원금으로 학생 1인당 10만원씩 현금 또는 선불카드 등으로 지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중1 학생 1인당 태블릿PC 1대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시·도 교육청이 과도하게 내려보낸 예산 불용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도 한다.

이처럼 예산에 여유가 있는데도 지방교육청들은 중앙정부로부터 별도의 예산까지 내려받는다. 고등학생 무상교육을 위해 올해 9431억1300만원, 내년 9094억49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방교육예산과 관련, "2020년 기준으로 순세계잉여금이 1조7000억원, 교육재정안정화 기금에 2조3000억원 등 총 4조원이 아직 안 쓰이고 현금으로 남아 있다"며 "균형이라는 교육재정의 원칙과 달리 나라가 빚을 지고 이자를 내가면서 교육청에 나눠준 돈을 그냥 쌓아놓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아도는 지방교육예산, 오히려 더 늘린다는 정치권.

지방교육예산의 경우 편성과 집행 뿐 아니라 감시에도 허점이 적지 않다. 매년 지출을 마치면 결산 후 국회에 보고하는 중앙부처 예산과 달리 지방교육청의 예산 집행에 대해선 정기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지방교육재정효율성 및 건전성 제고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교부금 투입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감사원 측은 "지금과 같은 공급과잉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려면 여건에 따라 교부금 투입을 줄이거나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며 "누적 자금을 소진하고 집행 정체 현상을 해소하더라도 자금이 계속 과다 투입된다면 여유자금이 다시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당국은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을 통해 교부율을 낮추는 등 여유자금이 누적될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교육감이 직선제로 선출되는 현 시스템상 교부율 조정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교육부와 정치권에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비율을 현행 20.79%에서 2022년 20.94%, 2023년 21.02%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잉 교육예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인력을 파견하는 행정안전부와 달리 직선제 교육감 협조없이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교육부의 특성상 중앙이 지방교육예산을 견제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라며 "정기적인 예산 감사는 커녕 감사원의 지방교부금 감사도 지난해가 처음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정비율을 줄일 수 없다면 각 지역내 대학이나 평생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에도 이 예산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제기된다. 이를 통해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고 직업 또는 고령층 재교육도 강화하자는 얘기다.

첫해 12% 늘리더니 말년엔 5%...文도, 朴도 정권초에만 "복지"

정부가 내년도 나라살림을 위해 전년 대비 8% 이상 늘어난 600조원대 '슈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가운데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은 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확대'를 부르짖으며 집권한 뒤 정권 초기에만 사회복지 지출을 대폭 늘리고, 점차 증가율을 낮춘 직전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고용에 예산 36% 투입.

정부가 올해 9월 국회에 제출한 2022년도 예산안 규모는 604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지출 규모가 600조원을 넘었다. 정부는 통상적으로 예산을 12개 분야별로 구분해 공개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보건·복지·고용 분야다. 내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216조7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약 36%를 차지한다. 올해 본예산 199조7000억원과 비교해 8.5%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대표적인 복지예산 증액 사례로 4인 가구 기준 올해 대비 5.02% 올린 기준중위소득 인상을 꼽는다. 중위소득은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정부는 매년 국민생활수준, 가계 자산·부채·소득 등을 파악해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을 발표하며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77개 복지사업 선정기준으로 활용된다.

정부는 이밖에 상병수당 시범사업 실시, 취약계층 지원 확대, 돌봄격차 해소 등 사회안전망 보강을 추진한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7세 미만(83개월)에서 8세 미만(95개월)으로 확대하는 등 가족행복·육아친화 사회 기반 조성, 노인 생활 안정 강화에도 정책 역량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2022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는 복지·노동 분야 예산을 계속 늘려 출범 초기 130조원에서 내년 217조원 수준이 됐다"며 "특별히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文정부 사회복지예산 증가율, 첫해 11.7%→마지막해 5.4%

겉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까지 복지 정책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216조7000억원 규모의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코로나19(COVID-19) 백신 보급 등 보건 예산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오히려 공식 예산 분류체계상 '사회복지' 부문은 지출이 기대만큼 많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사회복지 부문 지출은 총 9개 하위항목(공적연금, 기초생활보장, 노인, 보훈, 사회복지일반, 아동·보육, 여성·가족·청소년, 주택, 취약계층지원)으로 구성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은 올해 본예산 기준 185조원에서 내년 195조원으로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 8.3%보다 3%포인트(p)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사회복지 예산 가운데 공적연금, 기초생활보장, 노인, 아동·보육, 여성·가족·청소년 등 대부분의 분야 지출이 내년에 늘지만 사회복지일반 예산은 올해 1조3700억원에서 내년 9400억원 수준으로 되레 축소된다.

주목할 점은 '복지 강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모두 집권 초기에는 사회복지 지출을 대폭 늘렸다가 후반기로 가면서 증가율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정권초기 동력이 살아있을 때 복지강화를 밀어붙이고 후반부에 힘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의미다. 이후 차기정부의 공약이 반영될 것을 고려해 정권말기 복지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후 직접 예산을 편성한 첫해인 2014년 사회복지에 약 97조원을 투입하며 전년 88조원 대비 10.2%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증가율이 8.2%로 낮아지는 등 하향 추세를 보였고 마지막 예산 편성 해인 2017년에는 증가율이 6.2%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첫해인 2018년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은 11.7%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 11.2%, 2020년 12.8%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2021년 10.7%로 떨어진 후 2022년에는 5.4%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가 모두 복지 강화 공약을 내걸었고 집권 첫해에는 청와대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공약대로 사회복지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듬해부터는 관료와 타협 과정을 거치면서 지출 증가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걸었던 '선심성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가 집권 초기에는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지만, 후반기로 가면서 경기 부양 등 다른 분야에 지출을 늘리면서 복지 정책이 부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불어나는 의무지출.

한편으로는 고령화 등으로 사회복지 지출 증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 만큼 정부의 지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반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사회복지 지출 가운데 유사시에도 규모를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이 늘고 있어 관리가 시급하다는 평가다. 의무지출은 법률에 따라 지출 의무가 발생하고, 법령에 의해 단가·대상 등이 결정되는 지출이다.

정부의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을 지출성격별로 구분할 때 의무지출이 절반에 가까운 약 301조1000억원, 재량지출은 약 303조3000억원에 달한다.

내년 의무지출 중 복지 분야 법정지출이 약 14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지출 규모만 내년 59조2869억원에 이른다. 4대 연금 지출은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2025년 4대 공적연금 지출 규모가 75조3616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초연금의 단계적 인상, 국민연금을 포함한 4대 공적연금의 수급자 증가 등 복지분야 법정지출을 중심으로 의무지출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복지제도 개편, 전달체계 개선 등으로 의무지출 사업에 대해서도 지출 효율화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李 "1인당 25만원" vs 尹 "50조 손실보상"...어쨌든 적자국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여당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 등 지급을 추진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당은 올해 초과세수 납부를 미루고 내년 세입으로 넘겨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구상인데, 법적근거가 부족한데다 이것으로도 최대 15조원에 달하는 방역지원금 규모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50조원대 손실보상 공약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어느 쪽이 집권하든 적자국채 추가 발행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제출받은 '내년도 행안부 소관 세입·세출예산안 심사자료'에 따르면 여당은 1인당 25만원의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 명목으로 10조1000억원, 1인당 50만원씩 6차 전 국민 상생위로금 25조9000억원 등 증액방안을 내놨지만 정부는 이들 안에 대해 모두 '신중검토' 의견을 내놨다.

여권에서 유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방안은 전 1인당 25만원씩 지원하는 방역지원금이다. 전체 88% 가구에 지급한 코로나상생국민지원금에 비춰보면 소요 재원만 10조~15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올해 초과세수를 납부유예한 뒤 내년도 세입으로 잡아 예산 604조4000억원을 증액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0조원대 초과세수를 예상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11~12월은 변수가 있어 예측하기 어렵지만 10조원 초반대의 초과세수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가 10조원대 초과세수를 거둬들이더라도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0.79%와 지방교부세 19.24% 등 40%에 해당하는 돈은 지방으로 보내줘야 한다. 이어 남은 초과세수의 30% 이상을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이후 나머지의 30%는 국가 채무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10조원의 세금이 더 걷혀도 이 가운데 3조원 안팎만 가용재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내년 4월 이후 결산이 끝나야 쓸 수 있다. 여당이 초과세수를 내년 세입으로 미루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다.

만약 납세유예가 실현된다면 7조~8조원이 내년 세입으로 편입돼 가용재원이 다소 늘 것으로 보이지만, 이걸 활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납부 유예할 수 있는 대상 세목으로는 종합소득세·원천세·부가가치세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종부세는 국세임에도 전액 교부금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줘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를 경우 목적세인 만큼 활용하기 어렵고 유예할 경우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사실상 유예할 수 있는 세목이나 세수가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납세유예의 법적근거도 마땅치 않다. 세금 납부유예가 가능한 범위는 국세징수법에 정해져 있는데, 납세자가 △재난 또는 도난으로 재산에 심한 손실이 있는 경우 △부도 또는 도산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일각에선 방역지원금 지급 재원 규모가 10조~15조원임에 비춰볼 때 납부유예로 재원을 확보해도 여전히 수조원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적자국채를 늘려 내년 예산을 증액하거나 정부의 예산안 지출을 조정해 재원을 충당해야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당의 납세유예 방안에 난색을 표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국세징수법에 유예 조건이 있다"며 "요건에 안 맞는 걸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납부유예해주면 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 확정할 내년도 본예산안에 들어가진 않지만 윤석열 후보의 50조원대 손실보상안에 대해서도 홍 부총리는 "대부분 적자국채를 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가세수 납부를 유예하면) 국고손실죄·업무상 배임죄·직무유기죄가 된다"며 "정부가 세금 납부 유예에 대해 동의하면 바로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 의장은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의해 매년 납부 기한 연장을 하고 있다"며 법인세·부가세·유류세·주세 등에 대해서도 징수를 유예해 올해 7월 추경 재원으로 활용한 전례를 들었다.

채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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