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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경유차 아우성인데...요소수 대란, 중국만 쳐다보는 정부.

2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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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기다려… 요소수 공장서 겨우 2통 샀다 - 경유 승용차와 화물차, 농기계 등에 필수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4일 전북 익산 시민들이 요소수 구매를 위해 공장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이들은 4시간가량 기다린 뒤에야 10리터들이 2통씩을 한정 판매로 구매할 수 있었다.

요소수 넣으려는 트럭들 긴 줄 - 4일 오후 경기 평택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기다리는 화물차 등 경유 차량이 길게 줄 지어 서 있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하자, 중국산에 원료 대부분을 의존해왔던 국내 요소수 시장이 마비되면서 곳곳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품귀 사태로 경유차 운행 차질
소방·구급차 등 공공부문도 비상
업계 “중국이 수출 다시 해줘야”
택배 기사들 “트럭 대신 리어카 끌 판” 발 동동.

부산에 사는 60대 김모씨는 차량 계기판에 요소수 경고등이 들어온 뒤로 며칠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소 3배 수준인 10리터(L)당 3만5000원에 겨우 해외에서 직구했지만, 도착까지 2주가 넘게 걸리는 탓에 발이 묶여 버렸다. 김씨는 “화물차주나 겪는 일인 줄 알았는데 당장 내게 닥치니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촉발한 일상의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요소수 원료인 요소의 97%를 중국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하자 디젤 승용차 133만대와 화물차 55만대 등 216만대가 운행 중단 위기를 맞은 것이다. 요소수 대란이 길어지면 택배·화물차뿐 아니라 소방·구급차까지 멈춰 서면서 물류와 공공 안전망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체국 택배를 운영하는 우체국 물류지원단은 지난 2일 ‘요소수를 최대한 확보하라’는 공문을 각 지사에 보냈다. 우체국 택배는 농수산물 등 신선 제품 비중이 커 택배 차량이 멈추면 타격이 더 크다. 민간 택배사들은 최악의 경우 요소수가 필요 없는 구형 차량으로 배송한다는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 서울시도 최근 관내 소방서 24곳과 119특수구조단 등에 공문을 보내 각 소방서에서 확보한 요소수를 한 달 치 사용량(150L)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서울 소방재난본부에 즉시 반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이어 관계 부처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재개하도록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10L당 9000~1만원이던 국내 요소수 판매가는 최근 10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요소수 10L를 넣으면 승용차량은 8000~1만㎞를 달릴 수 있지만 대형 트럭은 300~400㎞밖에 주행하지 못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인플레가 심화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비상이다. 서울시는 최근 관내 소방서에 요소수를 사용하는 비출동 차량은 운행을 중지하도록 명령하고, 서울 지역 주유소에는 요소수를 우선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긴급 상황에서 무엇보다 빨리 움직여야 할 소방차·구급차마저 멈춰 설 상황에 처한 것이다.

◇”요소수 파는 곳 없나요?” “리어카 끌고 다녀야 할 지경”

요소수 품귀에 화물차주들은 혼돈에 빠졌다. 4일 오후 ‘전국 요소수 판매처 공유’라는 이름의 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지금 경고등 떠서 급하다. 판매처 좀 알려달라” “시흥하늘휴게소 상행 주유소에서 판다는 얘기가 있다” 같은 다급한 대화가 오갔다. 택배업계에선 “이러다 리어카를 끌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요소수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이날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판매 상위 10품목 중 1위를 포함해 다섯 품목이 요소수였다. 쿠팡에서도 검색어 순위 1위가 요소수였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요소수가 10L당 5만~12만원씩에 올라왔지만, 절반 이상은 ‘예약 중’이거나 판매 완료 상태였다. 부산의 한 차량 탁송 전문 업체 대표는 “요소수 20L를 넣어도 부산~서울을 3번 왕복하면 끝”이라며 “요소수 가격이 10배가 뛰었으니 운송비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위드 코로나’에 기대가 컸던 전세 버스업계도 울상이다. 제주에서 전세 버스를 모는 양모(50)씨는 “모처럼 단체 관광객 이용이 늘고 있는데 요소수가 없어 버스 운행을 못 하게 되면 코로나 사태에 이어 두 번 죽는 꼴”이라고 답답해했다.

요소수 품귀 사태를 악용한 전화 금융 사기도 발생했다. 전북 익산의 요소수 제조업체 A사에 지난 3일 오후 1시 30분쯤 KT 직원이라는 남성이 전화로 “전화 회선 공사를 해야 하니 사무실 전화를 다른 번호로 착신하라”고 요청했다. A사는 별 의심 없이 요구를 따랐는데, 이때부터 A사로 걸려오는 전화가 전화 금융 사기 조직으로 연결됐다. A사 번호로 전화를 했던 피해자들은 8000만원을 사기 조직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책 실효성 도마

요소수는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물질이다. 국내에서는 롯데정밀화학·KG케미칼 등 화학 업체가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요소를 중국에서 수입해 증류수와 섞어 만든다. 2018년 9월 배출 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화물차뿐 아니라 이후 출고된 SUV와 미니밴, 승용차 등 모든 경유차는 요소수를 넣어야 한다.

품귀 사태는 지난달 15일 중국이 갑작스레 요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일어났다. 자국 내 석탄 부족 사태로 요소 생산이 급감하며 가격이 뛰자, 수출을 규제해 가격 안정을 꾀한 것이다. 이 조치 이후 중국 현지의 요소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그 충격파는 고스란히 한국에 밀려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월 국내 차량용 요소의 97%는 중국산이었다. 중국산이 동남아나 러시아산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다 보니, 중국 의존도가 과도하게 커진 것이다. 국내에서도 과거엔 요소수를 생산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2011년 롯데정밀화학을 끝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정부는 차량용이 아닌 산업용 요소 국내 재고량을 파악해, 이를 활용한 요소수 생산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차량용에 적합하도록 농도, 순도 등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저렴한 산업용 요소로 요소수를 만들 수 있었다면 기업들이 그동안 왜 안 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요소수

석탄, 천연가스에서 뽑아낸 요소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경유 차량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 운행 과정에서 요소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채워야 한다.

문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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