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국회 앞 자영업자 분향소 이틀째 풍경.
2021.09
18
뉴스관리팀장
17시 11분
694
0
본문
▲ 자영업자 분향소에 만들어진 재단.
▲ 16일 밤 한 시민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차려진 자영업자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재단은 비닐을 쌓아 만들었다. 향초는 플라스틱 음료컵에 꽂았다. 영정 대신 "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라고 적힌 액자가 놓였다. 바닥에는 조문객이 절을 할 수 있도록 한 평 남짓한 크기의 하얀 천이 깔렸다. 분향소 옆에는 하얀 천막이 있었다. 그 아래에 검은 옷을 입은 조지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 관계자들이 앉아 찾아오는 조문객을 맞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상을 등진 자영업자를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지난 16일 밤 마련됐다. 자영업자 비대위가 파악하기로 올해에만 22명의 자영업자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졌다.
분향소 찾은 자영업자들 "우리는 다 같은 마음, 다시는 비극 없어야"
분향소가 설치된 16일 밤부터 17일 낮 사이 200여 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찾아 자영업자를 추모했다. 비슷한 처지인 자영업자들이 특히 많이 찾아왔다.
서울에서 손님들이 노래를 할 수 있는 형태의 유흥주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성곤 씨는 "자영업자에게만 코로나 방역 책임을 지라고 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 분향소에 왔다”고 말했다.
영업금지 업종인 주점을 운영하는 김 씨는 올해 들어 두 달밖에 가게를 운영하지 못했다. 지금은 늘어가는 빚을 메꾸기 위해 물류센터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지난 7월 영업금지 해제가 예상될 당시에는 가게 영업을 준비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번지며 거리두기 4단계가 해제돼 사둔 식자재를 모두 폐기한 일도 있었다.
김 씨는 "위드 코로나를 하루 빨리 시행해 집합금지 방침을 바꿔야 한다”며 "자영업자만 몰아세우지 말고 다 같이 협력해 코로나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희 씨는 분향소가 설치되기 전날 서울 마포 맥주집에 다녀왔다. 원룸을 빼 직원의 월급을 주고 지난 7일 숨진 채 발견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이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막상 가게를 보니 너무 속이 상해 세 시간을 앉아있었다”며 "모르는 분이지만 같은 자영업자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분향소를 찾은 자영업자는 다 같은 마음 일 것”이라며 "세상을 등진 자영업자들이 영면하시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분향소에 왔다”고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도 자영업자 분향소를 찾았다.
경찰 제지 탓에 장소 한 차례 옮기고 긴 시간 대치 끝에 들어선 자영업자 분향소
자영업자 비대위가 분향소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은 원래 전날인 16일 오후 2시경 국회 앞 인도에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지만 경찰이 이를 제지해 무산됐다.
당일 오후 7시 자영업자들은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다시 한 번 분향소 설치에 나섰다. 천막을 치자 경찰이 몰려와 그 안을 가득 채웠다. 이곳에도 분향소를 세울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자영업자 비대위는 천막 바로 옆에 하얀 천과 향초, 근조 판넬을 놓고 분향소를 차렸다. 경찰은 이를 둘러싸고 바깥에 있던 자영업자와 시민의 출입을 막았다. 단체 카카오톡방 등을 통해 소식을 들은 자영업자들이 추모와 응원의 뜻을 담아 보낸 배달음식도 들이지 못하게 했다. 자영업자들이 보낸 조화를 들일 때도 자영업자 비대위와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일곤 했다.
자영업자들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제했지만 "자영업자를 살려내라”, "지금이 2021년인지 1980년대인지 모르겠다”, "밤 10시 이후에는 배달만 된다더니 이제는 배달음식이 코로나를 옮긴다는 거냐”와 같은 말을 하며 경찰에 항의했다.
경찰이 조문을 허용한 것은 16일 밤 10시경이 되어서였다. 한 명씩 출입하고 조문만 하고 나간다는 조건에서였다. 이후 한동안 분향소가 설치되길 기다렸던 자영업자와 시민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자영업자 비대위 "많은 시민 찾아주길"
17일 오후 2시경까지도 경찰은 분향소 입구에 10여 명의 경찰을 두 줄로 세우고 찾아온 시민의 조문 의사를 일일이 확인했다. 분향소에서 만난 조 대표는 기자에게 "경찰들이 위압적으로 서 있어 지나는 시민들이 들어오기 어렵다”며 답답한 마음을 표했다.
현재 경찰은 분향소 입구에 세운 인원을 3명으로 줄였다. 조 대표는 "죽어가는 자영업자를 위한 일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많은 시민이 방문하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영업자 비대위는 18일 밤 11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채강석 기자.
▲ 16일 밤 한 시민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차려진 자영업자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재단은 비닐을 쌓아 만들었다. 향초는 플라스틱 음료컵에 꽂았다. 영정 대신 "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라고 적힌 액자가 놓였다. 바닥에는 조문객이 절을 할 수 있도록 한 평 남짓한 크기의 하얀 천이 깔렸다. 분향소 옆에는 하얀 천막이 있었다. 그 아래에 검은 옷을 입은 조지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 관계자들이 앉아 찾아오는 조문객을 맞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상을 등진 자영업자를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지난 16일 밤 마련됐다. 자영업자 비대위가 파악하기로 올해에만 22명의 자영업자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졌다.
분향소 찾은 자영업자들 "우리는 다 같은 마음, 다시는 비극 없어야"
분향소가 설치된 16일 밤부터 17일 낮 사이 200여 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찾아 자영업자를 추모했다. 비슷한 처지인 자영업자들이 특히 많이 찾아왔다.
서울에서 손님들이 노래를 할 수 있는 형태의 유흥주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성곤 씨는 "자영업자에게만 코로나 방역 책임을 지라고 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 분향소에 왔다”고 말했다.
영업금지 업종인 주점을 운영하는 김 씨는 올해 들어 두 달밖에 가게를 운영하지 못했다. 지금은 늘어가는 빚을 메꾸기 위해 물류센터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지난 7월 영업금지 해제가 예상될 당시에는 가게 영업을 준비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번지며 거리두기 4단계가 해제돼 사둔 식자재를 모두 폐기한 일도 있었다.
김 씨는 "위드 코로나를 하루 빨리 시행해 집합금지 방침을 바꿔야 한다”며 "자영업자만 몰아세우지 말고 다 같이 협력해 코로나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희 씨는 분향소가 설치되기 전날 서울 마포 맥주집에 다녀왔다. 원룸을 빼 직원의 월급을 주고 지난 7일 숨진 채 발견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이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막상 가게를 보니 너무 속이 상해 세 시간을 앉아있었다”며 "모르는 분이지만 같은 자영업자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분향소를 찾은 자영업자는 다 같은 마음 일 것”이라며 "세상을 등진 자영업자들이 영면하시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분향소에 왔다”고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도 자영업자 분향소를 찾았다.
경찰 제지 탓에 장소 한 차례 옮기고 긴 시간 대치 끝에 들어선 자영업자 분향소
자영업자 비대위가 분향소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은 원래 전날인 16일 오후 2시경 국회 앞 인도에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지만 경찰이 이를 제지해 무산됐다.
당일 오후 7시 자영업자들은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다시 한 번 분향소 설치에 나섰다. 천막을 치자 경찰이 몰려와 그 안을 가득 채웠다. 이곳에도 분향소를 세울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자영업자 비대위는 천막 바로 옆에 하얀 천과 향초, 근조 판넬을 놓고 분향소를 차렸다. 경찰은 이를 둘러싸고 바깥에 있던 자영업자와 시민의 출입을 막았다. 단체 카카오톡방 등을 통해 소식을 들은 자영업자들이 추모와 응원의 뜻을 담아 보낸 배달음식도 들이지 못하게 했다. 자영업자들이 보낸 조화를 들일 때도 자영업자 비대위와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일곤 했다.
자영업자들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제했지만 "자영업자를 살려내라”, "지금이 2021년인지 1980년대인지 모르겠다”, "밤 10시 이후에는 배달만 된다더니 이제는 배달음식이 코로나를 옮긴다는 거냐”와 같은 말을 하며 경찰에 항의했다.
경찰이 조문을 허용한 것은 16일 밤 10시경이 되어서였다. 한 명씩 출입하고 조문만 하고 나간다는 조건에서였다. 이후 한동안 분향소가 설치되길 기다렸던 자영업자와 시민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자영업자 비대위 "많은 시민 찾아주길"
17일 오후 2시경까지도 경찰은 분향소 입구에 10여 명의 경찰을 두 줄로 세우고 찾아온 시민의 조문 의사를 일일이 확인했다. 분향소에서 만난 조 대표는 기자에게 "경찰들이 위압적으로 서 있어 지나는 시민들이 들어오기 어렵다”며 답답한 마음을 표했다.
현재 경찰은 분향소 입구에 세운 인원을 3명으로 줄였다. 조 대표는 "죽어가는 자영업자를 위한 일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많은 시민이 방문하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영업자 비대위는 18일 밤 11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채강석 기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