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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법이 도착하기 전에도.

2021.0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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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노동자의 영정 앞에 안전모와 작업화, 하얀 국화가 놓여 있다. 2020년 화재 참사가 일어나 노동자 38명이 숨졌던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캠페인단은 매년 ‘살인기업’을 선정하는 행사를 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27일)까지 160여 일이 남았다.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법을 두고 세상은 시끄럽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산재 관련 인력을 갑절로 늘린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새롭게 출범시키고, 2021년 7~8월 내내 업종별 현장점검에 나선다. 현대건설·대우건설 등 사망사고가 연속해 일어난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점검도 진행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적용됐을 때를 가정해 안전보건 예산 편성이나 전문인력 배치가 적절한지 등을 따졌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맞는 일종의 ‘예방주사’다.
그러자 경영자단체와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과도한 형사처벌이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대형 로펌은 경영진이 처벌받는 것을 막아주겠다며 관련 팀을 꾸리고 고용노동부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일찌감치 ‘법률시장 특수’를 누릴 채비 중이다.
노동조합과 보건·안전 단체들은 반대 이유로 반발한다. 8월23일까지 입법예고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원청 경영책임자의 관리 의무를 협소하게 규정하는 등 애초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조용히 죽어간다. 최근 한 달 새 20대 노동자 5명이 산업재해로 숨졌다. 우리는 왜 매번 젊은 노동자들을 안타깝게 떠나보내야만 하는가. 구의역 김군, 이민호, 김용균, 이선호. 우리는 왜 이들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나. 2021년 산업재해로 숨진, 그들의 죽음을 다시 한번 기록하는 이유다.
중대산업재해만 산재가 아니다. 2020년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재로 다치고 아팠다. 우리 곁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철 작가와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산재를 겪은 다양한 이들을 만나, 안전하지 못한 일터와 건강하게 살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겨레21>과 노회찬재단이 공동기획한 ‘내 곁에 산재’라는 이름의 연재는 앞으로 격주로 실린다.
코로나19 유행은 중대산업재해 못지않게 사회 곳곳에 상흔을 남기고 있다. 일터에서 집단감염된 뒤 우울증을 겪거나,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다가 정신질환을 앓게 된 노동자가 말하는 산재 이야기도 전한다.

채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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