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고위직 품앗이’…2급 이상 퇴직자 30% 그룹사 재취업.
2021.10
11
뉴스관리팀장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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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참여연대와<hbs뉴스광장>이 공동분석한 결과
한전그룹사 2급 이상 70명 중 21명
지난 5년여 그룹사·재출자회사 취업
공직자윤리위 “공정 심사했다”
사유서·회의록 등 근거 남기지 않아
‘고연봉 공기업군’ ‘한전 카르텔’ 지적.
한국전력 그룹사(한국전력공사 및 자회사) 출신 고위급 퇴직자 10명 중 3명이 같은 그룹사 또는 재출자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기간시설을 독점해온 한전 그룹사들이 ‘퇴직자 재취업’을 품앗이해온다는 의심을 살 만하지만, 인사혁신처는 “공정하게 취업심사를 했다”고 할 뿐 근거 자료는 남겨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임직원의 35% 이상이 억대연봉을 받은 중부발전을 포함, 한전과 그룹 발전사는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국내 대표적인 고임금 공기업군으로 매김해왔다. 게다가 한전과 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부당지원 요구 사례 등이 과거 적발되며 ‘카르텔화’되었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11일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hbs뉴스광장>이 인사혁신처 산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직자윤리위)로부터 최근 5년6개월(2016년∼2021년 5월) 동안 취업심사를 통과한 한국전력공사(한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기술 출신 2급 이상 고위급 퇴직자 70명의 재취업 현황을 살펴보니, 21명(30%)이 같은 그룹사 또는 재출자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자윤리법은 일부 한전 그룹사 소속 2급 이상 직원 및 임원(장·부기관장 등)을 대상으로 퇴직 후 3년간 취업심사대상기관으로의 재취업을 제한한다. 한전 그룹사 11곳 중 중부·서부·남동발전 등 7곳이 심사대상기관으로, 최소한 이들과의 부당한 유착관계 등을 차단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21명의 재취업 내역을 보면, 한전 퇴직자 8명 중 7명은 자회사 사장(한국남동발전 3명, 한국중부발전 1명, 한국서부발전 1명, 한국전력기술 1명, 한전케이디엔 1명)이 됐다. 나머지 1명은 재출자회사인 대구그린파워 대표이사로 취업했다. 한수원 퇴직자 11명 중 7명은 모회사 한전으로, 4명은 한국서부발전 등 한전 자회사로 갈아탔다. 한국전력기술 퇴직자 2명은 각각 한수원과 한전으로 재취업했다.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는 퇴직 기관과 취업심사대상기관 간 업무 관련성 유무에 따라 취업제한심사와 취업승인심사로 나뉜다. 이들 21명 중 취업승인심사를 거친 이는 15명(71%)으로, 취업제한심사를 거친 이들(6명)보다 2.5배 이상 많다. 한전 퇴직자 8명 중 7명, 한수원 퇴직자 11명 중 7명이 취업승인심사를 거쳤다. 대다수가 취업제한심사 대신 취업승인심사를 택한 이유는 스스로 재취업이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상 대상자가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취업제한심사를 요청해 취업가능(업무관련성 없음) 또는 취업제한(업무 관련성 있음) 결정을 받는다. 취업제한 결정을 받거나, 스스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취업승인심사를 신청해 취업승인 또는 취업불승인 판단을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취업승인’에는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작거나 전문성이 증명되는 등 법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가 필요하다.
업무 연관성은 전문성의 다른 말일 수도 있지만, 과거 한전이 자회사들에게 계열사 부당지원을 요구하거나 수의계약으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드러나며 ‘한전 카르텔’의 우려를 사 왔다. 게다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가운데 최고수준의 연봉을 발전공기업 임원들이 챙긴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실제, 남동발전 기관장은 지난해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성과급(1억3천만원)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고위 퇴직자는 재취업 시 부서가 아닌 소속 기관의 업무와 취업예정기관과의 업무 관련성을 검증받는다. 공직자윤리법의 입법 취지가 업무 범위가 포괄적이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고위직의 재취업을 엄격히 심사하려는 데 있기 때문이다”며 “정작 고위 퇴직자들은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별한 사유를 인정받아 그룹사로 재취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혁신처는 취업심사 결과 중 취업을 제한하는 조처인 ‘취업제한’과 ‘취업불승인’에 대해선 사유서와 회의록을 남겨놓고 있지만, ‘취업가능’과 ‘취업승인’의 경우 남기지 않고 있다.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취업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관련 정보를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는 것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신청인의 요구를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은 근거와 이유를 통지하지 않고 결과만 통지하기 때문에 (회의록과 사유서를) 남기지 않고 있다”며 “(회의록과 사유서) 작성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신청인이 제출한 인정 근거와 이유를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회의록을 별도로 작성하는 데 대한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 그룹사 퇴직자들의 재취업 현황을 놓고선 “취업심사 개별안건에 대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엄정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인사혁신처가 취업제한과 취업불승인 결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신청자가 제기하는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소송’이라는 근시안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고위 공직자들의 재취업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따라 취업가능과 취업승인 또한 근거를 남겨두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대봉 기자.
참여연대와<hbs뉴스광장>이 공동분석한 결과
한전그룹사 2급 이상 70명 중 21명
지난 5년여 그룹사·재출자회사 취업
공직자윤리위 “공정 심사했다”
사유서·회의록 등 근거 남기지 않아
‘고연봉 공기업군’ ‘한전 카르텔’ 지적.
한국전력 그룹사(한국전력공사 및 자회사) 출신 고위급 퇴직자 10명 중 3명이 같은 그룹사 또는 재출자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기간시설을 독점해온 한전 그룹사들이 ‘퇴직자 재취업’을 품앗이해온다는 의심을 살 만하지만, 인사혁신처는 “공정하게 취업심사를 했다”고 할 뿐 근거 자료는 남겨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임직원의 35% 이상이 억대연봉을 받은 중부발전을 포함, 한전과 그룹 발전사는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국내 대표적인 고임금 공기업군으로 매김해왔다. 게다가 한전과 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부당지원 요구 사례 등이 과거 적발되며 ‘카르텔화’되었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11일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hbs뉴스광장>이 인사혁신처 산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직자윤리위)로부터 최근 5년6개월(2016년∼2021년 5월) 동안 취업심사를 통과한 한국전력공사(한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기술 출신 2급 이상 고위급 퇴직자 70명의 재취업 현황을 살펴보니, 21명(30%)이 같은 그룹사 또는 재출자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자윤리법은 일부 한전 그룹사 소속 2급 이상 직원 및 임원(장·부기관장 등)을 대상으로 퇴직 후 3년간 취업심사대상기관으로의 재취업을 제한한다. 한전 그룹사 11곳 중 중부·서부·남동발전 등 7곳이 심사대상기관으로, 최소한 이들과의 부당한 유착관계 등을 차단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21명의 재취업 내역을 보면, 한전 퇴직자 8명 중 7명은 자회사 사장(한국남동발전 3명, 한국중부발전 1명, 한국서부발전 1명, 한국전력기술 1명, 한전케이디엔 1명)이 됐다. 나머지 1명은 재출자회사인 대구그린파워 대표이사로 취업했다. 한수원 퇴직자 11명 중 7명은 모회사 한전으로, 4명은 한국서부발전 등 한전 자회사로 갈아탔다. 한국전력기술 퇴직자 2명은 각각 한수원과 한전으로 재취업했다.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는 퇴직 기관과 취업심사대상기관 간 업무 관련성 유무에 따라 취업제한심사와 취업승인심사로 나뉜다. 이들 21명 중 취업승인심사를 거친 이는 15명(71%)으로, 취업제한심사를 거친 이들(6명)보다 2.5배 이상 많다. 한전 퇴직자 8명 중 7명, 한수원 퇴직자 11명 중 7명이 취업승인심사를 거쳤다. 대다수가 취업제한심사 대신 취업승인심사를 택한 이유는 스스로 재취업이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상 대상자가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취업제한심사를 요청해 취업가능(업무관련성 없음) 또는 취업제한(업무 관련성 있음) 결정을 받는다. 취업제한 결정을 받거나, 스스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취업승인심사를 신청해 취업승인 또는 취업불승인 판단을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취업승인’에는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작거나 전문성이 증명되는 등 법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가 필요하다.
업무 연관성은 전문성의 다른 말일 수도 있지만, 과거 한전이 자회사들에게 계열사 부당지원을 요구하거나 수의계약으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드러나며 ‘한전 카르텔’의 우려를 사 왔다. 게다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가운데 최고수준의 연봉을 발전공기업 임원들이 챙긴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실제, 남동발전 기관장은 지난해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성과급(1억3천만원)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고위 퇴직자는 재취업 시 부서가 아닌 소속 기관의 업무와 취업예정기관과의 업무 관련성을 검증받는다. 공직자윤리법의 입법 취지가 업무 범위가 포괄적이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고위직의 재취업을 엄격히 심사하려는 데 있기 때문이다”며 “정작 고위 퇴직자들은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별한 사유를 인정받아 그룹사로 재취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혁신처는 취업심사 결과 중 취업을 제한하는 조처인 ‘취업제한’과 ‘취업불승인’에 대해선 사유서와 회의록을 남겨놓고 있지만, ‘취업가능’과 ‘취업승인’의 경우 남기지 않고 있다.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취업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관련 정보를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는 것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신청인의 요구를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은 근거와 이유를 통지하지 않고 결과만 통지하기 때문에 (회의록과 사유서를) 남기지 않고 있다”며 “(회의록과 사유서) 작성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신청인이 제출한 인정 근거와 이유를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회의록을 별도로 작성하는 데 대한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 그룹사 퇴직자들의 재취업 현황을 놓고선 “취업심사 개별안건에 대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엄정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인사혁신처가 취업제한과 취업불승인 결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신청자가 제기하는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소송’이라는 근시안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고위 공직자들의 재취업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따라 취업가능과 취업승인 또한 근거를 남겨두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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